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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와 여인숙(1997) - 용두사미 맥빠진 연출에서도 돋보인 김상중과 이정현(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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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0-18 20:48:52

네이버시리즈 무료 영화 목록에 잊고 있었던 추억의 [마리아와 여인숙]이 복원판으로 올라와 있어서 호기심으로 내려 받아 봤다. 복원판 감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디오 이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깨끗하게 되살린 디지털 복원판이라서 완성도를 떠나 다시 볼만한 가치는 있었다. 언제 복원이 된건지 몰라보게 선명해진 화질과 비디오에서 잘라 먹은 화면비가 반갑다.


정사 장면에서 배우들 공사한 흔적과 대역 배우 모습이 얼핏얼핏 스치는 것도 디지털 복원판에서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과 같은 날 개봉한 에로틱 범죄 액션 스릴러인 [블랙잭]도 강수연의 공사한 흔적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요즘같으면 CG로 보정했을 부분인데, CG가 활성화 된 지금도 [마약왕] 목욕탕 격투 장면의 조우진 노출처럼 공사한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개봉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마리아와 여인숙]이나 [블랙잭]이 나온 시절만 해도 여배우 노출 연기에 대한 선입견이 강해서 무수한 후유증을 남겼고 그 영향으로 에로틱스릴러의 주인공이더라도 몸을 사리는 것에 그러려니 했다. 지금 봤을 땐 에로틱스릴러인 거 알고 받을 거 다 받으면서 공사는 기본이고 대역까지 쓰는 모습이 프로 의식 결여로 보이지만 당시엔 대역 섭외가 통상적이었다. 지금과 달리 미성년자관람불가 한국영화가 많았고 쓸데없는 정사 장면이 넘쳤지만 대역 배우의 활성화로 정작 주연급 배우들 중에선 주요 부위 노출까지 감행하며 정사 장면을 찍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당시 여배우들의 노출 연기에 대한 질문에 흥미로운 답변을 한 배우가 있다. 방은진이다.


질문 - 누드 출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답변 - 그 장면에 대해 공감하고 필요하다면 전 벗어요. 그래도 부끄러운 생각은 들죠.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에서는 치마가 훌러덩 올라가면서 팬티하고 양말만 걸친 장면이 나오는데 찍을 땐 참 챙피해요. 그런데 이왕 필요해서 벗는 거라면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더 웃긴 건 벗어야 할 때 슬슬 빼고 뜸들이는 거예요. 시나리오에 다 써 있어요. 예를 들어 목욕하는 장면이면 뒷모습만 누드라든가 상반신만 보여 준다든가 하는 게 다 나와 있거든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이미 얘기돼서 계약한 건데, 그땐 가만 있다가 촬영할 때 못하겠다는 거예요. 그런 건 프로 정신이 없다고밖에 안 보여요. 연기할 땐 철저하게 연기자가 돼야죠.

- 1996년 프리미어 2월호 인터뷰 중

 

 

▲ [마리아와 여인숙] 개봉 전 씨네21 지면 광고 스캔

 

 

포스터마다 다른 영화 카피가 예술이다. 에로틱 치정극의 통속성을 의도한 카피들인데 특히 "그곳에선 언제나 밤꽃 향기가 가득했다!" 카피는 개봉 당시에도 심의에 통과된 게 신기할 정도로 외설적인 은유가 돋보였다. [마리아와 여인숙]은 주연 배우들은 몸을 사렸지만 단역 배우들의 정사 장면은 과감해 장르에 맞는 최소한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긴 했다. 이런 외설성이 오해돼 그해 무주리조트에서 개최된 대종상에서 [초록불고기][노는 계집 창정경]에 버금가게 [미아리와 여인숙]으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시상식 촌극으로 기억되고 있다.

 

[마리아와 여인숙]은 선익필름을 삼켰다. 선익필름은 1995년 [테러리스트] 같은 흥행작을 배출하기도 했지만 1996년 [나에게 오라]와 1997년 [불새]의 부진으로 위태로워졌다. 두 작품 실패의 영향으로 [마리아와 여인숙]은 촬영 도중 대기업 투자가 취소됐다. 영화사는 13억의 제작비를 자체 조달하여 [마리아와 여인숙]을 제작했지만 영화는 그해 추석 개봉 한국영화 다섯 편 중 가장 저조한 기록을 내며 참패했다.


결국 영화 세 편이 연속으로 망한 것을 견디지 못한 영화사는 [마리아와 여인숙] 개봉 일주일만인 1997년 9월 19일 부도를 내고 말았다. [마리아와 여인숙]은 대우에 4억 5천만원의 비디오 판권을 팔았지만 손익분기점의 기대를 극장 수입에 기댈 수 밖에 없던 현실에서 극장 장사가 너무 안 돼 13억의 제작비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마리아와 여인숙]의 대기업 투자가 촬영 도중 끊긴 것은 이정재의 제대 후 복귀작으로 흥행을 낙관했던 [불새]가 망한 탓이 컸다. 선익필름은 [나에게 오라]와 [불새]를 대우의 전액 투자로 만들었지만 두 작품이 실패했고 [마리아와 여인숙]이 제작될 당시에는 충무로의 대기업 투자 거품이 빠져 나갔을 때라 신규 투자도 거의 동결된 상태였다. 선익필름 대표 임충렬의 자체 조달로 13억의 제작비를 전액 충당했으니 흥행에 대한 압박감이 심했을테고 이런 불안감이 은유로 빠졌어야 할 부분까지도 지나치게 부각시켜 선정성에 치중했는지도 모른다.


[마리아와 여인숙]은 1979년 10.26부터 1991년 7월까지 바닷가 한 허름한 여인숙을 두고 12년에 걸쳐 일어나는 치정 관계를 통해 정권의 흐름을 은유한 작품이지만 결과물을 보면 의아하기만 하다. 극의 핵심인 은유가 결여된 탓에 인물들의 동기부여는 약해지고 이야기는 개연성을 잃어서 도무지가 여인숙을 놓고 대립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느닷없는 전환 속에서 이정현의 미숙한 해설은 사족에 그치고 만다.

 

[마리아와 여인숙]은 1997년 9월 13일 추석 특선으로 개봉했다. 그해 추석 대목을 노린 한국 상업영화는 다섯 편이나 됐다. [마리아와 여인숙]과 경쟁한 한국영화는 [접속][노는 계집 창][현상수배][블랙잭]이었는데 제작 당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마리아와 여인숙]이 개봉 후에는 가장 저조한 기록을 냈다.(서울 관객 31,828명)


[마리아와 여인숙]은 반전을 숨긴 스릴러로 보안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홍보 시기를 놓쳐 버린 [블랙잭]보다도 부진했다. [블랙잭]은 그나마 입소문이라도 나서 [마리아와 여인숙]보단 관객이 들었다. [마리아와 여인숙]은 모든 면에서 어정쩡했다. 에로물로는 [노는 계집 창] 보다 약했다. [마리아와 여인숙]은 잦은 대역으로 감질났지만 [노는 계집 창]은 배우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벗었고 구성도 촘촘했다. 스릴러로는 짜임새와 무게감을 확보한 [블랙잭]보다 떨어졌다. 실상은 원톱이 아니었지만 제작 당시엔 원톱으로 홍보된 심혜진의 악녀 연기도 싱거웠고 재미도 없었다.


박중훈 해외 진출의 몸풀기였던 [현상수배]는 박중훈 표 코미디의 식상함과 떨어지는 완성도로 외면 받았고 [블랙잭]은 스타 파워를 잃은 최민수, 강수연 조합을 떠나 사전 홍보가 너무 안 된 것도 흥행 실패의 요인이었다. 신선한 기획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접속]과 얄팍한 사회극의 이중성으로 의도가 불순해 보였던 [노는 계집 창]만이 1997년 추석 극장가의 한국영화 5파전에서 결실을 맺었다.

 


[마리아와 여인숙]은 1991년 영화진흥공사가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기대작이었다. 작가시대로 뭉친 양진성, 정대성, 박경덕, 문상훈이 이금주의 각본을 각색했다. 이 작품은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많은 이들이 눈독을 들였고 한동안 장선우의 차기작으로 알려졌다가 거듭된 제작 지연으로 장선우와 절친한 선우완에게 넘어갔다.


선우완은 장선우의 예명을 따오게 한 인물이며 장선우, 장현수, 강제규 감독 등에게 미친 영향력과 재능으로 1991년 [피와 불] 이후 6년만에 영화계로 복귀했을 때 많은 영화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 분위기가 가히 [씬 레드 라인]으로 복귀한 테렌스 맬릭에 대한 추앙처럼 뜨거웠다. 선우완의 텔레비전 활동에 아쉬워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선우완은 장선우에게 넘겨 받은 [마리아와 여인숙]으로 영화계에 복귀하면서 데뷔작을 찍는다는 각오로 의욕적으로 임했지만 영화가 영화사까지 삼킬 정도로 흥행과 비평 쪽에서 죽을 쑤면서 더는 영화 연출에 나서지 않았다. 제작 당시에는 에로틱한 요소에 중점을 두겠다던 장선우와는 다른 질감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과는 절박한 영화사 사정을 고려해서인지 에로만 남은 작품으로 변질됐다.

 

 

 

 

 

제작 당시 충무로 여배우 캐스팅 0순위로 잘 나갔던 심혜진은 [마리아와 여인숙]이 데뷔 이후 첫 원톱 주연으로 홍보됐으나 결과는 심혜진이 영화배우 시절 잘 묻어갔던 앙상블 호흡이었다. 원톱 비중도 아니었고 분량도 신현중, 김상중 등과 골고루 나눠 가진다. 94분 상영시간에서 후반 10분은 주인공 역할이 이정현이 연기한 성장한 마리아로 넘어가기까지 한다. [마리아와 여인숙]은 심혜진이 영화배우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섭외된 작품이라 데뷔 이후 처음으로 원톱에 나선 충무로 캐스팅 0순위 흥행배우 심혜진의 요부 연기를 홍보 구실로 써먹은 듯 싶다.


공교롭게도 심혜진은 1997년을 기점으로 충무로 영향력에서 멀어진다. 1997년 개봉한 네 편의 작품(초록물고기,큐,꽃을 든 남자,마리아와 여인숙)이 모두 망했고 1998년에 개봉한 두 편의 영화(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실락원)도 망한 시점에서 일찌감치 내정된 왕가위의 [2046] 제작은 하염없이 지연돼 결국 한 장면도 찍지 못하고 하차했다. 계약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출연한 [실락원] 리메이크 이후 오랜만에 들어간 텔레비전 미니시리즈인 [수줍은 연인]을 기점으로 심혜진은 영화보단 텔레비전 활동에 주력하다가 2003년 [아카시아]로 5년만에 영화계에 복귀했다.


[마리아와 여인숙]은 제작 당시엔 [은행나무 침대]로 스타덤에 오른 신현준과 충무로 캐스팅 0순위였던 심혜진 주연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개봉 이후엔 감동적인 바보 연기를 펼친 김상중과 몰라보게 성장한 이정현의 도발적인 모습이 더 눈길을 끌었다. 김상중은 [목욕탕집 남자들]로 주목을 받은 뒤 제안 받은 많은 작품들 중에서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서브인 바보 역에 도전하여 의외의 행보를 보였고 선우완처럼 오랜만에 영화 작업을 하면서 데뷔작을 찍는다는 각오로 임했지만 영화가 금세 묻히면서 영화배우로 자리잡고 싶은 의욕을 채워주진 못했다. 이후에도 영화에 출연하긴 했지만 텔레비전 활동이 더 활발했고 영화배우 존재감은 희미하다.

 

제작 당시엔 심혜진, 신현준의 스타 파워로 기대를 모았다. 심혜진은 제작 당시만 해도 영화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배우였고 신현준은 [은행나무 침대]로 스타덤에 오른 뒤 겹치기, 다작으로 이미지 소모가 지나치긴 했지만 스타 파워는 유지하고 있었다. 심혜진과 신현준은 현장에서 누나, 동생으로 너무 친하게 어울려서 열애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열애설 이후 서먹해졌다는 일화를 남기기도.


현장에서 장난치며 노는 둘의 친분이 연예 정보 프로그램 등에서 예능 소재처럼 남발돼서 어둡고 비관적인 치정극인 영화의 배역 관계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2000년대 중후반 들어서부터 홍보 방식이 다양해지고 창고 영화들도 늘면서 현장 공개가 사라졌는데 현장 공개가 홍보의 기본 절차로 따랐던 시절에는 보안 문제로 꽁꽁 숨겨둔 [블랙잭][텔미썸딩] 같은 작품도 필수적으로 현장 공개를 했다. [마리아와 여인숙]은 현장 공개에서 배우들이 보인 친분이 배역을 위협했던 수준이라 현장 공개 때 어느 정도는 영화 분위기에 맞춰 작품를 홍보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 작품이다.



▼ 김상중 바보 연기 모음

- [마리아와 여인숙]은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김상중의 바보 연기는 발군이다. 김상중이 연기한 기태는 어린 시절 뇌를 다쳐 지능이 14살,15살 정도에서 멈춰 있는 인물. 지능 설정은 14살 사춘기 소년이지만 성에 대한 호기심만 14살 소년일 뿐 하는 짓은 여섯 살이다. 기태는 여관에 투숙하는 남녀의 성행위를 훔쳐보는 게 여인숙 삶의 낙이다. 그의 동생 기욱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외도로 인해 파탄난 가정, 어머니를 죽이려던 아버지, 바닷가에서 동사한 어머니의 죽음 등으로 충격을 받아 성불구의 장애를 겪으며 정신적으로도 폐쇄돼 있다.

 

 

 

 

 

 

 

 

 

 

 

 

영화가 외면돼서 그렇지 보고 나면 김상중의 천진한 바보 연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김상중의 의욕과 열정, 열연은 제작 당시부터 소문이 나있었다. 김상중은 이 작품 이전에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안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1991년 [돈아 돈아 돈아]와 1992년 [사랑전쟁]이었는데 나름 의미있던 원작을 엉망으로 각색한 것에 대한 불만과 신인 여배우들에게 접대를 강요하는 현장 분위기에 환멸을 느껴 다시 무대로 돌아가 방송과 병행했다. [사랑전쟁]의 경우는 김원희가 공채 탤런트 데뷔 전 찍은 작품으로 김원희의 노출 연기 때문에 뒤늦게 발굴됐다.


 

 

 

 

동생과 아내의 근친상간에 충격을 받은 기태의 광기. 동생이 어린 시절 봤던 어머니의 불륜과 그런 어머니를 죽이려던 아버지의 모습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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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동생의 뺨을 때리고 난 뒤 당황한 형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여인숙은 세트다. 120평 2층 규모인 파도 여인숙과 창고는 안면도 장산포 해수욕장 근처에 지어졌다. 실감나게 지어진 야외 세트에서 1997년 2월부터 6월까지 촬영이 진행됐으며 4개월간 10여년에 걸쳐 여름과 겨울에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촬영 초기에 심혜진, 신현준이 출연한 [은행나무 침대]가 대박이 났으니 촬영장 분위기도 고무적이었을 터.


[마리아와 여인숙]의 애초 시나리오 제목은 [여름 그리고 마리아와 여인숙]이었다. 심혜진, 신현준 같은 스타가 출연한 작품이지만 장소 자체가 워낙 한적한 곳이고 본격적인 휴가철 이전에 촬영을 완료해서 구경꾼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이경영은 특별 출연이다. 선익필름과는 [테러리스트]의 인연이 있다. 이경영, 박상민, 이정현이 특별 출연으로 크레딧에 올랐다. 이경영은 특별 출연이라고는 하지만 배역 비중이나 분량은 조연이다. 94분짜리 영화에서 58분만에 등장하여 마지막까지 함께 간다. 지금이나 그때나 이경영의 다작과 특별 출연은 질렸다. 이경영은 심혜진이 연기한 명자의 진짜 남편으로 등장해 기태,기욱 형제의 여인숙을 손에 넣고 평범하고 초라했던 여인숙을 매음굴로 만들어 버린다.


후반부 이경영이 개 잡는 모습은 지금이라면 킴 베이싱어가 성명을 보낼만한 끔찍한 동물학대로 개 식용에 둔감했던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개 식용이 문제될 건 없다고 보지만 촬영 때문에 질질 끌려가다가 목이 매달리고 목매달린 뒤엔 털이 벗겨진 개가 끓는 솥에 통째로 들어가 야채와 함께 끓여지기까지 하니 지금 보기엔 거북하다. 아무리 봐도 가죽이 벗겨진 개가 모형은 아닌 것 같아서 쇼킹 아시아스러운 느낌이 있다.


2001년 [고양이를 부탁해] 때는 촬영 직전까지 고양이 섭외로 애를 먹었을만큼 당시 한국영화는 동물보호에 무심했다. 동물들이 작품 찍다가 스트레스로 죽는 사례도 많았다.

 

막판 뒤집기를 보여주는 후반 10분에서 박상민이 18살 마리아로 나오는 이정현의 기둥서방으로 등장한다. 특별 출연인 박상민은 선익필름과 [나에게 오라]의 인연이 있다. [나에게 오라]는 극장에선 실패했지만 2차 시장에서 재발굴되면서 [장군의 아들] 시리즈 이후 박상민의 영화 대표작으로 남았다. 특히 [비트] 세대의 남자 관객들이 [나에게 오라]를 좋아한다. [나에게 오라]도 [마리아와 여인숙]처럼 깨끗하게 디지털 복원돼 공식 서비스로 풀렸다.


박상민은 [마리아와 여인숙]에서 후반 10분 동안 세 장면 나오는 특별 출연인데도 주연배우들은 몸을 사린 노출 열연을 펼쳤다. 당시 고3 수험생이던 17살 이정현(1980년 2월 7일생으로 한 학년 일찍 진학)과 정사 장면에서 엉덩이까지 노출한다.



▼ 개봉 당시 몰라보게 성숙해진 이정현의 도발적인 모습

- [마리아와 여인숙]은 이정현이 충격적인 데뷔작인 [꽃잎] 이후 1년 반만에 들어간 영화로 몰라보게 성숙해진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꽃잎]으로 그렇게 주목을 받았지만 차기작은 드라마 두 편에 그쳤다. 1996년 드라마 [일곱개의 숟가락] 이후엔 연예 활동도 없어서 근황이 궁금하던 차에 [마리아와 여인숙]에 특별 출연했다.


이정현의 특별 출연은 장선우의 영향이 크다. 애초 [마리아와 여인숙]은 장선우가 연출하려던 작품이었고 장선우와 [서울 예수](서울 황제)를 공동 연출한 선우완에게 넘어오면서 이정현의 출연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이정현은 [나쁜 영화] 오디션에도 참석했었다. 1997년 들어 고3이 된 이정현은 대입 준비로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다가 촬영 분량이 적고 배역에도 매력을 느끼면서 [마리아와 여인숙]에 합류했다.


이정현은 후반 10분 출연과 초반, 후반의 해설을 맡았는데 연기나 해설이나 미숙하고 어설펐지만 고혹적으로 빛나던 외모와 사이사이 드러나는 독기어린 표정 연기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연기력보단 단 10분 출연에서 박상민과 아슬아슬한 수위로 정사 장면을, 김상중과는 프렌치키스를 나누는 모습이 [프리티 베이비]의 브룩 쉴즈 버금가게 놀랍다. 의붓아빠와 프렌치키스도 뜨악하지만 포주 엄마 밑에서 매춘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18살 딸이 의붓아빠와 복수를 계획하는 막판 뒤집기 설정도 과격했다.


후반 10분 등장하는 이정현의 과감한 연기는 미성년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말이 나왔던 모습이었다. [꽃잎]에서도 착취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위험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18살 마리아로 나온 이정현은 특별 출연한 박상민을 이용하여 문제의 여인숙을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18살 마리아의 정사 장면은 영화에선 손만 등장하지만 현장 스틸로 박상민과 함께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만 등장할 때 남자 손목의 상처도 박상민 손과 일치한다. 이 장면 뒤 이정현과 함께있는 박상민 모습은 심지어 누드다. 당시에도 저렇게까지 해도 되는건가 싶었던 모습이었다.


이정현이 생일이 빨라 촬영 당시엔 17살이었고 학생 신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냥 노출이 아닌 정사 장면에서의 정사 연기였고 노출이었으며 역할도 매음굴에서 성장하여 콘돔 심부름을 하는 역이었으니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현장 스틸에서 박상민은 하의를 입었지만 본편에선 벗은 상태다.

 

 

 

 

박상민과 두 번째 정사 장면도 이렇게 아슬아슬하다.

 

 

박상민과 이정현의 현장 스틸. 만둣집 촬영하고 기념으로 찍은 사진같다. 이정현은 의상도 단벌이고 10분 나오는 동안 걷는 장면만 반이라서 촬영 분량은 1~2회에서 마무리되지 않았을까 싶다.

 

 

 

심혜진은 요부 연기는 역부족이었지만 [세상밖으로] 때처럼 악다구니를 쓰는 중년의 포주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영화가 시시하게 늘어지다가 10년 세월을 건너뛴 후반 10분에서 심혜진, 이정현 구도가 잠깐 펼쳐질 때 무척 흥미진진해지는데 그 순간에 느닷없는 반전을 던지고는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막판 뒤집기가 얼떨떨한건 미성년자 배우와 성인 배우가 보인 정사 장면과 프렌치키스 때문이지 김새는 반전 때문이 아니다.

 

 

 

이정현은 고작 10분 나오는 동안 박상민과는 정사 장면을, 김상중과는 프렌치키스를, 이경영한테는 두 번이나 엉덩이 성추행을 당한다. 요즘 같으면 미성년자 배우에게 맡겨질 수 없는 연기 주문이다.


당시엔 이정현의 [꽃잎] 노출 연기가 문제가 되어 전학을 가야했던 게 와전이 돼서 퇴학을 당했다는 소문도 퍼졌기 때문에 [마리아와 여인숙]의 후반 묘사가 불편했었다.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발사하며 걷는 모습들에서 [클로저]의 나탈리 포트만이 겹친다.


 

마리아는 콘돔 심부름을 하는데 마리아가 약국에서 구입하는 콘돔 정도의 양으론 하루 장사도 못할 것이다. 매음굴로 전락한 파도 여인숙 정도의 규모라면 아무리 현재의 시대 배경이 1991년이라 할지라도 고정으로 콘돔을 배송 받는 업체가 있을 것이다. 마리아가 돈을 지불하긴 했지만 이후 장면에서 심혜진이 콘돔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풍선을 부는 모습을 보면 신제품 기능 확인차 소량만 구입한 게 아닐까 싶다.

 

 

 

 

 

 

 

 

 

근친상간 좌책감으로 동생은 자살하고 말을 잃은 기태와 국가로 상징되는 여인숙을 되찾으려는 음모는 이해되는데 그걸 프렌치키스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 당황스럽다. 의붓아빠와 프렌치키스라니 이건 무슨 상징인지 모르겠다. 역시 이 장면에서도 대역은 없다. 형제를 파멸로 몰아 넣는 심혜진 배역은 정사 장면이건 씻는 장면이건 노출을 할 때마다 대역으로 갈아타지만 미성년자인 이정현은 대역 없이 과격하게 간다.


 

 

12년간 일어나는 정권의 흐름을 포착한 은유와 암시는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다. 미스테리와 스릴러도 힘을 잃어 무료하다. 한여름의 열기와 습도를 끈적끈적하게 적시는 에로틱한 열기만 그럴 듯 하다. 분위기 하나는 포스터의 과장된 카피를 지탱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스타 출연진, 경쟁이 붙었던 공모전 대상 시나리오, 시의성. [마리아와 여인숙]은 풍성한 자원으로 출발한 작품이지만 대기업 투자 중단으로 흥행의 압박을 받으면서 촬영에 돌입하고 난 뒤 표류하게 됐고 그 방책으로 에로에만 헛물을 켜다가 지금과 같은 태작의 결과가 나온 듯 싶다. 볼 때마다 기초 재료가 아까울 뿐이다.

 

▲ 1997년 개봉 당시 씨네21 2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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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10-18 19:51:05

잘 읽었습니다.
당시 극장에서 보긴 했으나 기억 나는건 거의 없었는데 .. 이 글을 읽으니 조금 생각이 나려고도 하네요. ㅎ

2021-10-18 20:13:38

여인숙은 세트다
부터 한 단락이 중복인거 같습니다.

솔직히 극본이 얼마나 좋았길래 공모작으로 선정되고 실제 제작된 영화가 그것을 망쳐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딱 성애 영화 수준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고 김기덕 작품 비스무리 한 영화였습니다.

이거보다는 다른 작품들이 더 눈에 띄었던 한해가 아닐까 싶네요

WR
2021-10-18 20:49:17

수정했습니다. 

2021-10-18 21:21:26

정재형이 만든 영화 음악이 더 기억에 남아요 영화에서는 잘 기억도 안나는데 앨범만 들었을때 좋더라구요 이소라 가 부른 주제가도 좋았고

2021-10-19 14:21:34

저도 24년전 롯데월드 극장에서 봤는데 뭥미??? 했던 기억만 있던 영화예요.
덕분에 새록새록 기억이 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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