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귀멸의 칼날 1기 봤어요
이런 만화들은 이미 손뗀지 한참이라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요. 굳이 20편 넘는 시리즈를 정주행한건 역시 다음주에 개봉할 극장판 때문이지요. 이시국에도 불구하고 기록이란 기록은 전부 갈아치우며 지브리를 끌어내리고 원나블 싸다구를 때리며 드래곤볼의 멱살을 잡는 이 만화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미 60퍼센트가 넘는 예매율을 봐도 극장판 개봉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화제인듯 한데 그걸 확인하려면 예습이 필요한지라.. 다행히 전개가 빨라서 지루한 부분은 없더라고요.
단행본 표지를 보면 왠지 무척 특이한 작품일 것만 같은데, 스토리 면에서 그렇게 특별한 면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이렇게 주인공이 점점 강해지며 여러 동료들을 만나고, 갈수록 강한 적과 싸우는 내용들을 왕도물이라고 하지요? 이런 만화들은 웬만하면 10대 때 한번씩은 보게 되는 것이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잊어버리게 되니까요. 세대에 따라 그게 드래곤볼이 될수도 있겠고 타이의 대모험이나 유유백서, 나루토일수도 있겠죠. 귀멸의 칼날은 지금 소년만화 수요층에 어필하는 만화인 거고요.
물론 왕도 배틀물로서 개별 작품의 차이가 있긴 하겠죠. 전투원의 구성이라든가, 주인공의 레벨을 올리는 방식이라든가, 히로인 포지션(이 작품은 특이하게 그 역할을 여동생이 하고 있죠) 등등. 사실 그런건 저의 관심사는 아니었고.. 시각적으로는 일본 특유의 괴기물이나 기담 종류의 영향을 받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매 에피소드를 책임지는 스테이지 보스들인 크리처 묘사들이 꽤 무섭고 환상적이더라고요. 몇몇 장면은 공포 영화 냄새가 진하게 나서, 저렇게나 괴상한 장면들을 이런 애니에서 보게 되나 싶기도 했어요.
액션신을 빼고 귀멸의 칼날을 논할 순 없겠죠. 가히 전투 장면이 전체의 8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영상 연출이 대단한데요. 몇몇 순간들은 헐리웃 영화에 비견될 정도로 대단한 눈뽕을 자랑해서 '티비판도 이 정도인데 돈 들이고 정성 들인 극장판에서 이런걸 하면 정말 대단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특히 호평이 자자한 몇몇 에피소드들은 왜 그렇게까지 회자됐는지 이해가 됐어요. 극장판 액션의 위용이 어느 정도인지는 다음 주가 되면 알수 있겠죠.
그렇지만 아주 재밌게 봤느냐면 그런 건 아닌 것이, 아무래도 이렇게 별다른 변수 없이 점점 강해지는 주인공 소년이 악당들과 맞붙는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보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물론 작품의 문제는 아니고 제 나이 때문입니다 ㅠㅠ 가뜩이나 유치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갑자기 진지해진다거나 밝아진다거나 하는 것도 종잡을 수 없고, 칼을 휘두르며 염불외우듯이 계속 필살기 이름을 외치는 대목이라든가, 감정 기복 심한 개그 캐릭터들의 썰렁한 시간 때우기 장면 등은 정말 적응 안돼서 보기 힘들었어요. ㅠㅠ
애당초 저같은 연령대의 아저씨들을 타겟으로 한 만화는 아니니까요. 실제로 일본에서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만화이기도 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등급은 19세인데, 이건 사방에서 목이 날아다니고 피가 튀는 작중 표현 수위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청소년 만화인 셈입니다. 물론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고, 보지 말라고 안볼 애들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요. 그리고 이건 좀 꼰대스러운 걱정이기도 한데요. 이걸 애들이 볼거라고 생각하면 사실 수위는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는데(어차피 우리때도 볼꺼 다 봤으니까..), 용서없이 적들을 죽여나가는 세계관이고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 수준인데다, 우리편이나 나쁜편 할것 없이 주요 인물들의 환경이 죄다 비참하기 짝이 없고 이래저래 버림받고 비뚤어진 캐릭터들이 많아서, 은근히 감정적으로 사람을 잔인하게 몰아가는 순간들이 상당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애들한테 미칠 악영향은 꽤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예쁘고 고운 것만 보면서 자랄 수는 없는 법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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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머가그리 대단한 작품인지 궁금햇는데 굳이 안찾아봐도될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