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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해설은 꿈보다 해몽이다. (부제: 멀홀랜드 드라이브 감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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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9-21 16:39:04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데이빗 린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뭔 말이 되게 만들어야지... 완전 제 멋대로 만들어 놓고

감독은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난 한 마디도 해설해 주지 않겠다"

라는 식이라... 영화를 봐도 혼란스럽기만 하고 뭐가 뭔질 모르겠더라구요.

 

"로스트 하이웨이"를 보고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었는데...

얼마전 크라이테리온판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구입하여 감상하였습니다.

다 보고나서 역시나... 상당히 당황스럽더군요. 뭐 어쩌라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여러 해설들을 찾아서 읽거나 들어 보았습니다.

찾다보니 유튜브에서 유명한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 있더군요.

그런데 중간에 이런 설명이 나오더라구요.

 

사고난 차를 조사하던 두 형사 중 한 명이 뒷좌석에서 발견된 어떤 물건을 들고

"관련이 없을 수도 있어"라고 하자, 다른 형사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라고 답합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게 매우 중요한 대사라고 하며, 말 그대로 

이 영화에 나오는 여러 단서들은 영화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라고 설명하더군요.

 

여기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실제 위 장면에서의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사1: Could be unrelated.

형사2: Could be.

 

여기서 형사2가 한 말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가 아니라,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라는 말, 즉 형사1이 한 말에 대한 동의입니다. 

 

(*해설: 만약 형사1이 부정어를 사용하여 (It) could not be related. 라고 말을 했다면, 형사2가 (It) could be.라고 말을 했을 때 (It) could be (related). 이런 의미가 되어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영화 대사에서처럼 "(It) could be unrelated."라는 말에 대해서 "(It) could be."라고 답을 한다면 이것은 "(It) could be (unrelated)." 즉 unrelated가 생략된 표현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그럴 수도." (=맞아, 관련이 없을 수도 있어.)가 딱 적절한 표현입니다.)


저는 크라이테리온 영어자막 판으로 봐서 몰랐는데, 해당 유튜브 영상에서 보여준 클립으로 보건대 아마 국내판에서 번역이 정 반대로 되어 있었나봅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그 잘못된 번역을 가지고 끼워맞춰 영화 해설을 한 것이죠.

 

물론 영화를 해석하는 방법에 있어서 단 하나만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심지어 감독이 의도한 것조차도 정답이 아닐 수 있겠죠. 예술은 창작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이제 나머지는 보는 사람의 머리속에서 의미가 완성된다고 하지요. 그런데... 아무리 해석하는 방법이 다양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수준 높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반 관람객이 보지 못한 어떤 메시지가 보이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감히 범접하지 못한 어떤 경지에 이르면, 그들의 관점에선 어떤 공통적인 무언가가 보이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감독이 의도한 대사를 정 반대로 알아듣고도 이걸 중요한 메시지로 인식하여 영화를 해설하는 것을 보며, 결국 이런 영화는 "꿈보다 해몽"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더군요.

 

현대 미술 작품과 어린아이가 대충 낙서한 그림을 놓고 구분해보라 하면, 예술가들 조차도 정확히 다 구분하는 사람이 없지요. 대사의 오역을 가지고도 끼워맞춰 하는 해설이라면...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 평론가가 현대미술작품을 예술적 의미를 담아서 거창하게 해설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그냥 동네 꼬마가 대충 끄적거린 낙서였다는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진중권씨와 장동민씨가 나온 방송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죠.


물론 저의 영화를 보는 수준이 극히 미천하여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수준 높은 분들은 "로스트 하이웨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보며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이해하여 21세기 최고의 영화라고까지 극찬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에겐 페인트로 선 하나 딸랑 그어놓고 수백억에 팔리는 그림과도 같아 보입니다. 

소위 "그들만의 세계"죠. 자기들끼리 가치를 창출하고, 자기들끼리 가치를 소비하는...

저는 이런 예술, 이런 영화는 싫습니다.

 

물론, 무조건 이해하기 쉽고, 서사가 단순해야 좋은 영화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자주 말하듯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답이 아니라 질문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놓은 영화라는 관점에는 동의합니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매우 좋아합니다. 최근작 "테넷"도 어렵다고 말들이 많으나, 개인적으로는 인생작으로 꼽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어마어마한 물음표가 떠오르지요. 하지만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떠오르는 물음표는, 찬찬히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어느정도 답을 내릴 수가 있는 질문입니다. 머리속에, 혹은 종이 위에 타임테이블을 그려놓고, 시간 순행과 역행을 직접 그려가며 생각해보면 상당 부분 이해가 가고 납득이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도 충분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었고,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개인적으로 물리학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하지만 데이빗 린치식의 영화는 결이 다릅니다. 그림으로 치자면, 최소한 사람이든 강아지든 송아지든 일단 뭘 그린건지는 알아야 스스로 생각할 거리라도 생기지, 점 하나 찍어두고 "자 해석해봐라" 하는 식의 예술은 제 식견으로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저는 데이빗 린치의 영화가 싫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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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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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9-21 16:45:53

저한테는 곡성이 딱 그런 영화라 매우 싫어합니다.
구멍이 슝슝 뚫려서 애초부터 맞지도 많는 퍼즐을 맞춰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구요.
그걸 또 유튜브에 보면 자기 해석이 정답인양 올려놓은 유튜버들도 많고 또 그걸 보고 무릎을 탁~쳤다는 사람도 많고..
딸기도 아닌데 이것저것 꾸역꾸역 모아서 억지로 딸기 비스므레 한 맛을 만들어 놓고 자기 손으로 먹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 이게 바로 딸기맛이다 하고 떠먹여주면 맛본 사람은 옳커니 이게 바로 진짜 딸기 맛 이구나~!!! 이런 느낌??^^

4
2021-09-21 17:58:09

저도 예전에 서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관람자여서 글쓰신 분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나이들고(10년만에) 다시보면서 이 영화가 꿈을 꿀 때 느끼는 서사의 붕괴를 굉장히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나였다가 다른 사람이였다가 공간이 갑자기 바뀌었다가 하는 그런 느낌들이요 그렇게 생각하니 영화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다른 영화가 건드리지 못하는 감각의 새로운 영역을 자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절대 특정 관람태도나 특정 취향이 더 낫다는 말은 아니고요 관람자가 조금 유연하게 마음을 열어놓으면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경험담을 달아봤습니다.

Updated at 2021-09-21 18: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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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안 봤지만
본문의 내용에 공감하며 추천 꾹

1
Updated at 2021-09-21 19:13:07

전 영어를 전혀 몰라서 이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할 수도 있지"란 말 자체가 어떤 경우의 수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 원문 자체도 엄연히 "관련이 있는 경우"를 염두해두고 있는 문장 아닐까요?
뉘앙스야 좀 다르겠지만, 뭐 안 다를 수도 있고(다를 수도 있지).

물론 제가 보기에도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을 넘어 그냥 이해가 안가기는 하지만
인간이 살다 보면 "ㅅㅂ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됐는지 도대체가 모르겠네" 싶은
알 수 없는 감정의 순간을 경험하듯 그런 부분에서 공감해서 보면 꽤 와닿기도 합니다.
저도 두번째 볼때 캐릭터 인물들 이름 적어가면서 배우들이 서로 어떤 역할로 바뀌어가는지
파악하고 나서야 정말 무서운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테넷은 비슷하게 복잡하긴 하지만 논리정연한 영화라 설명 가능한 영화긴 하고요.

WR
Updated at 2021-09-21 19:13:37

제가 사실 현직 영어 강사입니다...^^; Could be. 까지만 쓴 것은 앞 문장과 같은 단어가 생략된 것이기 때문에 Could be unrelated. 의 의미가 됩니다. 

 

이동진 평론가도 인물이나 내용 자체보다는, 어떤 인물이 어떤 인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선을 보는게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구요. 이 부분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고 공감도 간 부분이었습니다.

2021-09-21 19:21:20

영어 강사시군요^^;;
저도 "막상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완전히 설명 가능하면 어떤 영화가 될까?"
종종 상상해보기는 해서 그런 부분에서 생각해볼 거리는 있겠네요.
혹시 스트레이트 스토리도 아직 안보셨으면 꼭 보세요.
데이빗 린치 영화인데,이야기가 너무 평범해서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멀홀랜드 드라이브랑 정반대 경우라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나? 이렇게 쉽게(?) 이해해도 괜찮나?" 싶은 영화..

WR
2021-09-21 20:12:39

추천 감사합니다. 해당 작품도 꼭 감상 해보겠습니다 ^^

1
2021-09-21 19:20:15

전 그래서 이제는 영화 줄세우기에 동감이 안됩니다.

역대 영화순위는 흥행빼고는 의미있는건 없다고 봐요.

평론가들이 뽑은 영화순위니 하는것들은 동감이 안갑니다.

9
2021-09-21 19:37:03

그들만의 세계, 그들만의 리그라는 표현이나 어조를 개인적으론 굉장히 싫어합니다.

저런 식으로 평가절하되는 노력 (혹은 비상)이 없이는 예술의 도약은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와서 대중적으로도 인정받거나 명작이라 칭송받는 수많은 작품들도 나왔을 당시엔 난해하거나 도전적이며 실험적인 것으로 여럿에 의해 평가절하되거나 무시되곤 했습니다.

5
2021-09-21 19:38:35

평론가의 비평, 혹은 영화 목록을 보고 동의하지 못하고 무의미 하다는 분들께는 항상 되묻고 싶습니다.

평론가에게 너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작품 10편을 뽑아라 했을때

그 사람 본인이 느끼기에 가장 앞서나간 작품 10편을 꼽는게 바람직한건지

아니면 스스로 검열하며 이 작품은 정말 대단했지만 대중적이지 못하니 제외해야겠다 라고 하는 것이 더 희망적인 것일지.

WR
2
2021-09-21 20:09:21

평론가의 비평이나 목록이 절대로 무의미 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작품을 만드는 감독 역시 절대로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뭐 제가 싫어한다고 영화를 안 만든답니까? ㅎㅎ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로 시작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로 끝납니다.

저의 취향과 저의 이해의 한계가 이러하다 라는 감상기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2021-09-21 19:38:20

예전 비슷한 감상이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기묘한 미궁속을 헤메는 느낌이 이젠 나름 좋더군요. 

역시 비슷하면서도 다른 케이스로 이전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들을 보면서 극히 정적인 컷들이 꼼수같고 맘에 안 들었는데 다시 보니 나름의 매력을 느끼게 됐고요. 

2
2021-09-21 19:59:45

근데 사실 멀홀랜드 드라이브 정도면 서사가 아예 없고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이다 싶을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은데요.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배우 지망생이 겪는 이런저런 일들..

물론 중간중간 모호하고 왜 이런 장면들이 나오지? 싶은 부분이 있지만 그 전부를 해석하려고 들면 저도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연출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러한 부분이 그냥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면 충분히 별로라고 느끼실 만 합니다.

그래도 본문에서 언급하신 대로 질문을 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관점에 동의하신다면 나중에 한번 재관람 하시거나, 같은 감독의 <블루 벨벳>을 추천드립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보다 덜 모호하고 어느정도 스토리도 직관적인 편입니다.

WR
1
Updated at 2021-09-21 20:11:59

제 취향이 아니더라도 유명작/화제작은 무조건 한 번씩은 보려고 노력합니다. 제 취향은 있지만 꼭 취향대로만 골라 보지 않습니다. 현 시점에서 제가 이해와 공감을 못할 뿐이지 뭐 보다보면 언젠간 제 시야와 작품을 이해하는 수준이 높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 가능성까지 닫아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블루벨벳도 이미 블루레이 구입해 뒀습니다. 이것도 조만간 감상하려구요 ㅎㅎ

2021-09-21 20:21:28

 그런대 의외로 요즘 사람들은 그런 영화를 좋아합니다. 심지어 감독이 그게 아니라 이거라고 말을 해도 영화 해석은 관객의 몫이니까 나는 내가 해석한대로가 정답이라고 본다고 주장하죠. 그래서 요즘은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들고 해석은 니들 맘대로 해라 식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게임계에서도 이런걸 적극 활용하는 제작사가 있는데 바로 프롬 소프트입니다.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어진 스토리 덕분에 유저들이 일명 프롬뇌라는걸 가동시켜서 수많은 해석을 만들게끔 하죠

2021-09-21 22:55:58

전 상징과 애매모호함으로 떡칠했지만 웰메이드 영화는 좋아합니다. 

그래서 데이비드 린치는 좋아합니당

2021-09-21 23:17:02

저는 나름대로 즐긴 영화이긴 하지만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네요. 실험영화? 딱 이런 느낌이죠.

Updated at 2021-09-22 02: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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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1-09-22 07:55:44

접근이 쉬운 책, 영화, 음악은 만인이 즐길 수 있는 취미거리라 취향과 즐기는 방법이 모두 다르지 않겠어요? 톨스토이를 읽든 무협지를 읽든 만화를 보고 좋아하든 서로 존중은 못해도 '수준 높은사람, 수준낮은사람, 그들만의세계' 로 묶어서 그들을 이해 할 수 없다는 접근은 유치하기까지 합니다. 라이트 노벨을 즐기는 사람이나 톨스토이 읽는 사람이 서로 비아냥 거리진 않던데 영화는 예슬영역이라 그런지 항상 아쉽던 차에 적어봤습니다.

2021-09-22 15:17:15

그 해몽을 하는 과정이 예술이란 활동의 일부 아닐까요? 그래서 공교육 과정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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