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팀 버튼 [배트맨] 시리즈 속 빌런들
1989년 〈배트맨〉의 조커
1992년 〈배트맨 리턴즈〉의 펭귄 & 캣우먼
팀 버튼 감독 고유의 재해석으로 탄생한 배트맨의 빌런들.
개인적으로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만큼이나 입체적이고 독창적인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해요.
조커는 배트맨의 부모를 살해한 원수라는 설정이 붙어서 배트맨과 조커가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창조한 존재라는 슈퍼 히어로와 슈퍼 빌런이라는 기묘한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루지 못한 복수 때문에 괴로워하는 배트맨"이라는 아이덴티티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싫어하는 원작 팬들도 있습니다.)
또한 함께 사용했을 때 반응이 일어나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화장품을 만들어서 배포하거나 미술관에서 독가스 테러를 감행해서 무고한 고담 시민들을 학살하거나 마지막 부분에서도 퍼레이드를 하면서 돈을 뿌려서 시민들을 끌어모은 다음에 독가스 테러를 감행해서 대학살을 벌이는 등의 순수악의 모습을 훌륭히 보여주죠.
매력적인 비키 베일을 보고 하악거리는 등의 로맨티스트의 기질도 있어서 더욱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이에 비해서 펭귄과 캣우먼은 조커에 비해서 악으로서의 카리스마보다도 처연하고 슬프다는 느낌을 줍니다. 친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기형적인 외모로 인하여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다가 범죄의 길로 빠진 펭귄이나 항상 말단 비서에다가 여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무시당하다가 빌런이 되는 캣우먼. 빌런인만큼이나 이들도 범죄를 많이 저지르기는 합니다만, 무섭다기 보다 처연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셀리나 카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캣우먼의 길을 선택한 캣우먼, 애정결핍 속에서 성장하다가 쓸쓸하게 죽어서 펭귄에 의해서 수장되는 펭귄 등을 보면 슈퍼 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한 편의 비극을 보는 느낌마저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들의 매력과는 별개로 전작의 조커만큼 위협적인 빌런들이라는 느낌은 딱히 안 들더군요. 빌런이 될 수밖에 없는 처연한 사연을 알아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예전에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영화를 설명하고 비평하는 책에서 〈배트맨〉의 조커와 〈배트맨 리턴즈〉의 펭귄 & 캣우먼을 비교하면서 미국의 한 평론 매체가 평한 구절이 인상 깊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책 제목은 기억이 안 나네요. 제 기억상으로는 제임스 카메론 영화들, 폴 버호벤 영화들도 같이 언급하면서 평론하고 설명하던 책이었고 한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경에 나온 책으로 기억하는데...)
"(〈배트맨 리턴즈〉 극 중의 시점을 기준으로) 살아있는 펭귄과 캣우먼이 죽은 조커 하나를 당해내지 못한다."
각자 물론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악당으로서의 카리스마와 존재감은 역시 잭 니콜슨의 조커의 아우라가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배트맨 리턴즈〉에서도 조커의 빈 자리가 알게 모르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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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8 00:57:07
팀 버튼의 펭귄이 정말 좋았습니다
2021-09-18 12:02:46
배트맨은 빌런 보는 재미로 보는 이야기죠. 가장 매력없는 히어로 가장 매력 넘치는 빌런의 독특한 구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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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리턴즈에서는 팀 버튼 감독도 딱히 히어로 대 빌런의 대결 구도라기보다는 참 딱한 사람 셋이 가면, 분장하고 서로 슬픈 쇼를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