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솔직히 속이 다 시원하지만, 기쁘지는 않네요
어제의 결과가 누군가에겐 충격이고 절망일 테고,
누군가에겐 기회이자 희열로 느껴지겠죠.
물론 그 중간에서 그 놈이 그 놈이지, 하고 심드렁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세월호(공교롭게도 또 4월이네요)와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아, 인간같지 않은 것들이 권력을 쥐면 저렇게 온 나라가 썩는구나,
분노하고 열과 성을 다해 지금의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표를 준 지난 몇년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수도권 아파트값이 역대급 폭등을 하고, 온갖 대출규제가 병행되고,
소형평수 청약은 전부 가점제로 바뀌니, 직장 근처에 살 수 있는 집이 없네요.
정부에선 집값 반드시 잡는다고 대통령이 나서서 자신있다고 공약을 해댔는데
끊임없는 불안과 흔들림 속에서도, 그래도 혹시나, 저렇게 나라에서 나서는데 그래도,
국토부장관 공약하면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래도, 라고 믿던 저는
동기들, 후배들도 다 내 집 마련 해서 다리 뻗고 잘 때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삶의 요소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바보같이 정체되어 있네요.
이런 소리 어디 가서 잘 안합니다. '누가 사지 말랬냐?' 따위의 비아냥을 들으니까요.
솔직히 삶이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 가운데 저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거고요...
사실 간신히 영끌해서 내 집 마련했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대출금에 미래를 저당잡혀야 하니 결혼이니 아이는 꿈도 못 꾸겠죠.
출산장려 예산? 백날 꾸린들 원인을 풀지 못하니 답이 없습니다.
오세훈이나 박형준이나 기성 정치판의 구태 악습 고대로 답습한 양아치류라고들 하시죠.
압니다. 그리고 오세훈이나 박형준이 집값을 내려줄 거라고 절대 생각 안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계속 잡으면 국힘보다 더 폭등시킬 것 같습니다.
팩트는 지난 10년 중 오직 민주당이 집권한 4년간만 초역대급 폭등을 했고
그 와중에 재산 불린 수많은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선 열거하기도 입아프고요.
의도가 어찌했건 결과가 이런데, 저같은 무주택자들에게
정책만 보고, 배신감 집어넣고, 미워도 다시한번 민주당 찍으라고 할 수 있습니까?
재건축 공급차단, 주임사 특혜, 청약 가점제, 핀셋규제, 임대차3법 다 민주당 작품이에요.
뜻은 좋았죠. 그런데 저 정책들이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에 도움이 되었나요?
그래놓고 3기 신도시 또 임대로 떄려박으면 실수요자는 어디서 집을 구할까요?
LH? 솔직히 대다수 서민들에겐 파급효과 크지 않다고 봅니다. 국힘이라고 뭐 달랐겠나요.
늘 나오는 레파토리 있죠. "아무도 부동산 안정 못시킨다", "폭락해도 경제위기 온다"
누가 폭락시키라고 했나요. 폭등시킨 책임을 묻는데 얼어죽을 폭락 타령이에요.
(이빨만 털지 말고 정말 폭락이나 시켜보고 떠들라고 일갈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ㅅㅂ'
이게 딱 저같은 처지의 유권자들 심정일 거라고 생각해요.
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고 내 입만 더러워지지만, 저렇게 한마디 내뱉으면 그 순간
분노라도 분출이 되거든요. 주변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눈치보게 되고.
그냥 이렇게라도 분출하고 싶은 겁니다.
이번 결과를 보면서 속이 다 시원합니다.
기쁘진 않습니다. 그냥 시원만 해요.
그리고 여전히 우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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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주인 행세할 수 있는 날이 딱 선거날 하루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선거 결과로 속이 시원하시다면 좀 더 즐기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