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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Could Be Fantastic? : 듄 IMAX 특별 상영회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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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9-08 00:21:26

[상영회 공개 영상들 각각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그거 언급하라고 저를 보내주신 것이겠지만, 

직접 관람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알고싶지 않다는 분이 계신다면 

읽기 전에 주의하시길.]

 

 


9월 6일 13시 용산 CGV에서 상영된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아이맥스 상영회에 참석했다. 당첨되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준 DVD 프라임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내가 DVD 프라임에서 선정된 세 명 중 한 명이다 이거다. 상영회라고 되어있지만 본편은 도입부 10분만 공개되며 제작진, 출연진 인터뷰와 감독과 음악가의 대담, 공식 예고편 등, DVD / BD로 치면 부가영상 상영회에 가까운 형태였다. 40분 분량의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개봉 전이라 불법 촬영과 유출을 막기 위해서인지 데이브 바티스타 부럽지 않은 체격의 보안 직원들이 입장 전부터 소박한 사이즈의 봉투를 건네며 스마트폰 봉인 후 입장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철저한 유출방지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Could be fantastic, no?"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르프스키가 다큐멘터리 <조도로프스키의 듄> 에서 했던 말이다. 1974년에 그가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 판권을 사서 영화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좌초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가 제작되려다 좌초로 끝나는 사례는 흔한 일이지만 <듄>이 유독 안타까운 이유는 원작 소설부터 작가의 타계로 미완성이었고 영화화가 시도된 결과물마저도 어딘가 부족한 와중에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출중한 요소들이 있어서였다. 70년대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는 3천장이 넘는 스토리보드를 그린데다 출연진과 제작진을 모두 점찍어 뒀고 영화를 어떻게 완성할지까지 머리 속에 모두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시간이 흘러 1984년에 데이비드 린치가 <듄> 프로젝트를 맡아 제작 연출에 임했을 때도 비슷했다. 그에게도 영화화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있었고, 80년대 업계가 모을 수 있는 최상의 인원들을 모아다 그들로부터 출중한 결과물을 이끌어냈다. 다만 조도로프스키는 <듄>을 영화화하려면 최소 12, 넉넉잡아 20시간의 상영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린치 역시 16시간 정도의 상영시간은 보장해 달라고 주장하다 제작자인 디노 디 로렌티스와 거듭 싸워가면서 타협했지만 그마저도 3시간이 넘어갔던 터였다. 극장에 개봉하기에는 부적절한 시간이었다. 조도로프스키의 영화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린치의 영화판은 제작사에 의해 사지절단된 2시간 17분 분량으로 개봉하고는 처참히 망했다. 훗날 TV 시리즈로 만들어 졌지만 이 또한 예산이 주는 한계로 소설이 묘사한 상상력을 옮겨오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듄>으로부터 파생된 결과물들이 죄다 하자가 있다.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출중한 구석이 있어서 만약 제대로 영화화 됐더라면 얼마나 판타스틱 했을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듄>이 자칭 어렸을 적부터 이 소설을 좋아했다는 드니 빌뇌브 감독 손에 들어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전 버전들이 그랬듯 사람이건 기술이건 당대 가장 잘 나가는 것들의 집합체로 말이다. 이 날 상영회는 기억나는대로 쓰자면 대략 이렇게 진행됐다.



첫번째인 Sizzle: 꿈의 영화 <듄> 촬영 현장, 제작진과 배우 인터뷰 는 개봉 전 바람잡이 인터뷰로 드니 빌뇌브 감독,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의 아들 브라이언 허버트를 비롯해 주 / 조연 배우들 모두 <듄>을 극찬하며 여기에 참여하지 않으면 내가 바보 아니겠는가 식으로 대답하며 기대를 높여놓는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작가주의면서 상업주의적 요소도 놓치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하다지만 그래도 지루하겠다는 선입견을 가질 사람들을 예상해서일까. <왕좌의 게임>, <아쿠아맨> 등으로 주가가 높아질대로 높아진 제이슨 모모아가 "재밌으니까 날 믿고 봐라" 고 말하며 끝난다. 다들 <듄>이 얼마나 멋진 원작인지 극찬하는 와중에 "사실 난 <듄> 아직 안 읽었어" 라고 답하는 의상 디자이너 재클린 웨스트의 쿨한 코멘트가 인상적이다. 뭐 어쩌라고. 난 오스카 의상 부문 노미네이트 세번된 사람이야. 결과로 보여주면 될 거 아냐 같은 패기가 느껴진다.

 

 

두번째인 Timothee's Greeting: 티모시 샬라메의 인사 및 오프닝 영상 소개 는 작품 촬영 중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며 전세계 최초로 <듄>의 도입부 10분을 보신다는 점을 강조하는 주연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인사 영상이다. 이 섹션에서 티모시의 얼굴이 가장 중요하다는 듯 큼지막한 용산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그의 얼굴이 주는 즐거움을 즐길 수 있다. 



세번째인 Film Opening Sequence: <듄> 오프닝 10분 장면 은 말 그대로 본편 10분 분량을 그대로 가져왔으며 1.43:1 아이맥스 화면 비율과 2.39:1 시네마스코프 비율 촬영분이 섞여 있다. 홍보자료에도 나와있듯 아이맥스 사 인증을 받은 아리 알렉사 LF와 아리 알렉사 미니 LF 카메라로 촬영됐다. 소니의 씨네알타 베니스, 레드의 몬스트로가 형성한 경량화된 풀 프레임 비율 고화질 촬영기 라인에 합류 겸 대응하는 차원에서 만들어 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디지털 촬영기라 아이맥스와 일반 비율을 섞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아이맥스 촬영 유행에 불을 지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아이맥스 필름 촬영을 고수했지만 비용 문제, 해당 촬영기가 크고 무거운데다 자체적으로도 소음이 엄청나 작품 전체를 아이맥스 필름 촬영과 비율로 일관하는 것은 거부해왔다. 그런데 <듄>은 그런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보여진다.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로 일관하던 영상이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아이맥스 화면비로 전환될 때 시각적으로 주는 감동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사막과 행성을 유영하는 시퀀스에서 화면비가 확장되어 장대한 세계관을 드러내는 순간, 작품도 너희가 소설을 보며 상상했던 풍경이 여기 있다며 포효한다. 맑을 뿐만 아니라 사람 신체의 구멍 뚫린 부위는 모두 막히게 만들 법한 탁한 모래의 질감이 스크린을 뒤덮을 때마저도 인상적이다. 아이맥스로 관람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는 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도입부 10분은 국내판 예고편 속 영상들에서도 일부 볼 수 있다. 일단 본편 제목은 'Dune Part One' 이라고 뜨며 작품에서 중요 요소로 등장하는 물질인 스파이스의 귀중함과 아라키스 행성에 사는 프레멘족이 포악한 하코넨 가문의 침략에 당하거나 맞서는 대목이 젠데이아가 연기한 챠니의 나레이션으로 간략하게, 핵심적으로 설명된다. 이후 꿈 속에서 챠니를 본 후 잠에서 깬 웃통 벗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장자 티모시 샬라메 (폴) 의 깡마른 몸매가 관객들에게 2차 창작용 떡밥을 빚고 싶게 만드는 충동을 불러 일으키며, 뒤이어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 (레베카 퍼거슨) 와 식사하면서 타인을 생각으로 조종하는 보이스 능력을 지도받는다. 그리고 곧 아버지 레토 공작 (오스카 아이작) 의 지시로 제복을 입고 나온 티모시 샬라메가 등자한다. 흡사 <베니스에서의 죽음> 속 비요른 안데르센 같은 자태다. 재클린 웨스트 의상감독이 관객들에게 어서 빨리 얘를 눈으로 핥으시오 하려고 입힌게 느껴진다. 이후 누가 봐도 안 웃고 있는데 본인은 웃는다고 주장하는 가문의 워마스터 거니 (조쉬 브롤린) 와 레토 공작의 티격태격이 잠시 이어지고, 여기서도 관객들에게 중년 둘을 이용해 BL 팬픽을 만들 여유를 주면서 상업성을 확보하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전략이 느껴진다. 레토 공작은 아라키스 행성을 평화롭게 만들라는 황제 일족 코리노 가문으로부터 명을 받고 잠시 고뇌하다 응하며 코리노 가문의 일원이자 레이디 제시카의 스승인 가이우스 헬렌 (샬롯 램플링) 대모가 베일을 쓴 상태로 잠시 등장한다. 이 정도 선에서 초반 10분이 마무리된다.

 


네번째인 Timothee Introduces: 티모시 샬라메의 드니 빌뇌브 감독 소개 역시 말 그대로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뿅 소리 내며 펄쩍 뛰면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옮겨가는 양 자신이 드니 빌뇌브를 호명하면 바로 그에게 카메라가 이동한 듯한 효과를 주려고 노력하는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대에 찍어다 편집으로 이어붙였을 것이 뻔한데 말이다.) 티모시 샬라메의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잘 생겼으니 이런 의미없는 노력마저 재미있게 보게 된다.



다섯번째인 Denis' Greeting: 드니 빌뇌브 감독의 '스파이스 수확' 영상 은 이야기에서 중요 요소로 거론된 스파이스에 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듄>의 실질적인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샤이 훌루드 (모래벌레) 의 스펙터클을 강조하고 있다. 오프닝 10분 외에 볼 수 있는 또다른 본편영상이자 아이맥스 시퀀스이며 드니 빌뇌브 감독이 좋아하는 대목이라 직접 소개하기로 했다고.



여섯번째인 Spice Harvester Sequence + Montage: <듄> '스파이스 수확' 장면 이 바로 이어진다. 스파이스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인부들이 운전하는 기계가 생성하는 진동으로 인해 사막 밑에 있는 모래벌레가 다가온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하는 주인공 폴과 그를 보좌하는 거니가 인부들을 구조한다. 이 과정에서 폴이 처음 와 본 사막 행성 아라키스를 마치 고향인양 편하게 느낀다는 것이 드니 빌뇌브 감독의 설명. 하지만 보고 있으면 용산 아이맥스 화면으로 구현되는 샤이 훌루드의 웅장한 자태에 압도감을 느낀다. 린치 버전 84년판 <듄>에서도 유사한 시퀀스가 있었다. 린치 버전에서 샤이 훌루드를 제작했던 특수효과 아티스트 카를로 람발디에 맞선 빌뇌브 버전 <듄> 특수효과 팀이 밀리지는 않겠구나 신뢰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린치 버전 <듄>에서는 카일 맥라클란이 연기했던 폴이 나중에 이 모래벌레를 길들여서 타고 다니는데 빌뇌브 버전이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궁금하게 만든다.



일곱번째인 Denis' Setup Of The Music Piece: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음악에 대한 소개 는 <듄>의 음악을 맡을 한스 짐머 영접하기 전에 그의 위대함을 읊으며 소개하는 영상이다. 고인이 된 음악가 요한 요한손과 더 많이 작업했음에도 영상만 보면 마치 오래 전부터 한스 짐머랑 작업했던 것처럼 끈끈한 유대관계와 존경심을 표현하는 감독 모습이 인상적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 때 그와 함께했던 경험이 확실히 좋게 남았나보다.



여덟번째인 Music Piece: 드니 빌뇌브와 한스 짐머의 <듄> 영화음악 작업 소개 는 감독과 음악을 맡은 한스 짐머 간의 짤막한 화상 대담이다. 이런 거대한 작품에서 음악을 맡을 때 프렌치 호른, 바이올린 등 정형화된 악기를 사용하는 것이 싫었다는 한스 짐머는 전형성에서 벗어나면서 음악적으로 풍성해 지려면 어떤 방식을 고안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사람 목소리로부터 답을 찾았다는 언급을 한다. 짐머의 음악에서 목소리를 담당하는 보컬리스트로는 <글래디에이터>, <블랙 호크 다운>, 이번 <듄> 예고편 음악으로 핑크 플로이드의 곡 'Eclipse' 를 커버했던 리사 제라드가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약간 엔니오 모리코네나 가와이 겐지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는지 더욱 다양한 목소리의 보컬리스트들을 찾은 듯해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티벳 불교 승려들이 낼 법한 오버톤 창법 보컬도 들을 수 있다. 대담 영상 속 급격하게 하관이 살쪄 푸짐해진 한스 짐머 모습이 인상적. 김혜자 배우가 봉준호 감독보고 "몸이 어떻게 되든 상관 안 하는 거야" 라고 말했던게 떠올랐다. 영상 속 한스 짐머는 그 상태에서 머리만 밀면 하코넨 남작 역할로도 딱이겠더라. (2021년판에는 스탤런 스카스가드가 연기한다.)



아홉번째인 Denis Trailer Intro, Thank You And Wrap: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예고편 소개 및 감사 인사 는 마무리 멘트 영상. 그러고 보니 상영회에서 샬라메보다 빌뇌브 얼굴을 더 많이 봤다. 드니 빌뇌브 역시 세계 최초로 <듄>의 공식 예고편을 공개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말하는데, 이 날 상영회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팜플렛에 적혀있듯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행사가 미뤄지면서 이미 유튜브와 극장으로 예고편이 공개됐다. 사실 김이 새는 감이 있지만 기대해 달라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쳐진 눈망울을 거대한 아이맥스 화면에서 보니 마음이 약해져서 안 본 척 마음 속으로 환호해줬다.



열번째인 <듄> 공식 예고편 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미 본 예고편임에도 극장에서 보니 확실히 다르다. 특히 프레임 정중앙에서 샤이 훌루드가 아가리를 벌리는 샷을 아이맥스 화면으로 보면 벌레 입이 거대한 검은 눈, 혹은 심연처럼 느껴진다. 니체 선생의 유명한 심연 발언을 접목시킨 결과물일까? 폴이 샤이 훌루드가 가득한 아라키스 행성 사막을 고향처럼 느낀다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설명처럼, 끝없이 깊고 검은 벌레의 아가리를 본 그가 그 속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 심연을 발견했을지는 모를 일이다.



이상 <듄> 아이맥스 시사회에 대한 설명이었다. 불이 켜졌고, 초대받은 관객들은 극장을 나섰다. 현재 베니스 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가진 후 작품에 대한 평가는 꽤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새다. 이미 시작부터 파트 1이라고 적은 만큼 당연히 2부가 제작될테니 (배우 중 젠데이아는 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활약은 2부에서 본격화 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곧 공개될 2시간 35분 분량의 영화로는 모든 것을 알 순 없다. 상업성을 챙기긴 하지만 그만큼 예술성도 챙기기로 알려진 드니 빌뇌브 감독에게 가기엔 불안한 구석이 있었을까. 영화계에서 한 번도 원만하게 제작된 적이 없던 <듄>이 아닌가. 그러나 지금의 영화계는 제작 초기부터 속편을 염두하거나 예고하는 환경이 일상이 됐고 소설이 상상해왔던 우주의 묘사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특수효과 기술이 정착된 상태이며, 방대해진 해외 시장과 2차 매체를 통한 수익 창출 등 과거보다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거기다 어릴 적부터 <듄>에 열광하여 원작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자로 투입됐으며 제작사는 딴지를 걸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듄>이 영화화되기에 가장 적절한 조건과 시기일지 모른다. 게다가 감독이 개봉을 미뤄가면서까지 스트리밍 서비스행을 거부하고 극장을 고집했으니. 이 날 시사회는 어째서 그 이유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개봉하는 10월이 기다려진다.



다시 한 번 감사히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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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1-09-07 21:56:54

마치 제가 현장에 있었던 것같네요. ^^
재미있게 잘 읽었고, 기대가 됩니다.

WR
2021-09-08 00:11:06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세보이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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