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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몰라요(스포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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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1 17:35:53

이환 감독의 전작인 박화영을 워낙 재밌게 봐서 박화영의 스핀오프인 어른들은 몰라요를 보고 왔습니다.

일단 수위는 예상보다 그다지 쎄지 않습니다. 박화영보다도 순한맛이고 실제 비행청소년들의 삶과 비교하면 그리 노골적이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다큐가 아닌 영화 장르라는 걸 명확히 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러나 순하긴 해도 요즘 비행청소년의 삶에서 트렌디한 소재들은 거의 나옵니다. 자해, SNS, 자살충동, 약물남용, 미성년자 임신, 성매매 등등. 그런데 스토리의 전개가 호흡이 길지않고 뚝뚝 끊어집니다. 심지어 맥락도 이상하게 툭툭 끊어집니다.

이는 편집이 거친 면도 있지만 이유미가 연기한 세진의 캐릭터성에서 비롯되는 면도 있는 걸로 보이는데 그녀의 감정선 자체가 맥락이 없기 때문입니다. 박화영의 경우 모성을 중심에 둔 무게감으로 서사를 이끄는 동력을 만들어내는데 이 영화에서 세진은 임신은 했으나 모성은 전혀 없으며 생각과 행동이 깃털처럼 흘러다니는 캐릭터입니다. 말은 거의 의미 없는 음성기호에 가까우며 행동으로 이해해야 하는 동물적인 사람이죠. 그래서 그녀의 감정과 동선에 맞춘 영화 또한 콜라주로 이뤄진 혼돈의 그림을 그립니다.

이러한 접근법이 미학적으로 새롭고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보긴 어려울 듯합니다. 기술적으로 이보단 더 능숙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나 세진을 중심에 둔 캐릭터 영화로서의 성과는 나름 도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세진 같은 타입은 실제 현실에선 주변에 일종의 소시오패스적 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의 큰 흐름도 그렇게 가긴 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력 부분에서의 스토리적 설득력이 충분치 않아서 다소 부족한 지점이라고 봐야겠네요.

안희연은 처음에는 꽤 인상적으로 나오지만 뒤로 갈수록 스토리의 주변부를 도는 것도 좀 아쉽습니다. 어쩌면 그처럼 텅 비고 공허한 비행청소년의 모습을 표현한 게 아닌가 라고 하면 좋게 본 거겠지만 서사적 재미를 보면 그녀를 데리고도 뭔가 갈 수 있는 영역이 있었을텐데요.

아무튼 결론을 내리자면 세진 원톱 캐릭터 영화로서의 결과물, 그리고 요즘 비행청소년들의 삶과 정서가 어떤지를 알 수 있는 입문적 성격으로는 볼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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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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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4-21 17:41:37

어제 봤는데 너무 길더라고요.
수술을 위한 과정에 동어반복이 많아 한 1/3은 쳐내도 괜찮았겠다 싶을만큼;

WR
2021-04-23 09:20:51

제가 봐도 길긴 길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속도감을 높였으면 또 그건 그거대로 영화가 헝클어졌을 거 같고.. 씬의 시간관리를 좀 더 효율적으로 했으면 좋긴 하겠더군요.

2021-04-22 21:32:42

그냥 자극적인 요소로 먼가 요세 세대의 반란 같은 복합물을 만들어내려고만 하지
큰 줄기의 진정성이나 메시지 자체는 없다보니
그냥 여기저기 찍어보다가 흐지부지 끝 하는것 같았어요

WR
2021-04-23 09:25:04

실제 저 세계 아이들의 삶과 비교하면 정말 순화한 거라, 자극적 요소만 찾았다고 비판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여기서 보여지는 아이들 모습은 반란이라기보다는 폐색에 가깝고, 어떤 메시지 부여는 애초부터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거 같고요. '어른들은 모르는' 현상을 영화적 필터를 통해 던져놓는다는 방향성인데,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론 어지러운 모양새가 된 것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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