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의 가난 마케팅
오늘 하루 이재명은 자신이 얼마나 전태일과 가까운지 설명하려 애썼습니다. 전태일의 친구 소년공 이재명. 그러나 그럴듯한 서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캠프에 전태일 평전을 읽어본 사람이 얼마 없기 때문이겠지요.
전태일이 대학생 친구를 바랐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노동법을 보고 또 봐도 한자를 읽지 못해 벽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전태일은 상아탑에서 공부하는 대학생이라면 이 어려운 한자를 읽고 법을 풀이해 주었을 거라 믿었습니다.
대학생 이재명은 수년간 한자를 읽지 못했습니다. 이재명이 어리광을 부릴 수 있었던 사이 좋은 매형이 신원보증서를 써 달라 들고 왔지만, 창피하게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애석한 일이지만 대학생 친구 이재명은 전태일에게 큰 도움이 못 되었을 겁니다.
매형의 신원보증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재명의 아버지가 써 주었습니다. 이재명은 그 아버지를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호출하여 가난 서사를 이어갔습니다. 그 아버지는 화전민이지요. 또 도박하다 땅을 잃고 야반도주한 노름꾼입니다. 또 썩은 과일을 먹는 청소부지요.
그러나 이재명의 부친 이경희는 조금 떨어져서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영남대의 전신인 청구대를 다녔던 사람이지요. 50년대 전문학교를 다녔으니 만만한 학력이 아닙니다.
이재명의 형 이재선은 이렇게 아버지를 묘사합니다.
“ 전문대학을 나오신 분이신데 동네의 일을 맡고 계셨다. 그래도 그 1년 동안 고마운 일은 아버님께서 영어 알파벳과 발음기호를 가르쳐 주셨고 그걸 다 외웠다는 점이다. 이것이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발음 기호를 짚어주는 아버지는 매우 드문 존재였습니다. 이재선은 아버지 덕에 평생 영어공부하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이경희의 이력은 다양합니다. 순경도 하고, 교사도 하고, 탄광관리자를 합니다. 그리고 성남에서는 동장을 하죠. 시장에서 청소도 하고, 고물상도 합니다. 이 기억들이 얼마나 정확한가 저는 모르겠습니다. 이재명이 가난해지고 싶을 때 마다 이재명의 아버지는 형편없는 사람으로 변하고, 이재명이 성실함을 강조할 때 마다 부지런한 사람으로 변모합니다.
76년 성남으로 이주한 후, 불과 4년만에 집을 장만합니다. 자식들 동원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기 때문이겠지요. 집안 형편이 피자 아들들을 대학 졸업시키고 시험준비를 도와줍니다. 그 사이 위암으로 고생하다 86년 사망합니다. 우리는 이런 집안을 그냥 중산층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성남 이주 과정에서 수년간 부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빈민이라고는 부를 수 없지요.
이재명의 가난 서사는 너무 과합니다. 전태일의 친구, 가난하고 소외된 이의 친구로 보이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는데, 성실하게 살았던 똑똑한 아버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가난하고 소외된 이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가 중요하지, 굳이 아버지가 노름꾼이 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여러 정치인들의 아버지가 참 가난합니다. 사업하다 말아먹고 경제활동을 포기한 노무현의 아버지. 공무원 생활하다 월남후에는 적성에 안 맞는 양말 장사로 망해버린 문재인의 아버지. 평생 농투성이로 아내까지 합쳐도 학교 1시간도 못 다닌 이낙연의 아버지. 이들은 일관되게 가난합니다.
이재명은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다양한 아버지를 필요에 따라 호출하면 안 됩니다. 가난을 이제 그만 마케팅해야 합니다. 소년공에서 인권 변호사로 너무 급하게 변신하는 바람에, 수십억 자산가 이재명 변호사의 성공적인 출세기는 사라져 버렸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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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아버지 이야기는 확실히 이상하더군요.
이 사람 뭐지?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