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카터
1. 정병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나는 액션배우다 는 스턴트 배우로서 삶과 애환을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그 중 이런 일화가 나옵니다. 한 드라마의 촬영 현장에서 차량 충돌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차가 고장난 거에요. 액션 스쿨 스턴트 팀은 대안을 열심히 설명하지만 스탭은 "그냥 상의한 대로 찍어주세요" 뭐 이런 식으로 말하고 상황이 끝나버리죠. 정병길 감독은 이게 억울했던지 3D 애니메이션까지 동원해서 관객에게 설명합니다만... 카터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당연하지, 당신 연출을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이해하겠어..."
2. 카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건 너무 쉽죠. 각본은 액션을 이끄는 낡은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수레 정도로 취급해도, 영상 면에서 기본적인 완성도가 너무 떨어집니다. 현란과 발작을 오가는 카메라 워킹, 장면과 공간이 전환될 때 마다 나오는 투시가 빗나간 합성과 황당한 크로마키는 머리와 눈을 어지럽게 만듭니다. 화면의 룩은 통일할 생각이 없어서 이 장면과 이 장면 사이에 카메라가 바뀌었다는 걸 너무 쉽게 알수 있고요. 하지만 이 모든 걸 "대충 이어 붙였으니 원 테이크로 보시라" 는 식으로 퉁 치고 넘어가는데, (많은 분들이 하드코어 헨리나 1917을 언급하시지만) 저는 이런 "대충 그럴 듯하게 꾸며놨으니 그렇게 보라"는 태도에서 다찌마와 리가 떠올랐습니다. 연기 톤도 굉장히 비슷하지 않습니까? 문제는 다찌마와 리는 이런 태도를 풍자하는 코메디고, 카터는.......
3. 하지만 카터의 장점 역시 분명하죠. 정병길 감독은 스턴트 배우 출신인 만큼 액션에 대해서 굉장히 의욕적으로 접근했고, 최소한 (분량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에서도) 양적인 면에서의 성취를 이뤄냈거든요. 이 세상에 이런 영화를 카터 보다 더 잘 만들 사람은 분명히 있겠지만, 너덜너덜하게라도 완성시켜서 자신의 특화된 장점을 평가받을 수 있는 감독은 그 자신이라는 걸 증명해낸거죠. 그러니까 정병길 감독은 그 무대뽀스러운 태도와 싼마이한 결과물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감독이기에 무난히 다음 기회를 얻을 것.
4. 어쨎든 계속 상황을 던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몇번 끊어서, 눈을 감고서라도 결국 끝까지 보긴 했습니다. 각본은 참 무기력했고 여군이 힐을 신고 있는(..) 소품의 허접함도 눈에 띄었지만 그것도 나름 씹는 맛으로 감상했네요. (저격 장면처럼 의외로 화면 구성이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고) 별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쨎든 대체 불가능한 감독과 볼 거리 였습니다.
5. 제가 좋아하는 한국의 원 테이크 영화로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 이란 영화가 있는데, 이동진 평론가는 "원 테이크의 당위성이 없다" 라고 점수를 낮게 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그 분이 이 영화에선 당위성을 찾으실 지 궁금.
6. 조씨가 아니라서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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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름이.... 조... 카터? ㅋㅋ
가끔 짤로도 보이는 것 처럼
모든 영화가 칸에 갈껀 아니니까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를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해서
만족합니다.
물론 서사와 연기 연출 액션까지 완벽한 작품도 있습니다만
그런 영화는 몇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