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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웃기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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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마이네임> 감상 -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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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0-18 16:30:46

 


 

<마이네임>은 이름이 없는 사람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지우는 다른 이름으로 살게 되고, 결국 아버지 복수를 통해 자기 이름을 찾습니다. 복수는 원래 덧없지만, 지우의 복수는 의미있습니다. 


<마이네임>이 지우가 이름을 찾아가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캐릭터 이름을 언급하고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요. 최무진, 전필도, 도강재, 차기호 등 아직도 이름이 기억납니다. 명찰을 클로즈업으로 많이 보여주고, 이력서도 보여주고, 이름을 직접 외치며 소리치는 장면 역시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캐릭터 이름만 들으면 어떤 사람인지 바로 느낌이 옵니다. 최팀장이 최무진 이라고 외치면 개인 감정으로 일을 몰아부친다. 또는 윤동훈 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뭔가 모를 비밀이 있다. 송준수라는 마수대 형사는 어떤 뒷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등등. 이렇게 이름은 사연있고 그 사연은 캐릭터를 만들어 냅니다. 송지우가 오혜진으로 살게 되는게 이 영화 핵심인 것 처럼 말이죠.


지우의 복수가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되면서, 주변 캐릭터는 주인공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못하고 주변으로 밀려납니다. 이 점이 가장 아쉬워요. 액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빌런 도강재가 특히 그랬고, 최무진의 오른팔 태수 역시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비극의 설계자 최무진을 연기한 박희순, 그리고 미스테리를 몸빵으로 풀어준 차팀장 역의 김상호는 좋았어요. 특히 김상호 클로즈업 오열 연기는 최무진이 빚어낸 비극의 무게를 잘 전달해줬습니다.


<부부의 세계>에서 악역과 대형 신인 두 역할을 제대로 해낸 한소희는 이번에도 송지우와 오혜진의 두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액션도 좋았지만 눈에서 뿜어내는 분노의 불길은 액션보다 훨씬 강했어요. <옹박>이나 <존윅>의 아크로바틱한 액션은 없지만 조폭 연수원에서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친 피지컬을 적절하게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좀 더 현실감있는 액션이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합을 맞춘 액션이 아니라 상대를 공권력과 무력으로 단숨에 제압하는 느낌이면 어땠을까 하네요.


어찌보면 <마이 네임>은 <마이 패밀리 네임>으로 써야 맞지요. 물론 이건 끔찍한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지우가 찾은 건 ‘이름’이 아니라 아버지의 숨겨진 ‘성’이잖아요. 그리고 지우는 복수를 통해 온전한 가족이 되는 거지 ‘존 윅’처럼 새로운 액션 히어로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저도 그런 영화를 기대했지만요.


그러고 보면 영화에 나오는 많은 캐릭터들은 모두 가족이 없습니다. 누구는 아버지를 잃고, 누구는 여동생을 잃었거나, 집에 가면 반겨주는 가족 한명 없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가족처럼 믿었던 사람에게 매번 배신을 당한다거나 등등. 출가한 스님까지 나옵니까 말 다했죠. 


지우의 비극은 가족의 비극이고, 지우의 복수는 가족을 되찾는 일입니다. 거기에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경찰 아버지, 그리고 조폭 아버지 이렇게 세 아버지가 이쁜 딸을 계속 헷갈리게 할 뿐이죠. 누가 진짜 아버지일까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패자가 누구냐 물으신다면, 영화 끝날 때까지 자기 가족을 못 찾은 사람이 바로 패자입니다. 지우를 (의붓) 딸 삼으려다 실패한 최무진, 그리고 지우를 (강제) 마누라 삼으려다가 실패한 도강재가 그들이죠.


하지만 가장 불쌍한 캐릭터는 최무진의 오른팔 태주입니다. 말이 오른팔이지 (거의) 아들이잖아요. 그런데 최무진은 태주보다 지우를 더 챙기고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니 마음 고생이 심했을 거에요. 게다가 아버지같은 최무진도 잃죠.


그리고 가장 웃긴 건 여자가 주인공은 액션 영화이다 보니, 남자 주인공이 악세사리처럼 그려진 점이었어요. <람보>같은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 옆에 따라만 다니다가 폭주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그런 악세사리 말이에요. 퇴장까지 완벽. 기존 액션 영화 클리쉐를 깨부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리뷰글에 댓글 달다가 한번 써봅니다. 날이 추워서 손에 호호 김불어가면서 썼네요. 주말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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