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스포)비상선언 - 세월호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탄생한 사회드라마
말도많고 탈도 많은 비상선언을 봤습니다.
많은분들이 말씀하신대로 초중반까지는 올해개봉한 영화중에서도 손에 꼽힐정도로 흥미롭고 스릴있게 잘 흘러갑니다. 서스펜스가 살아있는 연출과 음악,촬영등으로 이게 왜이리 혹평일까 의아해하면서 감상했습니다.
하지만... 호놀룰루 공항에서 착륙금지가 내려지면서 부터 영화가 어쩔줄 모르고 갈팡질팡 하기 시작하는것 같았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관객모두가 기대하는 장르영화로의 길을 한재림감독은 처음부터 갈 생각이 없어보였습니다. 초반의 서스펜스로 관객들을 잡아놓고 정작 하고싶었던 얘기는 나머지 40여분동안
우겨넣었는데 이게 참 보는 입장에서는 안타까웠습니다.
심한 비약일 수 있지만 한재림감독은 항공재난이라는 소재를 빌어 세월호를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단순한 재난영화, 장르영화가 아닌 사회드라마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것 같기도 했구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핸드폰장면은 사실 저는 신파의 느낌 보다는 세월호를 직접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의미가 더 커보였습니다. 그장면을 정말 신파로 쓰고자 했으면 전화를 받는 인물들 숏을 붙여가며 더 감정적으로 몰아치듯이 찍을 수 있었을거 같은데 그러지 않고 희생당하는 인물들 핸드폰샷으로 처리하며 어떻게 보면 조금은 담담하게 처리된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하와이로 여행하는 여고생들이 교복이라뇨ㅡㅡ; 이런 설정이 말이 안된다는건 제작당시에 누구나 얘기를 했을텐데 그대로 진행이 된건 교복입은 학생들이 재난에 노출된다는 설정을 의도적으로 노출했다고 밖에 안보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이해안되는...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반대하는 여론과 찬성하는 여론이 대립하는 장면들은
그 짧은 시간에 여론이 둘로 쪼개지는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는데 무리해서 왜 넣었을까 했는데 조금 기시감이 들었던건 세월호사건을 놓고 이제는 그만하자는 여론과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시기가 있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재난을 대하는 국민들의 반응과 사회를 좀더 직접적으로 다루려다 보니
좀 무리한 설정을 넣은게 아닌가 했습니다.
끝으로 엔딩에서 승객들이 만나 파티를 여는 장면에서 모두가 흰색옷을 입고 기장과 스튜어디스는 심지어 승무원복을 입고 파티에 참석해 즐겁게 즐기는데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송강호는 거의 반신불수가 되있는것을 보고 결국은 모두가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해서 그 시퀀스는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한가지 의아한건 추락후에 안도하는 사람들을 보여준 샷이 있는데 이것때문에 파티장면이 진짜 살아난건지 아님 죽은건지를 좀 모호하게 만들었던것 같습니다.)
또한 영화를 보며 세월호를 떠올리다 보니 마지막에 송강호는 세월호당시 승객들을 구조하려다 후유증을 격는 잠수부들의 모습이 겹쳐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엔딩의 홀로 바다를 바라보며 쓸쓸한 표정을 짓는 전도연을 보면서 감독은 재난영화를 하고 싶었던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재림감독이 처음에 제안을 받고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서 고사했다가 몇년간 다양한 재난을 마주하며 얘기할것이 생겨서 연출을 하게되었다고 한 기사를 봤는데 그 트리거는 세월호인것 같고 그게 궁극적으로 한재림 감독이 하고 싶었던 얘기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초중반까지 너무 재미있게 보고 사실 후반부도 설정의 구멍들과 무리수들이 있지만 나름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이정도의 혹평을 받을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모쪼록 아직 극장에서 안보신분들이 계시다면 그래도 한번정도는 볼만한 영화라 생각되니 보시고 판단하셔도 나쁘지 않을까 합니다.(물론 판단은 개인의 몫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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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니 정말 세월호에 대한 메타포가 느껴지네요. 저는 엔딩에서 뜬금없이 전도연이 홀로 쓸쓸히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이 왜 들어갔을까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계속 의아했는데 작성자님의 해석에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그렇게 볼때 전도연이 이전에 맡았던 생일이란 영화에서의 배역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ps. 그러나, 마지막 피해자 파티 장면을 송강호의 상상 내지는 천국 장면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파티 장면 바로 다음에 붙는 무사 착륙하여 승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씬들과 추락했는데도 멀쩡한 비행기 주변으로 차들이 모여드는 씬에서 영화가 엔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그 파티 장면이 죽은자들의 모임이라면 송강호의 동료 형사가 그 장면에 나오면 안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