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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재명의 웹자서전] ep.14 성일학원, 김창구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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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1-29 17:36:40

 

공장에서 무급 연장근무 하느라 학원에 가지 못하면 정운이와 나는 속이 탔다. 결국 조퇴를 해가며 학원에 가야 했다. 공장을 다니며 공부를 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그보다 번번이 나를 절망에 빠뜨린 것은 아버지였다.

 

학원에 다녀와 밤늦게 공부를 하면 아버지는 불빛이 너무 밝다고 타박했다. 또 한 번은 학원을 쉬었다고 학원비를 덜 내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아버지는 전기세와 학원비를 너무나 아까워했다. 그러면 서럽고 원망스러워 눈물이 찍 고이곤 했다.

 

그런 아버지가 학비를 대며 대학에 보내줄 리 없었다. 또 검정고시로는 고졸이어도 홍 대리가 될 수 없을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더는 학원비를 달라 하고 싶지 않았다. 지친 나는 결국 두 달 다닌 단과학원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그만둔다고 하자 원장님이 불러 이유를 물었다. 성일학원 김창구 원장님이었다.

 

“돈이 없습니다.”

원장님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돈 내지 말고 다녀.”

“왜요?”

“너 공부하고 싶잖아.”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공부해야지.”

공부하고 싶으니 공부하라는 말. 단순한 논리였다. 김창구 원장님이 덧붙였다.

 

“재명이 넌 공부해야 될 놈이야. 넌 달라.”

 

나는 가만히 앉아 그 말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캄캄한 골방에 한 줄기 빛이 비치는 듯했다. 김창구 원장님은 왜 나를 응원하는가? 가족도, 친구도 아닌데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신기했다. 세상으로부터 건너온 호의는 처음이어서 낯설었다.

 

성일학원에서 무료로 공부하는 가난한 학생이 여럿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한없이 감사한 일이었다. 내게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겨나고 있었다.

 

이후로 슬프고 힘들 때 김창구 선생님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명문대에 입학하면 과외교사를 해 스스로 벌어 다닐 수 있다며 길을 안내해준 이도 김창구 선생님이었다.

 

후에 사법고시 합격하고 찾아뵀다.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며 나를 안아주셨다. 그 눈물이 잊히질 않는다.

 

보잘것없는 소년공을 귀히 여기고 아껴주셨던 김창구 선생님. 지금도 가끔씩, 이 세상에 안 계신 그분이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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