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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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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2 09:22:13

감독 : 이장호 | 113분

아침에 영화 한편 볼까 싶어 생각하다가...뭔가 재밌어 보여 본작을 감상해봤습니다.

와...정말 재밌네요.

80년대 정서, 그 때 풍경들이 많이 나와 좋았고, 특히나...'김보연'씨 아름다움이 대단합니다.

작품 후반부에 나름 꾸미고 나온 모습보다 초중반에 청순한 이미지가 더 좋았어요.

젊은시절 '임예진'씨도 반가웠고요. 

*이젠 고인이 되신 '김성찬'씨 연기도 오래간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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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2-01-02 14:06:59

몇 년 전에 블루레이로 첫 감상한 영화였는데요.

임예진씨 미모에 감탄을 하였네요.

넋 놓고 본 기억이 납니다.

WR
2022-01-02 14:30:04

그러셨군요
저도 같은 느낌 받았습니다~
사투리 연기도 구수하게 잘 하시더군요.
블루레이 타이틀 구매 생각중이에요^^

2
2022-01-02 18:31:59

제가 몇 년 전에 블루레이 코멘터리 듣고 정리한 트라비아 입니다. 코멘터리에서 나온 내용들.

1. 최일남이 1979년에 발표한 중편 소설 [우리들의 넝쿨]을 각색했다.

2. 중국집 배달원인 덕배 역은 원래 원작에서처럼 사시 청년을 써서 원작에도 충실하고 사실감을 높이려고 했다. 공개 모집을 해서 겨우 뽑은 배우를 한달간 훈련시켰지만 연기에 문제가 많아서 고민하던 중 조감독인 배창호 감독의 소개로 아역 배우 출신인 안성기가 발탁됐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은 배창호 감독이 조감독 시절 이장호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영화이기도 하다.

3. 극중 유지인이 사는 부자 동네는 강남 방배동이다. 방배동은 강남 개발 시기였던 1980년 제작 당시엔 졸부들의 마을로 인식되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었지만 일반적으로 별로 좋은 인식을 심어주진 못했다.

4. 대마초 파문으로 4년간 활동 중지에 들어갔던 이장호 감독의 복귀작으로 이장호 감독은 4년간 칩거하면서 의식화가 됐고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아주 많아졌다. 그가 [바람 불어 좋은 날]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당시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가 실종된 국내 영화계의 현실이 아쉬워서였다. 이장호 감독은 [바람 불어 좋은 날]을 통해 사회적인 물음을 던지는 리얼리즘 영화의 힘을 회복시켜 보고 싶었다.

5. 이장호 감독은 대마초로 구속되어 무기한 활동 정지를 먹었고 [바람 불어 좋은 날]로 복귀하기 전까지 매우 절망적인 상태였다.

6. 원래 각색은 송기원 시인이 했지만 송기원 시인이 고은 등의 문인들과 반정부 운동 혐의로 수배중이었고 광주 항쟁 문제 등으로 구속되면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편의상 이장호 감독이 각색한 것으로 올리게 되었다. 이장호 감독은 블루레이 코멘터리에서 오래전 이야기를 전하는건데도 가슴이 떨린다고 했다. 그만큼 군사정권의 압박은 무시무시했던 것이다. 실제 각색자를 밝히긴 했지만 복원된 영화의 크레딧을 수정하진 않았다.

7. 명보극장 단관 개봉작으로 극장 간판에 이장호 감독의 얼굴을 그려 넣은건 당시 명보극장 홍보 담당이자 마케팅의 귀재로 평가 받는 김정률의 아이디어였다. 1980년 11월 27일 개봉하여 10만 228명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하였다. 코멘터리에서 이장호 감독은 [바람 불어 좋은 날]이 1980년 추석 기간에 개봉한 것으로 헷갈려 했다.

8. 이장호 감독이 꼼꼼하게 콘티 짜서 찍은 유일한 작품이다. 원래 이장호 감독은 즉홍 연출을 선호하지만 [바람 불어 좋은 날]은 4년만에 연출 기회를 얻은 재기작인만큼 철저하게 준비하여 촬영에 임했다. 이장호의 집에 모여 배우들이 독회도 가질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 이장호 감독은 이 작품으로 서정민 촬영 감독과 처음 만났다. 그전까진 주로 장석준 촬영 감독과 작업했지만 [바람 불어 좋은 날]에 들어갔을 땐 장석준 촬영 감독과 일정이 안 맞았다. 이장호 감독은 서정민 촬영 감독이 특히 이만희의 액션 영화들에서 동적인 이미지를 잘 잡아내는 촬영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을 작업하면서 호흡이 잘 맞아서 이후 여덟 작품을 함께 했다. 장석준 촬영 감독 같은 경우는 감독과 의논 없이 즉홍 촬영을 즐겨서 현장에서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9. 실명으로 활동을 중지한 이영호는 이장호의 막내 동생이다. 김성찬은 전라도 사투리를 잘 구사하는 캐릭터가 강한 조역 배우였다. 전라도 사투리를 잘 구사하는 배우가 필요해서 김성찬이 캐스팅됐다. 김성찬은 감초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서 극 흐름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게끔 촬영 내내 연기톤을 잡아줘야 했다. 서울 토박이인 이영호는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 연기 때문에 현장에서 이장호 감독에게 욕을 많이 먹었고 그만큼 현장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10. 이장호 감독은 당시 여배우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김보연의 외모를 마음에 들어했다.

11. 이향이 업고 있는 노인은 민주화 운동으로 요주의 인물이었던 임진택 명창이다.

12. 저작권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가요 뿐 아니라 마이클 잭슨의 노래도 아무 생각없이 쓰였다.

13. 2대 트로이카였던 유지인이 전성시 시절에 분량이 적은 조역을 수락한 것은 지금도 신기할 정도라고 한다.

14. 안성기는 평소에도 영화 속 덕배의 복장을 입고 다니며 배역에 몰입했다.

15. 이장호 감독은 안성기에게서 처음엔 좀 꾀죄죄한 느낌을 많이 받았고 너무 소심해 보여서 배우로서 의구심을 가졌다. 당시 안성기는 프라이드 정도 되는 경차를 끌고 다녔는데 차에 조금만 흠집이 난것같으면 바로 정차하고 내려서 차체를 확인해 보곤 했다. 이장호 감독은 저렇게 소심한 성격이 어떻게 배우를 할 수 있을까 싶어했지만 배역에 대한 연구나 자세, 섬세한 성격이 남달라서 배우로서의 능력을 인정했다.

16. 악덕 부동산 투기꾼으로 나온 최불암은 이장호 감독과 [어제 내린 비]같은 작품의 작업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의 인자한 배역들과 달리 1980년대 이전에 출연했던 영화들에선 건달 역도 종종 맡았기 때문에 이장호 감독은 [바람 불어 좋은 날]의 악역이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17. 이장호 감독은 김희라는 주연보다는 캐릭터가 강한 조역을 했을 때 힘을 발휘하는 좋은 배우라고 평가했다. 이장호 감독은 [어제 내린 비]에서 김희라가 보여준 연기가 마음에 들어 [바람 불어 좋은 날]도 함께 했다.

18. [바람 불어 좋은 날]에서 유지인이 입고 나오는 옷 대부분은 명동에 위치한 의상실 트로아조가 협찬해준 것이다. 당시 배우들이 의상도 스스로 챙겨야 했던 것을 떠올려 봤을 때 요즘과 같은 의상 협찬을 받은 것만 봐도 트로이카의 힘이다.

19. 이장호가 자랑스러워 하는 장면 중 하나는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찍은 안성기와 유지인의 데이트 장면이다. 물가의 바람 부는 풍경과 계절적 분위기, 배우들의 동선 배치 등이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쉽지 않은 세련된 외화와 같은 영상 감각이 느껴진다고 자평했다.

20. 엄격한 검열 시대에 이 작품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상영될 수 있었던데에는 검열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었던 박완서 작가의 기여가 매우 크다. 당시 검열위원회에서 작품을 심사하는 시간은 2시간 안팎이었다. 사회성이 짙은 [바람 불어 좋은 날]은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박완서 작가를 제외한 위원회는 [바람 불어 좋은 날]의 주제 의식이나 표현 방식에 다 부정적이었다. 박완서의 강력한 지지로 부정적이던 검열위원회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21. 대신 공윤은 이장호 감독을 따로 불러서 일부 장면을 스스로 삭제하기를 강요했다. 후반부 술취한 김성찬이 부르는 노래 가사 중에 '순자를 부를까나...'란 가사가 문제가 되어 순자의 ㅅ을 ㅇ으로 바꿨는데 막상 상영 당시엔 아무도 '운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정된 가사의 원인이 당시 영부인 이름 때문이라는 것을 다들 눈치채고 장면이 의도한 것과 달리 웃는 관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22. 동아수출공사 제작 작품이다. 좋은 작품에는 수익을 계산하지 않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동아수출공사의 과감한 기획력으로 이장호 감독은 연출료도 그때까지 가장 많이 받았고 배우들 출연료로도 많은 돈이 들어갔다.

23. 호평이 아닌 혹평을 내리는 후기 공모전을 열어서 당선된 인물이 당시 학생이었던 황규덕 감독이다.

24. 서울대 영화 동아리 얄라셩 출신인 김홍준의 소개로 박광수는 이장호 감독의 조감독으로 들어가게 됐다.

25. 덕배가 이태원 클럽에서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장면을 위해 안성기는 2개월간 농악춤을 배웠다. 반면 같이 춤을 유지인은 별도의 사전 연습 없이 막춤을 추었다. 이장호 감독은 코멘터리에서 안성기와 유지인의 춤실력이 너무 차이 나다 보니 유지인 입장에선 손해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김홍준도 유지인의 춤실력이 조금 더 좋았다면 장면의 긴장감이 훨씬 더 살아날 수 있었을거라고 했다.

26. 송기원 시인은 수배중인 상태에서 각본을 썼기 때문에 대학 노트에 시나리오를 써왔다.

27. 신인인 안성기는 원래는 더빙이었다. 최응천과 배한성에게 더빙을 맡겨보았지만 안성기의 얼굴과 너무 안 맞아서 고민하고 있던 차에 배한성의 제안으로 안성기가 직접 녹음을 했다. 안성기를 처음엔 성우 더빙으로 가려고 했던건 일단 당시 영화계의 일반적인 흐름이 성우 더빙이기도 했고 안성기가 신인이기도 했지만 안성기의 목소리가 독특하고 남성성과 거리가 멀어서란 이유도 작용했다. 막상 안성기에게 더빙 연기도 시켜보니 정확하게 입모양을 맞춰서 안심하고 안성기에게 목소리 연기도 맡겼다. 당시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대부분의 배우들이 자기 목소리로 연기한 작품이다. 김보연은 더빙이다.

28. 김희라의 불륜이 본처에게 들통나는 장면에서 "내 복에 무슨 난리여..."란 대사가 나오는데 이장호 감독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송기원에게 그런 말도 있느냐고 물었다.

29. 중국집의 눈이 큰 보이 역은 실제로 동아수출공사 건물 근처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소년을 섭외한 것이다.

30. 이장호는 웬만하면 장면순으로 촬영하는 감독이다. [바람 불어 좋은 날]도 장면순으로 촬영했다.

31. 후반부 롱테이크 장면에서 배경으로 잡히는 포크레인은 개발 지역의 포크레인 기사를 현장에서 섭외하여 촬영했다. 급격하게 도시화가 되는 삭막한 시대상을 생생하게 잡아내고 싶어서 포크레인 기사의 실제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촬영한 것이다. 수도관이 터지는 장면은 포크레인 기사의 운전 실수로 얻은 장면이다. 영화 촬영을 한다는 것에 긴장한 포크레인 기사의 실수로 수도관이 터졌고 촬영 감독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즉홍적으로 클로즈 업 기지를 발휘하여 등장 인물이 느끼는 고민과 서글픔 등의 복잡한 심정과 묘하게 겹치는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32. 김영애는 이장호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배우였다. 이장호 감독은 [별들의 고향]의 경아 역으로 김영애를 밀었지만 제작자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때의 아쉬움으로 이장호는 김영애에게 [바람 불어 좋은 날]의 단역에 가까운 배역을 부탁했다.

33. 서울 토박이인 이장호 감독은 '객지'란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인다는 것도 [바람 불어 좋은 날]을 작업하면서 처음 알았다. 그전까지 이장호 감독은 '객지'하면 황석영의 소설 제목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34. 김성찬이 입영 열차를 타는 장면은 용산역에서 촬영, 이 날 김성찬이 지각을 해서 이장호 감독에게 몇 대 얻어 맞고 촬영을 했다. 기차를 빌려서 찍은게 아니라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완행열차의 정차 시간 5분을 이용해서 촬영을 진행해야 했기에 시간에 민감했다.

35.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은 왜 영화는 관객들과 대화를 못하는가 라는 이장호 감독의 물음에서 출발하여 마당극 스타일로 풀어낸 것이다. 원래 각본에서부터 있던 장면이었다. 당시 판소리나 마당극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토속적인 문화를 결합하여 기존 형식을 깨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던 이장호 감독은 이후 자신이 설립한 영화사의 이름도 판영화사로 지었다.

WR
2022-01-03 02:17:45

와...마치 블루레이 코멘터리 듣고 있는 것 같이 글만 읽어도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덕분에 작품관련 많은 정보 알게 됐어요, 감사합니다.

*이 방대한 분량의 정보글을 정리하신것만 봐도 참 머드님, 엄청나게 꼼꼼하신것 같네요~!

1
2022-01-02 18:52:52

이 작품 보고 나면 항상 언니네 이발관의 ‘울면서 달리기’ 를 듣게 되더군요. 그 노래 제목같은 작품이라고 해야하나..

WR
2022-01-03 02:19:35

말씀듣고 곡 찾아서 들어봤는데요...조금 슬픈 가사완 다르게 경쾌한 멜로디를 가진 노래네요, 덕분에 좋은노래 한 곡 알게 됐습니다~

1
2022-01-03 12:18:16

김보연씨는 외려 미모가 연기력을 가리는 스타일인 거 같아요.

상으로 인정받은 '꼬방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제갈 맹순이'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연기 정말 끝내줍니다.

WR
2022-01-03 12:20:14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것이...대단한 젊은날의 아름다움이더군요.

-

'제갈 맹순이'란 작품은 처음 접해보네요, 기회되면 꼭 한번 감상해 보겠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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