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지상파 외화 자막방송에 대한 기억
어렸을 때(80년대)는 TV판 외화 더빙은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AFKN 에서 가끔 채널을 돌리다가 맥가이버가 나오면 반가운 마음에 채널을 멈추는데
경쾌한 배한성 아저씨 목소리 대신 굵고 평범한 목소리에 매우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맥가이버는 우리나라가 더 맥가이버 같네... (?)
그러다 90년대가 되면서, 영화에 좀더 구체작인 관심을 가지게 되고, 라디오 영화음악 방송을 자주 듣게 되었는데.
라디오나 TV에 자주 나오던 영화 평론가분들이 특히 더빙 방송에 대한 불만을 많이 토로했던 것 같습니다. 유지나 평론가였나요?
결국 90년대 초반부터, 외화를 자막으로 방송해달라는 여론이, 당시 각 방송사의 옴부즈맨 코너에 종종 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 옴부즈맨이라는 용어도 갑자기 많이 쓰였던 것 같네요.
1994년 4월 7일 경향신문 기사
예전 기사를 보니, 국제화, 개방화, 케이블 TV와의 경쟁 등이 자막 방송의 명분이었군요.
MBC였던게 확실히 기억이 납니다. MBC가 당시 이런 부분에서는 선구자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당시 영화도 잘 모르면서, 나름 영화팬이라는 생각에 빠져, 제대로 된 영화를 본다는 생각에 자막방송을 환영했었네요. 부끄럽네요.
그렇게 해서 한달에 1번인가, 자막방송을 했던 것 같고.
자막으로 방송했던 서부영화가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지상파 자막이라서 그런가, 날림 비디오 자막 보다야 훨씬 고퀄의 자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베벌리 힐즈의 아이들도 자막방송을 했던가요? 자막으로 전환되고 곧 종영하지 않았나요?
더빙만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TV영화나 드라마를 본 기억이 거의 없네요. 주로 극장, 비디오방을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X-파일도 안봤어요...
그러다 2000년대 들어와 DP에 가입하게 되었고
DVD시대가 되면서 더빙판 컨텐츠에 대한 논의를 접하게 된 것 같습니다.
DVD에서 멀티 음성을 지원할 수 있게 되니,
그제서야 더빙판이 얼마나 귀한 자료인지 뒤늦게 알게 된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가물에 콩나듯 지상파 더빙 방송을 하면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후반 방송했던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카모메 식당"
같은 작품은 더빙으로 정말 재미있게 본 것 같습니다 .
왜 더빙으로 방송했는지 모르겠네요... 일본영화라 그랬나?
그런데, 최근 더빙에 관련된 글을 보면서 씁쓸하네요.
영화를 더빙으로 방송하면, 시청자들의 항의가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네요.
그나마 명절때 "비긴어게인" 이나 "월요일이 사라졌다" "싱 스트리트" 같은 영화가 더빙으로 방영해서 참 좋았는데 요즘 그마저도 뜸한 이유가 있었군요.
최근에 신촌에서 1991년부터 영업을 하던 향음악사가 오프라인 가게를 닫고 온라인 샵으로 운영하다가 급기야 온라인 샵마저 문을 닫는다는 예고를 했는데요.
저도 한때 단골이라 굉장히 아쉬워 했지만, 근래 10여년동안은 향음악사에서 온라인 주문을 한번도 한 적이 없더라구요.
한양문고나 북새통이 폐업 한다 했을 때도, 아쉬워했지만, 10여년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방문한 것 같습니다.
"온라인이 편하니까", "온라인이 더 싸니까"" 쿠폰이나 카드 할인이 되니까", "홍대 신촌을 잘 안나가게되어서"
신기하게도 나만 그런게 아니라, 사람 마음은 다 똑같아서, 다른 사람들도 그동안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용을 안했겠죠.
내가 자주가던 가게가 계속 남아있어서, 언젠가 내가 가고 싶은 마음을 먹으면 찾을 수 있도록 그자리에 그대로 남아서 나를 반겨줬으면 하는 마음.
남녀 관계로 생각해보면, 이런 이기적인 연애가 있나 싶습니다.
결국 비즈니스인데 찾는 손님이 없으면 문 닫는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내가 안가면 다른 사람도 안가는거구요.
솔직히 내가 더빙판을 선호하지 않는데, 더빙판을 안보는데 더빙판이 계속유지되기 바라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스크린 쿼터처럼 더빙판에 대한 의무화도, 더빙에 대한 선호가 어느정도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의무로 더빙판 상영회차를 만들었는데, 아무도 찾지 않는다면, 제도의 실효성도 문제가 될거구요.
OTT나 물리매체에 대한 더빙판 강제 수록을 법제화 한다 하더라도, 업체측에서는 비행기용 더빙판을 활용한다면 간단히 대응가능할겁니다.
DVD시대를 거치면서 더빙판에 대한 선호가 늘어났나 했는데, TV에서 더빙 방송을 하면 항의를 한다니. ... 더빙을 찾는 것은 DP회원정도 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서글프네요.
글쓰기 |
요즘 디플에서 X파일을 다시 보는데 (화질이 은근 좋네요.),
알고는 있었지만 더빙과 듀코브니 본인 목소리의 차이 때문에 살짝 웃음이 났습니다.
옛날에 미국 현지인이 X파일 케이블 재방 보면서
"멀더" 목소리가 FBI 에이전트가 아닌, "Weed Junkie" 같다고 그랬거든요.
저야 이규화성우 목소리 밖에 못 들었었으니 좀 생경했습니다.
듀코브니 목소리는 [레드슈 다이어리] 티비판이나, [캘리포니케이션]에선 잘 어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