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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USB 플레이어, musicbook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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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17:11:58

글 : 코난


DSD, 그 눈부신 축제가 열리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며 오디오를 함께 즐기는 후배가 최근에 이런 말은 한다. '전 역시 진공관 앰프가 취향인가봐요'. '그래? 생각해보니 넌 진공관 앰프를 자주 썼던 것 같다. 지금도 자디스 오케스트라에 빠져서 몇 년간 붙들고 있잖아'

이 녀석이 예전엔 앰프 안에 TR 이 들었는지 진공관이 들었는지도 모르고 내가 추천해주는 앰프만 썼는데 이젠 증폭 소자에 따른 차이를 느끼나보다. 진공관 앰프와 비슷한 소릴 내는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도 있고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 같은 소릴 내는 진공관 앰프도 간혹 있지,만 결국 보편적인 소리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기 나름이다.

스피커도 단순히 어떤 모델이 좋더라는 게 아니라 난 풀레인지가 좋다. 아니면 밀폐형 혹은 정전형이 좋다는 둥 오디오를 어느 정도 알아가다 보면 단순히 메이커와 모델이 아니라 설계 형태나 소자 등에 따른 소리의 차이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부분을 우선 순위에 두고 제품을 고르며 좀 더 디테일한 기준을 가지고 각자 고유의 기호라는 것을 축적하게 된다.

이러한 설계의 차이에 따른 기호의 차이는 소스기기에도 당연히 적용되어서 과거엔 VRDS 메커니즘을 사용한 에소테릭이나 와디아가 최고라는 둥, 아니면 버브라운 1704가 박혀 있어야 제 맛이라는 둥, 혹은 지금은 단종된 고가의 울트라 아날로그 DAC 칩을 탑재한 시디피만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때 린데만이라는 회사에서 출시된 820 SACDP 는 당시 소니로 대표되던 SACDP 시장에서 굉장히 특별한 존재로 부각되었다. 왜냐하면 SACD 라는 포맷 자체가 소니가 만든 것이고 그래서 당시엔 소니를 위시로 마란츠, 필립스 등 주로 일본 메이커가 독주하는 체제로 시장이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린데만으로 이러한 일방적인 시장에 카운터 펀치 한 방을 날리기에 충분했다. 소니의 메커니즘을 사용했지만 이 외 설계는 모두 독보적이었고 현재도 SACDP의 레퍼런스로 많은 유저를 거느리고 있다. 현역기인 825 는 USB 디지털 입력단까지 최고의 퀄리티로 설계되어 PC 오디오 파일까지 흡수한 모습이다.

또 하나 떠오르는 SACDP 는 소울루션(Soulution) 740 SACDP다. 린데만이 SACDP 의 여명기에 일본 중심의 시장을 뒤업고 하이엔드 시장의 SACDP 분야를 개척한 메이커라면 소울루션은 전성기가 한참 지난 후임에도 완전히 독보적인 설계와 필터 알고리즘으로 현재 전세계 그 어떤 SACDP 또는 DSD 음원 플레이백에도 밀리지 않는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오르페우스의 Heritage DAC 도 마찬가지로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지지 않는 사운드와 독보적인 설계 알고리즘으로 기억에 남는다. 오디오에어로의 캐피톨레나 프레스티지 SACDP 도 개인적으로 들어본 디지털 소스기기 중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자연스러운 음악적 순도를 간직한 것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열거한 소스기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아마도 위 소스기기들을 면밀히 사용해보면서 스펙을 따져본 사람만일 알 수 있을 내용일 것이다. 공통점은 다름 아닌 애너그램(Anagram)이라는 스위스 메이커에서 만든 DSP 알고리즘 혹은 컨버터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린데만의 플래그십 SACDP 825 에는 Sonic2 DSP 가, 오디오에어로에는 애너그램과 공동개발한 Stars2 리샘플링 컨버터가 사용되었고, 오르페우스는 애너그램이 스스로 만든 브랜드였다. 이후 분사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메이커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건 다름 아닌 애너그램(Anagram)이었다.

최근 스위스의 떠오르는 강자 CH Precision 이 내놓은 C-1 이라는 오디오 컨트롤러의 대표 플로리안 코시(Florian Cossy) 는 바로 애너그램의 핵심 엔지니어였다는 사실. 이 모든 정황을 살펴볼 때 애너그램은 현대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기기에 일종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모든 모델들이 애너그램과 연관이 깊다는 것과 필자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게 된 데에는 애너그램의 디지털 모듈, DSP 알고리즘이 그만큼 매력적이었다는 것으로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레인지 느껴지지 않는 곱고 자연스러운 음결, 여기에 해상력으로만 흐를 수 있는 디지털 소스기기의 외줄 타기에서 해상력, 분해력 외에 전체적인 밸런스는 물론 메마르지 않고 매끈하며 윤기를 머금은 사운드 텍스쳐 등은 애너그램 기술이 채용된 시디피들의 공통점이었다.

PC 오디오로 트랜드가 바뀐 후 애너그램에 대해 까맣게 잊고 지내던 차 이 애너그램을 떠올리게 만든 두 가지 모델과 조우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CH Precision 의 C-1이고 또 하나는 린데만의 최신 디지털 소스 라인업인 뮤직북(musicbook)이 그 주인공이다. 이 중 애너그램의 Sonic2 DSP 기술은 물론 소닉 스크램블링(Sonic Scrambling) 기술까지 적용된 뮤직북은 린데만의 새로운 출발에 일종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보인다.

디지털 세대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플래그십 825 SACDP 에 적용된 디지털 기술의 거의 대부분 뮤직북 시리즈에 적용되었으며 소닉 스크램블링 같은 경우는 만불 미만의 디지털 소스기기에는 적용된 사례가 전무하다.

오디오에어로의 신형 소소스기기인 44,000불짜리 라 소스(La Source)에 탑재된 애너그램의 'S.T.A.R.S' 모듈의 출력 스테이지에 적용된 게 아마도 가장 저렴한 적용 사례일 것이다.

수많은 DSD DAC가 범람하고 있는 현재 뮤직북의 존재가 각별한 것이 이 뿐만이 아니다. 우선 PCM 과 DSD 의 신호 처리를 위해 각각 신호처리를 위한 보드를 분리해서 설계해놓았다. DA 컨버팅 섹션에는 울프슨 WM8742 DAC 칩셋을 사용했으나 DSD 재생을 위해서는 AKM 의 최신 레퍼런스급 DAC 칩인 AK4490 을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이 가격대에서뿐만 아니라 훨씬 고가의 모델에서도 이러한 초호화 구성은 발견하기 힘든데 린데만 뮤직북을 시작으로 AK4490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살짝 예측해본다. 다양한 기능이 하나에 모두 내장되어 있는 ESS Sabre 32 시리즈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DSD 전용으로 에소테릭 플래그십에서 사용한 AKM 의 레퍼런스 칩의 탑재는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기기에서는 돋보일 수 밖에 없다.

영국을 대표하는 하이파이용 DAC칩의 대명사 울프슨의 WM8742는 듀얼 디퍼런셜 모노 모드로 작동하며 입력 신호에 따라 최대 352.8kHz 또는 384kHz 까지 대응하며 0.25피코초 이하의 초정밀 마스터 클럭에 의해 굉장히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게다가 디지털 필터 또한 자체적으로 개발한 "minimum phase apodizing" 필터를 적용해 디지털 변환으로 인한 에코 현상을 최소화하고 있다.

DAC 만 떼어놓고 본다고 해도 굉장히 화려한 구성인데 린데만은 이 작은 음악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액티브 스피커 또는 파워앰프와의 직결을 선호하는 유저들을 위해 프리앰프를 마련해놓은 것이다. 풀 디퍼런셜 설계의 프리앰프는 단순한 볼륨 기능만을 탑재한 것이 아니라 레이저로 작동하는 저항 네트워크를 통해 풀 밸런스 방식으로 작동하는 볼륨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높은 S/N 비와 해상력을 해치지 않는 섬세한 볼륨 컨트롤이 가능하다. 두 개의 아날로그 입력이 가능한 것은 단순한 게인 조정이 아니라 액티브 스피커까지도 구동할 수 있는 탁월한 성능의 프리앰프가 내장되어 있다는 증거다. 고성능의 A클래스 헤드폰 앰프 내장은 거의 덤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 모든 부분을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전류는 스위칭 전원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의료용 등급의 전원부로 기본 전원부에 레귤레이션 회로를 추가해 튜닝했으므로 스위칭 전원부에 대한 걱정은 붙들어 매라는 린데만 대표의 설명이다.

청음은 PC 에 USB 접속으로 테스트했으며 푸바 2000을 사용해 PCM 과 DSD 등의 파일을 다양하게 진행했다. XMOS 최신 칩을 사용했고 전용 드라이버를 설치하는 등 일련의 셑업 과정은 상당히 편리하고 쉬웠다. 게다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리모콘은 USB 로 충전이 가능해 인터페이스도 상당히 편리한 편이다.

린데만 사운드를 단 한단어로 표현하자면 '고결하다'랄까 ?

우선 맑고 청명하며 각 악기들이 손 안에 유리 알갱이처럼 하나 하나 느껴지는 듯한다. 카산드라 윌슨의 'Another Country'에서 카산드라 윌슨의 보컬은 전에 들어본 그 어떤 DAC보다 청명하다. 마치 안나 푸르나의 그 어디쯤에서 숨을 들이마신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할 정도로 위로 그리고 아래로 높고 깊게 완전히 오픈된 소릴 들려준다. 음악으로 치자면 기교파 같은 연주 솜씨의 뮤지션들이 머릿속을 스쳐가며, 그림으로 치자면 입체파가 생각난다. 꽉 짜여진 밸런스, 흔들리지 않는 깊은 심도, 그리고 더 이상 높을 수 없을 듯 한 해상력에 혀를 내둘렀다.

모든 소리는 근음과 배음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근음, 즉 커다란 대표음만 훑고 지나간다면 음악은 음악답지 못하고 소음이 되며 자연스럽지 못하다. 더군다나 이처럼 고해상도의 높은 스펙을 자랑하는 DAC 들의 착오는 그러한 뮤지컬리티의 부재에서 종종 나타난다. 찰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의 'Spiritual'에서 린데만은 정교한 최강의 해상력과 분해력을 들려준다. 붕붕거리기 일쑤인 저역 컨트롤 부분에서도 딥베이스를 굉장히 세밀하게 세필로 묘사해나간다. 그러나 결코 건조하거나 딱딱하지 않은 것은 하모닉스가 은은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너무나 영민한 소리지만 그렇다고 정나미 떨어지지 않을 만큼 딱 알맞은 선까지 비범하게 설계된 느낌이다. 비판적으로 바라보려 해도 뭔가 토를 달 거리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레이첼 포저(Rachel Podger)가 연주하는 바하의 'Double & Triple Concertos' DSD 음원에선 드디어 린데만 뮤직북의 가공할만한 DSD 사운드가 빛을 발한다. 소리의 입자가 미세한 알갱이로 분해되어 표현되는 소리 표면의 텍스쳐가 곱고 유려하다. PCM 신호가 약간 강단이 있고 에지가 느껴진다면 DSD 는 좀 더 온기가 더해져 자연스럽고 실키한 소리 입자를 사방에 흩뿌린다. 바이올린 사운드에 눈이 부실 지경. PCM 만 재생하는 DAC 중에서는 대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DSD 까지 대응하는 DAC 중에서는 딱히 경쟁상대가 떠오르지 않는다.

SACDP 를 포함해 레드북 시대가 완연히 저물어가면서 당시 무소불위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디지털 메이커들 중 현재까지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린데만은 820 SACDP 로 레전드로 기억되는데서 머물지 않고 24/192 DAC 등을 내놓으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메이커로서 조용한 혁명을 계획하고 있었다. 솔직히 언젠간 세상을 깜짝 놀래킬 만한 무언가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24/192 DAC 에서 예감했다. 그리고 오랜 믿음과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린데만은 오랜 기다림에 화답하듯 무려 다섯 개의 뮤직북 시리즈를 들고 화려하게 컴백했다. 뮤직북 10 은 그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DAC 와 프리앰프로만 기능하는 모델로서 DSD 의 눈부신 축제를 열고 있다.

2014. 10. 06 |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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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4-10-07 09:55:35

드디어 출시하는군요!!! 린데만 소리는 굉장히 맘에 드는데,가격이 ...ㅜㅜ 기존사용하는 USB DAC 처럼 소리좋고 저렴한 제품을 기대한건 욕심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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