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원전종사자가 본 체르노빌 후기
제가 체르노빌을 정주행 해보니 드라마를 잘 만들었다는 것도 있지만,
종사자로서 더 안전하게 운영하는데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시청자들이 원자력발전에 대해 두려움이 더 커지겠다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몇 자 적어봅니다.
1. 체르노빌 사고는 소련 사회주의의 특수성이 반영되어 있다.
발전소 운영 중에 안전검사를 한다는 것은 국내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게다가, 무식할 정도로 안전장치들을 차단한 채 밤에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것을 마지막화에서
알 수 있습니다. 체르노빌 사고는 인재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국내 원전은 항상 다중의 공학적 안전설비들과 원자로 보호신호들이 동작하고 있습니다.
2. 체르노빌 노형은 국내와 달리 돔 형태의 격납용기가 없다.
체르노빌은 원자로 용기말고는 다른 방벽이 없지만 국내원전은 수 m 두께의 철근콘크리트와
수 mm의 강철판으로 이루어진 돔 형태의 격납용기가 있어 폭발을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폭발마저도 격납용기 내 살수계통과 수소제거설비가 있어서 압력 상승 및 수소 폭발을
방지합니다. 후쿠시마에는 수소제거설비가 없어서 수소가 축적돼 수소폭발을 했습니다.
3. 체르노빌은 감속재로 흑연을 사용한다.
국내원전은 감속재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흑연으로 인한 화재위험은 없습니다.
4. 체르노빌은 방사선량계가 부족했다.
고성능 선량계는 금고에 하나씩 있어서 방사선량 인지가 늦었습니다. 관료들, 시민들도
방사능과 피폭에 대해 무지하기도 했죠.
국내원전은 방사선관리구역에 들어갈 때 ADR을 소지하는데, 이것은 피폭될 때 마다 수치로
즉시 알려줍니다. 그리고 원전 근처 홍농읍이나 월내읍 등에는 방사선량계가 설치되어 있고,
인터넷으로도 방사선량의 확인이 가능합니다.
국내 원전은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후쿠시마 후속조치로 안전을 더 보강했습니다.
○ 이동형발전차 : 발전소 정전 시 외부에서 전원공급 가능
○ 비상주입유로 : 원자로냉각수가 유실되거나 공급불능시 격납건물 외부에서 냉각수 공급가능
○ 주요건물 방수문 설치 : 해일로 인한 침수 방지
쓰다보니 너무 이건 다른 케이스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ㅎㅎ 그래도 안전검사 중에
근무조가 바뀌는 등 안전문화에 대해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한국에게 중동 원전 40기 같이 짓자고 했다는 찌라시도 도는데
현실이 된다면 요즘 원자력업계가 힘든 상황에서 좋은 신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업이익 반토막나서 복지카드도 충전 안 해줍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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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합니다. 계속 많은 노고 부탁드립니다.
하나 궁금한게.. 체르노빌의 원전시설은 무기 용도를 개조했다 하는데 맞는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