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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파이트 클럽 - 우린 이상한 영화를 본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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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5-22 17:48:17

 

-작품 특성상 타일러를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이름으로 표기하겠습니다.

 

매체의 폭력성/선정성 논쟁은 어느 매체건 한번씩 겪고 가는 일입니다. 책도 그랬고, 영화도 그랬고, 게임도 그랬고. 그때마다 대표적으로 꼭 꼽히는 작품들이 있죠. 영화에선 가장 최근의 경우는 조커가 있었고, 조커 이전에는 '내츄럴 본 킬러'(2000)이나 '파이트 클럽'(1999)이 대표적이었죠.


영화는 스릴러 장르로 분류되지만 이걸 스릴러 장르라 하기엔 폭력의 쾌감이 너무 강하고, 드라마 장르라기엔 너무나 폭력이 그로테스크하고. 오히려 슬래셔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폭력은 해방입니다. 지루한 에드워드 노튼의 삶을 바꿔준건 브래드 피트와의 싸움이었고, 고환암 환자 밥을 비롯해 많은 이들은 피와 살이튀는 격투를 통해 자유를 쟁취합니다. 문제는 거기서 안 그치고, 사회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이들은 심각하게 맛이 가기 시작하니다.

 

폭력 미화라는 반응도 꽤 많은 영화지만 앞서 슬래셔로 비유했듯이 이 영화의 폭력은 굉장히 양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초반 1시간 가량까진 해방감 넘치는 주먹질이지만, 러닝타임이 길어지면서 폭력의 강도도 딥해지기 시작하고, 반반한 놈(자레드 레토)를 노튼이 쥐어패는 씬에 오면 이때는 일방적인 공포로 변질됩니다. 지루함으로의 해방은 달콤하겠지만 끝내 찾아오는건 파멸이라 볼수도 있고, 혹은 반대로 완전한 자유가 되기 위해선 더욱 강한 폭력을 추구해야 된다고도 볼 수 있겠죠. 이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결말이 사회의 붕괴로 끝나기에 더더욱.

 

요즘은 싸이코 연기를 잘 안하는 브래드 피트지만, 한참 미친놈만 연기하던 90년대 시절이라 그런지 뽕 때린듯한 연기는 굉장했습니다. 타일러 더든 이란 캐릭터에게 왜 사람들이 매료됐는지를 카리스마만으로 제대로 보여주네요. 

그런데 이에 대칭되는 에드워드 노튼은 말 그대로 연기의 신이었습니다. 초반부의 피곤남-까칠남-짐승 단계를 점점 거쳐가는 모습과, 후반부의 1인 2역 연기는 '이게... 연기로 되나?' 싶었네요. 이거 혹시 CG로 상대방 지운거 맞나요?

다만 헬레나 본햄 카터는 좀 아쉬웠습니다. 영화 자체가 브로맨스 향기가 아주 찐하긴 한데, 딱히 역활로도 중요한건 없고, 캐릭터도 뽕쟁이 일변도라 색다를게 없는 그런... 

 

이 영화가 무서운건 폭력도 있겠지만 정서가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폭력과 정서적 학대를 통해 완성되는 테러 대원, 밥 손튼의 죽음에 '밥 손튼'을 연호하는 테러 대원들. 질서로의 해방을 주장하지만, 대원들은 그 누구보다 타일러에게 정서적으로 묶여있습니다. 양잿물의 고통을 겪고 신좆까를 외치지만, 새로운 신 '타일러 더든'에게 속박되는 그 과정은 현대사회의 IS나, 트럼프를 신봉하는 레드넥 자경단 같은 광신주의자들을 연상시킵니다. 개봉 당시인 1999년보다 오히려 지금 2020년대의 문제를 다루는거 같아요.

 

결국 노튼은 자기 볼을 쏘는걸로 타일러=브래드 피트에게 해방됐지만, 이 조차도 완전한 해방은 아니게 보입니다. 신용사회는 붕괴했고, 노튼은 MAYHEM 단원들의 지도자 타일러로 남게 됐으니까요.  

마지막의 '우린 안좋은 시기에 만난거 같아' 개인적으로 이 대사는 결국 타일러 더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 에드워드 노튼의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모임에서 가짜 환자 행세를 하며 남의 불행을 봐야 잠들 수 있던 노튼과, 반지성의 사도가 된 노튼. 둘 중 누가 더 행복할까요?

 

반지성이 주요 화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2020년대에, 이 영화를 다시 찍는다면 과연 어떻게 변할까요? 미래에 대한 어렴풋한 희망이 존재했던 세기말이라 이런 파격적이고 우울하기 그지 없는 엔딩이 가능했던거 아닐까요.

 

이 영화의 폭력성 논쟁은 더 깊게 파봐야 겠지만, 개인적으론 이 영화가 인생영화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하 그렇군요.' 하면서 뒷걸음질로 멀리 떨어질거 같습니다.

 

 

ps. 사실 반전을 미리 알고 봤음에도, 중간에 동일인물이란걸 까먹을 정도로 노튼-피트의 연기가 대단했습니다. 

ps2.후반부에 나오는 프랭클린가 건물이 뭔가 낮이 익었는데 콜래트럴(2004)에서 검찰청 건물로 나오는데랑 동일건물 같네요. 

님의 서명
RA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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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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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5-22 21:24:56

 

개인적으로 최고의 사나이들을 위한 영화로 꼽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최고의 라스트 신을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고요.

크레딧 카드 회사들을 모조리 폭파하여 채무자들의 신용기록들이 모두 사라져버린다는거!...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보았던 통쾌한 일탈 아니겠습니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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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5-22 17:58:41

영화 '007 골든아이'와 '다이하드 4.0'에서 악당이 성공직전 까지만 갔던 계획을 해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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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2 20:25:12

데이빗 핀쳐 걸작중의 걸작이죠 최곱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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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3 00:39:35

시대를 앞서 간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핀처 감독의 최근작도 좋아하지만 초기작을 더 좋아하고 지금 나왔다면 더더욱 고평가 받을 감독이라 봅니다

2022-05-23 08:28:37

웨어 이즈 마이 마인드 한 곡 들을려고 픽시즈 앨범을 샀었고
원작 소설까지 사서 읽고 ㅎ 한동안 미쳐 있었던 영화였죠 몇번을 봤었는지...

2022-05-23 11:02:42 (211.*.*.65)

99년 늦가을 을지로 3가 명보시네마에서 봤습니다.

텅텅 빈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기분은 색달랐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은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허세 가득한 작품이라며 혹평을 받았으나...... 이제는 90년대 마지막 클래식이 되었지요. 

2022-05-23 19:56:53

시대를 정의한 영화 중 하나죠.
매트릭스나 이 영화나 세기말을 화끈하게 장식했습니다.

아, 그런데 밥 쏜튼이 아니고 폴슨이에요.
“His name is Robert Paulson.”이 워낙 인상깊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2022-05-24 00:51:41

1999년 말에 이 영화를 강남의 씨네하우스에서 봤습니다. 대로변 말고 골목 하나 안에 있던 별관이었던 것 같아요. 밤 시간에 혼자 보고 나오면서 ‘이거, 내가 뭘 본 거냐!?’ 했습니다. ‘세기말에 막가는 영화을 봤구나. 오우..식빵.. 짜릿해.’
그런 영화 경험 또 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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