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영게]  모니카 벨루치의 "말레나"를 봤습니다..

 
3
  3596
Updated at 2021-06-18 10:18:50

오래 전 영화이지만 스포에 상관없이 스토리를 간단히 아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 요약을 하자면...

 

 

 

1. 2차 세계 대전 중인 이탈리아 시칠리이고, 영화는 무솔리니가 막 전쟁을 진행 선포한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그의 연설이 라디오에서 울려퍼지지만 한 소년은 영국제 프레임을 써서 만들었다는 새 자전거와 동네에서 가장 예쁜 유부녀인 말레나에게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는 말레나를 스토킹하는데, 그녀는 온 동네 남자들의 음란한 시선과 여자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고 다니며 전쟁에 나간 남편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쟁 중 남편이 전사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갑자기 생계가 곤란해집니다. 전쟁 중에 며칠 씩 굶은 그녀는 누군가로부터 빵과 밀가루, 설탕을 받았지만 돈을 지불하지 못했고 "돈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지불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제안을 받아 결국 성매매의 길로 나가게 됩니다. 그 후 그녀가 사는 마을은 폭격을 당하고 독일군에 점령되는데 말레나는 독일군과도 성매매를 하며 이전의 질투에 더해 민족적 증오의 대상이 됩니다. 

 

2. 하지만 전쟁이 곧 끝나고, 미군이 주둔하자 그녀는 "아무에게나 다리를 벌렸다"는 죄목으로 마을 여자들에게 공개적 린치를 당하고 머리카락을 잘립니다. 그런데도 그녀와 성매매를 한 수많은 남성들 중 어누 누구도 나서서 그녀를 지켜주거나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그녀는 기차로 마을을 몰래 떠나는데 얼마 후 놀랍게도 전사한 줄 알았던 남편이 팔 하나만 잃은 채 살아서 돌아옵니다. 그러나 모두가 공범인 마을 사람들은 말레나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년만이 진실을 말해 줍니다. "기차 타고 메시나로 갔어요." 시간이 흐른 후 결국 남편은 말레나를 찾아서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데, 린치로 인한 상처와 타지에서의 고생, 그리고 노화로 인해 미모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만 남편이 있어서 그런지, 자신들의 죄가 캥기는지, 마을 사람들은 다시 잘 해 줍니다. 장에서 과일을 사서 돌아가는 말레나가 실수로 떨어뜨린 과일들을 줍는 것을 우연히 도와준 소년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말레나로부터 멀어지는데, 그 후 수 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아직도 말레나는 잊혀지지 않는다고 독백을 하며 영화가 끝납니다.

 

3. 갑자기 과부가 된 가난한 여인을 성적으로 착취한 남자들이 잘못한 것인데 왜 말레나가 벌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당연한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소년이 나이가 들어도 말레나를 잊지 못하는 것이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인지 그녀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러한 부조리한 일들 때문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 전체로 보자면, 소년 시절의 성적 몽상에 대한 영화인지, 집단의 광기에 대한 영화인지, 전쟁의 비극에 대한 영화인지, 아니면 남성들의 저열함과 비겁함을 폭로하는 페미니즘 영화인지 헛갈립니다.

 

4. 이 시기의 이탈리아와 그 나라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 뭔가 한국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뭔가 제스쳐가 크고 격정적으로 말하며 술을 즐기는 것도 한국 사람들하고 은근하게 비슷하기도 하구요. 비극적인 근현대사도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5. 영화는 꽤 비극적이고 슬픈데 이탈리아의 풍광은 너무나 아름답군요. 영화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바다와 건물들, 나무들을 보면서 작년 코로나가 이탈리아에 처음 퍼졌을 때 호흡을 못할 정도로 중증에 빠진 후 혹은 이미 죽어서 시체가 된 상태로 실려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저런 비극 속에서도 그곳의 경치는 뜬금없이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극적인 근대사를 뚫고 지나왔지만 자연과 건축은 더할 나위없이 좋은 이상한 나라입니다, 이탈리아란 곳은 말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W-YD2Y8ojYE

6. 모리코네의 영화 음악이 참 아련합니다.

 

7
Comments
2021-06-14 21:27:40

이 영화를 이번에 처음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WR
5
2021-06-14 21:45:14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유쾌하지 않은 주제이기도 하고, 벨루치의 미모나 몸매를 보고 감탄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 속 가해자들과 비슷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말이죠....

2021-06-14 22:55:55

DVD 나왔을때 암전 나오는 부분을 거꾸로 들려보기가 유행했다는 후문이.

2021-06-15 08:19:37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련한 음악이 영화와 참 잘 어우러졌습니다.

 아직도 이 영화음악을 듣고있으면 저도 모르게 상당히 센치해지곤 합니다.

2021-06-15 10:20:13 (14.*.*.207)

쓰신 글을 보고 나니 오랜만에 다시 재 감상을 하고 싶어지네요. 

2021-06-15 17:37:52

모니카 벨루치의 노출씬 보다 백배 더 가치가 있는 영화죠 여러 의미로 남자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영화

2021-07-06 19:53:43

이 좋은 영화가 한국형 페미니즘의 논리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네요.

너무 슬픈 현실입니다. 나의 시대와 공간의 노예로 살면 우물안 개구리.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