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꽤 괜찮은 아이돌 다큐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블랙핑크가 나오는 예능을 보면 정형돈 시절의 <주간 아이돌> 방송분을 제외하면 뭔가 몸 사리고 조심스럽고 시나리오에 맞춰서 편집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YG의 거의 유일한 희망이자 글로벌 그룹으로 거듭난 만큼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블랙핑크의 골수팬이 아닌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는 느낌들이긴 했죠.

그런데 <세상을 밝혀라>는 꽤 진지하게 그들의 내면을 파고들어감으로써 기존과는 다른 블랙핑크를 보여줍니다. 사실 블랙핑크가 그간 토크형 예능에는 별로 나온 적이 없고 그런 예능에서도 깊이 있는 얘기는 거의 없었기에, 어쩌면 여기서 보여줄 수 있는 얘기들이 그만큼 많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아이돌에 대해 학술적인 차원으로까지 조망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아이돌 산업 내부의 예민함과 철저하게 관리되는 일상을 생각하면 그런 결과물이 나오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케이팝이 장르화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세상을 밝혀라>는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세상을 밝혀라>는 편안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흥미롭게 만들어진 다큐입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