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짧았던 전성기를 뒤로 하고 몰락해버려서 안타까운 감독
사진만 봐선 누군지 잘 모르겠죠?
알만한 분들은 다들 잘 아시는 레니 할린 감독입니다
<다이 하드 2>와 <클리프 행어>로 잘 알려진 분이죠
특히 <클리프 행어>는 국내에서 말그대로 초대박 흥행을 거뒀는데
당시 서울 관객 집계로만 100만명을 훌쩍 넘겼고 전국 비공식 집계까지
통합하자면 대략 300만명 이상은 충분히 동원했을 거란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물론 해외에 비해 미국 현지에서의 흥행 파워는 상대적으로 약하긴 했으나
그래도 제작사 눈치나 보며 기죽거나 하대 받는 감독은 절대 아니었기 때문에
다음 차기작 준비와 관련해서도 본인 주장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게 독이 되버린 거죠
<클리프 행어>의 성공 이후 당시 와이프였던 지나 데이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해적 액션 활극 <컷스로트 아일랜드>를 찍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레니 할린 감독의
지나친 요구와 고집 때문에 제작비가 6천만불에서 무려 1억 1500만불까지 치솟게 됩니다
이미 영화 제작 초기부터 재정 악화에 시달리던 캐롤코 픽처스 사는 파산해버렸고
배급사였던 MGM과 유나이티드 아티스츠도 얼마 못가 결국 똑같이 파산하면서
헐리우드 역사에 길이 남을 폭망으로 악명을 떨치게 되죠
이후 다시 한번 자신의 와이프인 지나 데이비스를 기용하여 <롱 키스 굿나잇>이란
첩보 액션물로 재기를 노렸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이 작품마저 흥행 실패를 하게 됩니다
연이은 대작의 실패로 레니 할린과 지나 데이비스 모두에게 크나큰 상처로 남았고
결국 둘은 각자의 길을 택하기로 결정하면서 결혼 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영화의 흥행 실패와 이혼이란 최악의 악재를 다 겪은 이후 레니 할린 감독은
<딥 블루 씨>와 <드리븐>까진 어느정도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긴 했지만
결국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헐리웃에서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으며
현재 중국 자본의 힘을 빌려 간간히 필모를 유지하는 안습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나 데이비스 같은 경우엔 간간히 조연으로 활동하나 이젠 배우보단
사회 활동가란 타이틀이 더욱 어울리는 커리어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90년대의 레니 할린 감독이 다른 건 몰라도 액션 연출에 있어서 만큼은
본인만의 인장이 뚜렷하고 어떤 면에선 독보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흑역사에 가깝긴 했어도 <컷스로트 아일랜드>와 <롱 키스 굿나잇>의 완성도는
흥행 실패란 단순한 잣대 하나만으로 폄하하기엔 꽤 훌륭한 구석이 분명 존재하고
CG와 디지털 기술로 대변되는 요즘의 오락 영화들과 비교하면 할수록 오히려 저는
장인 정신이 묻어나는 아날로그의 디테일한 질감이 잘 살아 있던 이러한 작품들에게
더욱 마음이 움직이고 자주 찾아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 대작들이 단순하고 투박하긴 해도 보는 내내 간접적으로 체감되는 그 느낌은
제아무리 화려한 CG를 한 트럭 가져온다 한들 결코 흉내내지 못할 거라 보거든요
글을 쓰다보니 내용이 잠시 딴 길로 샌거 같은데..
하여튼 결론은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무렵까지 레니 할린은
액션 장르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훌륭한 감독으로 평가될 가치가 충분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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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롱 키스 굿나잇은 좋았어요. 딥 블루 씨도 괜찬았고 드리븐은 엄지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