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 [잡담] 분명 문과출신일 거야,,,
제 차의 정기점검을 위해 렉서스 센터에 들렀다 거기서 전시된 차를 봤습니다.
LS460 시트가 앉아보니 정말 감동입니다. 지금까진 볼보 s80의 시트가 제일 편했던 것 같은데, 일단 앉아본 느낌만으로는 당시의 느낌을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BMW 7시리즈에 달려있던 컴포트시트보다도 더 포근하게 허리와 엉덩이를 감싸는 느낌이 들어서 시승을 해보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키더군요.
어차피 나와는 거리가 먼 가격대의 차지만 시트에 앉아본 느낌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걸 딜러가 눈치를 챘는지, 이런저런 홍보성 멘트를 날리면서 브로셔를 주더군요.
LS브로셔는 무슨 논문집 양장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최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살리려고 신경을 많이 썼더군요.
그런데, 브로셔를 찬찬이 읽어보면서 상당한 위화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이게 정말로 설득력이 있는 브로셔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문장을 보면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들의 향연을 보여줍니다만, 너무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세히 말해보자면, 왜 그런 수식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으로 연상될 수 있을만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래의 럭셔리에 대한 재정의” 라는 문구가 나오면 그에 대한 설명으로 제시되는 거라곤 친환경성이 탁월한 5.0리터 엔진 탑재를 말합니다. 다운사이징 열풍이 대세로 자리잡힌 현재 5.0리터 배기량이 어떻게 친환경성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어느정도 자동차에 대한 최근의 상식을 알고 있는 소비자가 보기에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뒤이어 설명하고 있는 첨단 제어기술, 마찰 저감과경량부품설계등의 개념을 계속 나열하고는 있지만, 정작 이러한 문장 옆에는 이와는 하등 상관없는 이미지와 부가설명으로 연결됩니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설명에서도 이런 식으로 과도하게 삽입된 미사여구와 용어들이 되려어색함과 의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시스템을 앞서 체험한다는 즐거움을 넘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위해서 시스템 스스로 시시각각으로 주변상황을 모니터하면서,,,” 이 쯤 되면 드라이빙의 즐거움에 부합하는 스포츠모드에 대한 기술적 개선점이라든지 주변상황을 어떻게 모니터하면서 이를 주행에 적용시킨다는 건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걸 좀 더 확연하게 시각화 하여 연상할 수 있을만한 단서들이 나오는게 자연스러울텐데 나오는 건 일반적인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설명에 그칩니다.
이런 식의 괴리는 브로셔를 보는 내내 모든 페이지들에서 눈에 띄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설명의 서두에 나오는 첫 문단의 글과, 나머지 글들을 쓰는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이고, 브로셔 제작과정에 그냥 다른 글들을 짜집기 한 건 아닌가 하는 정도의 부자연스러움이 묻어납니다.
이런 식의 괴리를 느꼈던 게 과거 하이비(Hivi, 일본계 홈시어터 관련잡지)에서 일본인 평론가들이 주로 썼던 지나치게 문학적인 수사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학교를 다니고, 수련의 과정 내내 scientific article에 익숙해져 있던 제 감성으로는 정말 읽기가 거북하고,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가 도대체 뭔가를 알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브로셔를 만든 책임자는 분명 합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공계 계통의 사람들과는 제대로 소통해 본 적이 없는 문과출신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쓸데없는 망상이긴 하지만, 각 브랜드들의 중요한 공략점으로 삼는 브로셔를 만들 때에는 문과출신과 이과출신 인사들이 같이 협의를 하거나, 아예 두 종류의 브로셔를 만들어서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전략이 효과적이지 않을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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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급의 소비자들은 대개
차의 기술 사양에 대해선 잘 모르고
현재 자신의 위상에 걸맞는 미사여구에 목마른 분들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