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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차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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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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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04:44:28

실망이라는 평을 언뜻 좀 봤었는데, 다행히 저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1.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1961년작 영화에서 굳이 결점을 뽑자면, 최중요인물인 아니타의 심리가 잘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토니에 대한 분노를 마리아의 호소에 눌려서 억누르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보였고, 다시 변심할 때도 변심 자체는 강간당할뻔한 상황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선행하는 감정선이 부자연스럽다보니 좀 애매하게 느껴졌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과의 대응관계가 거의 칼 같은 다른 인물들에 비해 눈에 확 띄니까 그래도 충분히 주목을 끌지만요.

2021년작의 아니타는 비중도 매력도 마리아한테서 뜯어오다시피해서 성격이나 감정의 디테일을 좀 더 늘렸고, 반대로 마리아는 다소 소극적으로 변했습니다.
그 결과, 마리아의 한탄을 아니타 쪽에서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타협하는 모양이 되어 감정 변화에 설득력이 부여되었습니다. 용서란 구하는 쪽보다 하는 쪽이 주체가 되는 게 자연스럽죠.
어렵게 감정에 매듭을 짓고 친구를 도우려고 하는 중에 원수들에게 봉변을 당했을 때의 충격도 절절하게 느껴지구요.

2. 또 1961년작에서는 '닥'이 중요한 역할에 비해서 너무 가볍게 다뤄진 감이 있었는데, 닥을 발렌티나로 바꾸면서 역할에 부합하는 비중과 배경을 부여하여 다방면으로 극을 풍부하게 만드는 캐릭터로 거듭났습니다.

3. 영어-스페인어의 언어장벽을 표현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단절과 갈등이 강조되는 한편으로 벽을 넘으려는 인물의 적극성도 잘 표현되고, 관객도 능동적으로 쟤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싶어하게 됩니다.

4. 토니와 마리아가 얌전해진 것과 더불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더 진중해진 건 장단이 있을 것 같습니다.

토니가 철이 들어있어서, 행복에 겨워서라거나 마리아가 옆구리 찔러서가 아니라 자기 생각으로 싸움을 멈추려하는데
총이 일찌감치 등장해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비극을 예고합니다.
마침내 베르나르도를 찌를 때도 상황이나 감정에 몰려서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기보다는 예정된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한 고전적인 비극성이 있구요.
마리아가 활기가 별로 없는 것은 쭉 아쉽지만, 그런만큼 마지막의 절규는 강렬합니다.

둘이 사랑에 빠진 행복감이 조금 절제되거나, 각각 절망할 때의 낙차가 적게 느껴지는 건 확실히 아쉽습니다.

5. 다만, 이렇게 요소별로 계속 뜯어보면 작품을 풍부하게 만드는 각색이 많은데 종합적으로는 더 낫다기보다 좀 과하게 느껴지는 게 묘한 점입니다.
1961년작 영화도 그렇지만 [로미오와 줄리엣]부터가 완성도가 대단하니 각색할 때 가능한한 절제하지 않으면 사족으로 느껴지기 쉬운 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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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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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10:21:41

모범생 같았던 프롬의 역할도 좋았는데, 아니타 배역은 그와 정 반대의 캐릭터인데, 생각보다 연기를 천연덕 스럽게 잘해서 놀랐습니다.

세간의 평이 어쨌건..(같이 같던 분도 평이 별로 안좋네요),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아메리카 신은 정말...화려함의 극치였구요.

투나잇 장면에선 살짝 눈물이 났어요...원체 좋아했던 곡이기도 하고...

딴 건 그냥다 그러려니 하는데, 임팩트 있는 곡이 없다는 분들은 정말 공감이 안되네요.

이곡 하나만으로도 2000년대 나온 뮤지컬 그 어떤 곡보다 뛰어나다고 봅니다.

코돌비에서 감상했는데, 자기전까지 계속 생각이 나네요.

2회차 감상할 예정인데, 어디서 볼까 고민중입니다. 코돌비보다 IMAX가 나을려나요?

 

WR
2022-01-16 12:09:59

외모며 의상이며 연기며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 강탈하는 캐릭터였습니다
저는 몰랐던 배우라 엔딩 크레딧을 기다렸어요ㅋㅋ
말씀하신 [프롬] 등등 출연작들을 쭉 감상해보려고 합니다

곡이 임팩트가 없다는 말은 순수하게 이 영화 사운드트랙 자체만 두고는 나오기가 힘든 말 같아요
가사며 가락이며 뇌리에 파고드는 곡들이 참 많은데...
다른 뮤지컬 곡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취향 차이로 하는 말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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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17:32:00

오늘 2회차 관람을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프닝을 비롯해서 안무가 들어가는 곡들은 많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안무 연출가인 제롬 로빈스가 손을 거쳤느냐 아니냐의 차이도 있겠지만 너무 화려해서 동선도 산만하고 영 집중이 안될뿐더러, 조지 쳐키리스가 했던 오프닝 안무는 제게는 최애 안무이기도 했는데 삭제 되었고 "Cool"도 이야기 밀도를 높이려고 순서를 바꾸면서 단체 군무가 빠진것도 많이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 I Feel Pretty의 경우에는 안무 동선이 지나치게 길어서 마리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레이첼 지글러가 별로 사랑스럽지 않다는게 가장큰 단점이었어요.. ㅠㅠ

WR
2022-01-16 18:04:32

안무 장면도 그렇고 이래저래 산만하고 과다한 느낌이 드는 구석이 꽤 있죠

i feel pretty의 표현 차이는 캐릭터 해석 차이에 의한 것도 큰 것 같습니다.
61년작 마리아는 꽤 활기찬 아가씨라, 처음 무도회에 나갔다가 첫사랑을 만나 행복감에 돌아버린 감정 상태를 과시적으로 드러내는데
21년작은 수줍고 얌전한 아가씨인데 미처 억누르지 못한 감정이 흘러나와서 살짝 들뜬 걸로 보이죠.
감정 노출이 비교적 소극적이다보니 중심에서 화면 장악하고 자랑하는 것보다 수줍어서 여기저기 도망다니는 게 어울릴 것 같기는 합니다.

그 장면 외에도 마리아가 전체적으로 부각되지 않는 건 좀 아쉬웠습니다
전통적인 푼수 커플로 묘사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인 것 같은데, 득보다 실이 큰 선택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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