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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1)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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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9 10: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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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개봉이 1년이 미뤄지면서 원작 영화 개봉 60주년에 딱 맞춰 공개되게 된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년 판. 그 시절 기준으론 완벽에 가까워서 대체 왜 만드는지 의문이었던 이 고전 뮤지컬의 리메이크에서 유일하게 믿고 갈 수 있었던 요소가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다행히도 스티븐 스필버그는 가히 거장의 무게감을 증명한 재구성으로 일정 수준 만족감을 안긴다.


쌓여가는 수상 실적과 외신 호평이 업계 거물에 대한 예우 차원의 대접은 아닐까 싶어 의심했던 순간도 있었는데 자국 공개 한 달 만에 들어온 결과를 확인해 보니 작품에 기울어진 평가로 보인다. 장르적 기여도가 아닌 작품적으로만 봤을 땐 장면별 확장성과 현대 기술력의 순조로운 조화로 원조를 능가하는 보강이었다. 원조와 달리 치우치지 않은 시각으로 균형성을 지킨 것도 이 시대 비위를 채워준 것 같다.


1961년 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할리우드 리메이크 기획안에서 성역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리메이크 가능성이 답보된 교과서적인 고전으로 인식됐다. 견고하게 굳어진 작품의 막강함으로 굳이 리메이크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대상이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원작 무대극으론 지금까지 회전되고 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영화를 넘어선 분야에선 뮤지컬로, 연극으로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는 것처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1957년 브로드웨이 무대 원작의 테두리 안에서 무대극으로나 구동될 수 있는 작품처럼 보였다. 완성 뒤에는 만회가 안 되고 확산성도 강한 영화의 재구성은 조심스러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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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스티븐 스필버그였기 때문에 가능한 리메이크 기획이었다. 1961년 판은 무대 원작을 넘어섰고 그 시절 기준에선 완전성을 지닌 구성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 뉴욕 우범지대의 비행소년 문제와 인종 갈등으로 해석한 방향은 토대로 삼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넘어서는 부분이 있었다. 발레를 결합한 혁신적인 안무는 컨템퍼러리 무용극으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뮤지컬 안무의 활기를 보여주었다. 1961년 판은 지금 보기엔 낡은 구석이 많은 작품이지만 다시 만든다 하더라도 낡은 요소의 한계를 극복하긴 요원해서 재생산의 필요성까진 없어 보이는 고전이었다.


이런 작품을 대체 뭐 하러, 굳이 다시 꺼내든 스티븐 스필버그의 리메이크 조리법은 중탕이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북 뮤지컬인데 스티븐 스필버그는 뮤지컬의 음악은 그대로 살리면서 북 부분을 장면별로 수정, 보완하는 선에서 리메이크의 방향성을 찾는다. 미국 내 만연한 인종 갈등이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이기 때문에 굳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영화로 다시 만든다면 지금의 현대 배경을 입혀 동시대의 공감대로 풀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1961년 판이 그 시대 문제를 다룬 작품이니 2021년 판도 이 시대 문제로 해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스티븐 스필버그는 리메이크에서도 1961년 판처럼 1957년 무대 원작의 그림으로 시대상을 잡는다.


여기서 리메이크의 갑갑한 한계가 느껴진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구성이 1961년 기준의 시대 문제로 제한을 둘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는데 뭐 하러 60년 만의 리메이크에서도 60년 전 시대 배경을 고수한 것일까. 2021년 판은 1961년 판과 동일한 전개 양식에서 대사와 뮤지컬 장면이 보강된다. 그 결과 뮤지컬 장면은 훨씬 더 화려한 색깔로 풍성해졌고 보완된 대사는 개연성과 설득력을 높인다.


후반 성폭력 장면의 해석이나 스페인어의 활용 방식, 인종 갈등을 다루는 시선 등 토니 커쉬너가 손질한 대본은 작품적으로 봤을 때는 원작을 능가한다. 토니 커쉬너는 출세작인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관통하던 미국이란 거대한 테마를 이 시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입히려고 무던히 신경 쓴 것 같다. 1961년 판과 달리 배우들이 직접 부른 노래들로 뮤지컬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었고 1961년 판에 늘 지적된 백인 끼워 맞추기의 한계도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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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모든 재해석, 재구성의 방향성이 1950년대 배경의 1961년 판 구성에서 제약된다는 것이다. 60년 만의 리메이크라면 마땅히 기대되는 공간과 시대의 유동성이란 게 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저 장면별 수정, 보완에서 재구성의 본질을 찾을 뿐이다. 분명 더 화려해지고 풍성해졌으며 갈등을 이루는 문제에도 진지해졌지만 작품적 재구성이 아닌 장면별 수정의 결과는 원작과의 차별화를 잔뜩 의식한 리메이크의 기계적 움직임으로 보여 금세 답답하고 무료해진다.


과거 참으로 쓸데없는 시도였고 원작 모독적이었던 흑백 고전의 컬러 전환처럼, 늘 적당선을 넘어서는 덧칠로 다방 장식품이 되고 말았던 밥 로스의 유화 그림처럼 더 낫다고 평가되는 구성도 사족처럼 느껴지는 것은 1950년대 고민에서 맴돌고 있는 리메이크의 수동성 탓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토니 커쉬너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원조에 흔히 지적되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 시대 기호에 맞춰 분해하고 틀며 개선에 성의를 보였지만 그러면서도 뮤지컬의 금자탑을 세웠다고 평가되는 고전에 매료되어 헌정의 태도를 취한다. 새 시대의 중립성으로 인종 문제나 비행소년, 성별 편견 등을 다루는 지점에서의 비위는 맞출 수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1950년대 그릇에서 돌아가는 구성은 스스로 관통성을 막으며 무료한 리메이크의 굴레에 빠지게 한다. 매끈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진 구성이나 원조가 폭발시킨 뮤지컬적 압도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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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2-01-19 11:39:21

재밌게 봤음에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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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9 11:51:04

첫 감상때와 두번째 감상때가 뭔가 다르네요...뭔가 추억에 빠져 본 1회차는 감동이였지만...

2회차 감상하니, 원조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련한 느낌이 없네요. 배우들 탓이 큰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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