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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이상하고 아름답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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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30 11:06:27

〈보건교사 안은영〉: 이상하고 아름답다. 정말이다.

 

 

“보건교사다! 잽싸게 도망가자~ 죽게 생겼다! 잽싸게 도망가자~” 퇴치 대상인 나쁜 젤리(악귀)의 시점으로 불리는 이 노래는 예고편에서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본편 감상 중에도 계속해서 미소짓게 했다. 정세랑 작가의 동명소설을 실사 드라마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은 원작의 톡톡 튀는 설정과 문장들을 시청각적으로 담아내는데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약간은 과장된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공간들, 무엇보다도 ‘젤리’라고 묘사되는 영적 존재들의 디자인과 특수효과의 완성도는 (물론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이 보여주는 실제와 같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특히 징그러움과 귀여움 사이에서 줄타기 하면서도 귀여움으로 살짝 무게 중심을 놓는 미술의 성취는 칭찬을 아낄 수 없었고, 장영규 음악감독의 음악 역시 6화 내내 빛을 발했다. 정유미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특히 학생들의 연기가 재밌었다)도 보는 맛이 있었다. 원작 소설을 즐겁게 읽은 독자로서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원작에 누를 끼치지 않는 실사 드라마 사례로 다가왔다.

 

장난감 칼과 비비탄 총으로 젤리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보건교사 안은영. 그 시청각적 표현은 만족스럽다.

 

작가가 직접 참여한 각색 또한 꽤 훌륭했다.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에 대한 리뷰에서 내가 남긴 유일한 아쉬움은 상당히 긴 텀을 두고 일어난 여러 에피소드들을 묶은 책이기에 에피소드별로 유기적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에피소드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묶이는 올스타전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관련된 것이었고, 특히 드라마 시리즈에서는 에피소드별 시차를 줄여 동시 다발적인 사건으로 만들 필요가 있겠다는 감상을 덧붙인 적이 있다. 


그리고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내가 언급한 부분들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각색되어 있었다. 에피소드들은 순차적으로 일어나기 보다는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며 이야기의 양감을 더하고, 서로 엮일 수 있을만한 단초가 보였던 캐릭터들은 이런 저런 설정들을 통해 엮어냄으로써 이야기의 유기적 느낌 또한 강화되었다. 드라마 판에서 새로이 추가된 설정이나 캐릭터도 꽤 효과적으로 세계를 확장하여 원작을 읽지 않은 이라면 등장인물 중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가 누군인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힌트를 드리자면, 주요 등장인물이다.) 안은영 세계관의 확장은 드라마판이 거둔 최대의 성취다.

 

남주혁이 연기한 한문샘은 소설을 읽으며 상상한 남주인공보다 매력있어서 보는 정유미와의 케미를 보는 맛이 좋다.

 

그런데, 이렇게 장점이 많은데도 주변에 쉬이 추천하기에는 약간 걱정이 된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독특한 호흡 때문이다. 1화를 완전히 끝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감상객들은 이 보이지 않는 독특한 리듬을 눈치 채게 된다. 퇴마물이라는 성격상 〈보건교사 안은영〉의 에피소드는 스멀스멀 암운을 드리우던 사건이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나고 안은영은 파국을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구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건과 사건 사이의 평화로운 시기에는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주었다가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바쁜 호흡으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되는데, 〈보건교사 안은영〉은 그렇지 않다.


의도된 엇박. 이 엇박자에 맞춰 춤을 춰볼 의향이 있는 감상자라면 이경미 감독이 만들어낸 이 독특한 흐름 자체가 새로운 즐길 거리가 된다. 다소 당황스러운 설정을 능청맞게 영화가 가진 톡톡 튀는 이미지와 예상과 다르게 어긋나는 영화 전개 속도는 묘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반대로, 이 익숙치 못한 호흡으로 인해 숨 가쁘게 전개되며 감상자의 멱살을 잡고 갔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보건교사 안은영〉만의 독특한 설정들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영적 존재인 젤리를 볼 뿐만 아니라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능력자 정은영

 

소설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게 전개되는 1화에서는, 이 독특한 호흡에 적응하지 못하여 앞서 말한 시청각적 만족감에도 다소 어색한 느낌으로 감상을 했지만, 2화를 거치면서 어느새 적응되어 3,4,5화에 이르러서는 특유의 감각을 즐기게 되었다. 특히 죽음이라는 중심축으로 원작의 여러 에피소드를 엮어낸 5화의 경우, 일반적인 기승전결 구조에서 벗어난 이경미 감독의 연출이 빛을 발한 것처럼 느껴졌다. 원작보다도 좋게 느껴지는 각색도 많았던 화여서 만족감이 특히 높았다.


반대로 시즌1의 클라이막스인 6화의 경우 엇박이 가장 어색하게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전체 에피소드의 1/3지점까지 사건들이 발생할 때까지는 흐름을 쉬 따라갈 수 있었는데, 이후 인물들의 갈등과 가려졌던 뒷설정들 중 일부가 밝혀지는 중반부를 거쳐 시즌1을 걸쳐 쌓아왔던 감정과 사건이 부딪히는 순간, 극의 흐름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설정을 풀어놓는 정도와 가리는 정도도, 액션을 보여주는 정도와 가리는 정도도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뭔가 사건이 마무리가 된건가 싶은 약간의 찜찜함을 남기고 시즌1의 마지막 사건은 해결된다. 아쉽게도 마지막화가 제일 애매한 화로 남아버렸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배경인 목련고는 다소 과장된 공간입니다. 이곳을 받아들이느냐 못받아들이느냐는 극에 재미를 느끼느냐 아니냐를 결정짓게 되죠. 다소 익숙치 않은 호흡의 스토리텔링과 함께 감상의 문턱이 됩니다.

 

 

그래도 〈보건교사 안은영〉의 여러 성취들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특히 소설 원작보다 매력이 더해진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만큼 시즌2는 기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시즌2에서는 원작 소설에서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처럼 보이니 정세랑 작가가 각본에 직접 참여하는 만큼 이 얽히고섥킨 이야기들을 어떻게 마무리될지 자뭇 궁금하다. 무엇보다 이러쿵 저러쿵 불만을 말했지만 정말로 개인적으로 화면을 보는 맛은 넷플릭스가 낳은 또다른 역작 한국 드라마 〈킹덤〉보다 재밌었기 때문에 시즌2를 간절히 기대한다.

 

6화의 아쉬움에 별 반개를 뺴서 ★★★☆

 

이미지 제공: 넷플릭스 코리아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리뷰

https://blog.naver.com/backmogun/222081425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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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9-29 13:57:40

뒤로 갈수록 재미가 뚝 떨어지더고요

WR
2020-09-29 22:00:57

저는 나머지 에피소드는 소소하게 즐기고 있었는데 마지막 에피소드 후반부에서 힘이 훅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2020-10-06 11:01:50

 한문 다리가 왠지 카이져 소져처럼 뻥절뚝이가 아닌가 계속 의심하며 바라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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