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게] 의욕을 '잃는' 시기가 왔네요.
(푸념이 상당수니, 읽기 귀찮으시면 스킵하세요.)
DP를 안 게 2001년인가 그랬을 거에요. 군시절이었는데, 이때 DVD의 화질과 음질은 제게 있어 혁명이었습니다. 제대하자 마자 데스크탑 컴퓨터와 5.1채널 오디오 시스템을 사고, 와 의 DVD를 사서 몇번이나 봤어요. 를 PowerDVD를 통해 보면서 얻었던 감흥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이후 DVD를 600장 가까이 모았던 것 같습니다.
2007년 취직을 하면서 서울에 자취방을 얻었어요. 이때 XEVA에서 나온 1080! 까지만 지원하는 HDTV와 PS3를 샀어요. 그리고 첫번째 블루레이 타이틀로 을 구입했었어요. 이 때의 감동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곧 결혼을 하고 와이프는 혼수로 LG의 블루투스 오디오 시스템(일명 와인 시리즈^^)를 해 왔어요. 아기 낳기 전까지 둘이서 참 열심히 봤어요. 지금 블루레이는 대략 500장 정도 되네요.
올해 창원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블루레이와 CD, 책들을 다 가지고 왔지요. 서울집의 제 방을 아기방으로 만든다고 해서 ㅠㅠ :)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기도 했어요. 주중에는 혼자 창원에 있으니 여유가 많아요. 본사는 서울에 있으니, 본사의 터치도 적은 편이지요. 일 끝나면 책 읽고, 영화 보고, 운동도 하고, 블루레이로 보고 그럽니다. (와이프는 제 인생의 황금기니, 순간을 즐기라고 하네요.)
때문에 최근 프리오더 전쟁서 덩달아~ 많이 사기도 했는데, 막연하게 의욕이 떨어지네요. 어제 블루레이를 보면서 '정말 좋다' 라는 혼잣말을 몇번이나 했는데, 과연 2시간 20분짜리 이 영화를 향후 몇번이나 보게 될까 고민이 되는 거에요. 재감상할 시간에 다른 보지 않을 타이틀들을 보겠죠. 그 생각은 '아예 팔아버려?' 라는 고민까지 확대가 됐습니다.
최근 4K 등 타이틀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의욕을 잃게 하는 또다른 원흉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블루레이로 저엉말~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최첨단 매체가 또 나온다는데 혹하는 것은 있지요. 그러면서 또 타이틀들이 재출시된다면, 그걸 사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것들을 생각하니 또 피곤해져요.
에라, 모르겠다. 그냥 운동이나 빡세게 하고 집에 가서 잠이나 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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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고민하게 되면 쉬 지치실 것 같아요. 전 좋아하는 영화를 단 한번을 보더라도 그 순간이 행복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정말 재미없고 맘에 들지 않는 타이틀이라 하더라도 랙을 채우는 용도로 그 기능을 다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편하게 생각합니다. 제 군 시절에는 DVD는 없었고 파견나갔을 때 비데오데크까지 빌려서 비디오를 가끔 보곤 했네요. 그 때 본 영화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블랙레인"이네요. 그 이후 한참이 흘러 30대 시절에는 옥탑방에 자취하면서 DVD를 소장할 돈은 부족하고 해서 소장보다는 주로 대여점에서 빌려보곤 했는데 5.1과 고화질의 신세계에 흠뻑 매료되었었구요. 최근 2년 정도 뛰엄뛰엄 블루레이를 사서 보면서 100장 정도 있었는데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블루레이를 사 모으면서 9개월간 700장을 추가해서 오늘부로 800장을 돌파했네요. 4K 얘기가 나오면서 과연 이 시점에 블루레이를 모아도 될까? 금방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등의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론은 이 순간을 즐기자....로 굳히고 크게 신경 안쓰기로 했습니다. 돈 들여가면서 취미생활하는데 굳이 고민하면서 속 썩을 필요는 없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