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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를 결국 완주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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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6-12 21:38:42

지난 번 게시물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다 보고 나니 의외로 꽤 설득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두창"으로 죽을 고비에 처한 공주를 침을 이용해서 고치는 부분은 그럴듯 했습니다. 종기가 기도에 자리 잡아서 숨을 못 쉬어서 죽을 지경인데 침을 이용해서 그걸 터뜨려서 기도를 확보한다는 것은 말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외과 수술 후에 파상풍이 오는 것도 잘 구현했구요.

 

그런데 모든 수술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행해지고 뜨거운 물에 담그는 정도로 수술 도구가 소독된다고 믿는 것 같네요. 백광현도 그냥 손을 맹물에 씻는 것 정도로 "소독"을 하고 말이죠. 특히 마지막 현종의 개복 수술은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동양권에 비해 외과수술이 훨씬 더 빈번하게 행해졌던 유럽에서도 개복 수술은 대단히 위험하고 예외적인 것이었습니다. 19세기 중반까지 감염을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개복 수술을 하면 대부분 죽는다고 생각했고 정말 죽을 것이 거의 확실한 환자가 아니면 개복 수술은 꿈도 못꾸는 지경이었죠. 그리고 해도 환자가 살아서 회복할 확률은 아주 아주 낮았습니다. 그런데 17세기 조선에서 개복 수술 성공이라....그것도 의료진 모두 노마스크 상태로.....

 

그런데 한국 사극에서 과학적 현실성을 고려하는 것보다는 드라마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마의"는 이병훈의 다른 사극들 처럼 나쁘지 않습니다. 정치 투쟁과 음모가 계속 이어지고, 수술은 된 듯 하다가 다시 안 된 듯 하다가 결국 되는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이게 좀 쫄깃합니다. 그러나 세계관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다른 사극에 비해 떨어지네요. 이병훈의 다른 사극은 수많은 주, 조연 캐릭터들의 성격과 행동이 잘 설정되어 있어서 보고 나면 진짜 그 세계에서 살다온 느낌이 드는데, "마의"는 그런 느낌이 덜합니다. 메인 빌런인 정성조와 이명환이 너무 약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현종 때 남인과 서인의 대립, 예송 논쟁, 청나라와의 관계 설정 등 굵직한 정치 사건들이 많았는데 그런 것과의 관련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남인이 우의정이고 서인이 좌의정을 하고 있고 우의정이 백광현을 편들고 좌의정은 비판하고...이걸 더 큰 정치적 맥락에서 관련을 보여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장금에서도 중종반정, 조광조의 몰락 등 큰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 극 중 이벤트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극 중 이벤트는 모두 픽션입니다만.) 

 

뭐 요즘 이런 드라마를 보실 분이 있겠냐마는 다 봤으니 한 번 끄적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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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6-12 12:22:59

이병훈pd는 다 좋은데 악역들이 맨날 비슷한 음모를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반복해서 너무 아쉽더라구요ㅠㅠ특히 옥중화가 너무 아쉽습니다ㅠㅠ근데 상도는 정말 잘만든 작품이니 한번 보네요ㅎㅎ

WR
2021-06-12 15:22:52

근데 상도를 MBC 사이트 말고 OTT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곳이 있나요?

2021-06-12 15:26:48

웨이브에 있어요

WR
2021-06-12 15:39:22

감사합니다!

2021-06-12 16:17:37

이산 재미있게 보셨다면 동이도 추천드립니다ㅎㅎ 이산을 만들었던 이병훈pd랑 김이영작가가 합심한 작품이라 연결고리가 있구요 배우들의 연기또한 훌륭해서 재미있어요ㅎㅎ

2021-06-12 16:48:18
이병훈 PD 드라마의 아쉬운 점은
뒤로 갈수록 작품의 질과 재미가
점점 떨어진다는 거죠
2021-06-12 16:50:07

이병훈pd의 최근작 옥중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네요ㅠㅠ

Updated at 2021-06-12 16:54:41
혹시 안보셨다면
<역적 : 백성을 훔진 도적> 추천합니다
30부작인데 이병훈표 사극과는
또다른 맛이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2021-06-12 17:01:10

그건 이미 제 인생작 리스트 올린지 오래되었습니다ㅎㅎ황진영 작가 얼른 새 작품했으면 좋겠네요ㅎㅎ

WR
2021-06-12 18:52:57

동이는 보다가 포기한 전력이 있어서요...뭔가 저와 좀 안맞더군요...

2021-06-12 19:02:00

xander님께서 추천하신 역적 혹시 안보셨다면 정말 강추드립니다ㅎㅎ

WR
2021-06-12 19:20:56

기회가 있으면 봐야겠네요...

2021-06-12 18:31:15

개인적으로는 "마의"가 이병훈 최악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병훈 드라마의 장점들을 모두 버리고 단점만 남겨놓았죠.

WR
2021-06-12 18:54:49

아마도 그럴 것 같네요. 아예 대놓고 판타지 세계관도 아니고 현실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가져왔다면 좀 더 역사적, 과학적 연관성을 신경쓰고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에도 신경썼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2021-06-13 21:34:22

마의에 조우진 단역으로 나옵니다 ㅋㅋ
청나라에서 사암선생이 진료보는데 백광현이 나타나서 말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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