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개인적으로 영화화 됐으면 하는 소설 11 (2)
제1의 대죄 - 로렌스 샌더스: 진짜 끝내주는 소설.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는 연쇄 살인범이 등장하고 주인공 형사가 각고의 노력으로 드디어 범인을 찾아냅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주인공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범인을 체포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범인을 단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다양한 방식으로 범인을 괴롭히며 궁지에 몹니다. 한마디도 전통적인 공권력을 비웃고 조롱하는 연쇄살인범 vs 난처한 곤경에 빠진 형사 구도를 완전히 뒤집어 연쇄살인범을 자기 입맛대로 조종하며 괴롭히는 형사 vs 형사가 놓은 덫에 빠져 파멸에 빠지는 연쇄살인마라는 상당히 독특한 구도로 전개됩니다. 덕분에 나중에 역으로 범인이 불쌍해지는 기이한 현상까지 나옵니다. 가히 덱스터의 원조 격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산산이 부서진 남자 - 마이클 로보텀: 산산이 부서진 남자는 실제로 수백 명의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은 물론 마음까지 조종했던 피터 도넬리라는 남자에게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래서 인지 이 작품 속 범인은 정말 독특합니다. 직접 자기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전화 한 방으로 여자들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한 다음 결국 스스로 자살하게끔 만듭니다. 가히 엄청난 지능범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범인을 잡는 주인공이 파킨스 병 환자로 설정한 겁니다. 전화 하나로 사람을 죽이는 희대의 연쇄살인마 vs 파킨스 병에 걸려 점점 육체가 부서지는 주인공. 이렇게 굉장히 독특한 구도를 설정한 이 작품은 단순히 흥미로운 구도에만 머물지 않고 섬세한 심리 묘사로 읽는 이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데 성공합니다.
미싱 유 - 할런 코벤: 다중 반전의 황제 할런 코벤의 역작! 진짜 순수하게 재미라는 측면과 반전, 그것도 다중 반전이라는 측면에서 할런 코벤을 능가하는 작품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 정말 재밌습니다. 특히 다중 반전의 황제답게 이 작품 역시 읽는 이를 쥐락펴락하는 능수능란 다중 반전이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할런 코벤의 반전을 접하면 여타 다른 장르 소설의 반전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더 정확한 예는 샤말란의 식스 센스의 반전을 보면 여타 다른 영화의 반전이 심드렁해 보이는 것과 똑같습니다. 여하튼 결론은 재미를 원하는 자! 그냥 할런 코벤을 선택하면 됩니다.
제물의 야회 - 가노 료이치: 감히 일본 하드보일드 느와르 소설의 최고봉이라고 말할 수 싶을 정도로 진짜 죽이는 작품! 동시에 개인적으로 일본 형사 소설 중 5 손가락에 들 정도로 멋진 작품!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느 날 여자 두 명이 동시에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피해자의 남편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그 피해자 남편이 이상합니다. 알고 보니 피해자의 남편은 살인청부업자였습니다. 이때부터 살인청부업자는 자신의 손으로 아내를 죽인 연쇄살인범을 처단하기 위해 단독적으로 나섭니다. 덕분에 주인공 형사는 연쇄살인범과 그 연쇄살인범을 직접 처단하려는 피해자 남편인 살인청부업자 모두를 동시에 체포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이 작품은 잔인한 연쇄살인마, 그를 직접 죽이려는 살인청부업자, 이 둘을 동시에 체포해야만 하는 형사라는 매혹적인 3각 구도 설정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훔친 다음 무미건조하고 냉철한 그렇지만 묵직한 무게감으로 완전히 압도합니다.
악의 - 정해연: 실로 간만에 제대로 나온 한국산 스릴러 소설. 내용은 대략 이러합니다. 영인시 최고위층만 사는 아파트에 영인시 차기 유력 시장 후보인 강호성의 아내 주미란이 투신자살합니다. 그런데 골치 아픈 사실은 집 안에 시어머니 장옥란이 교살된 체 죽어있는 것입니다. 경찰은 평소 치매를 앓는 장옥란을 며느리 주미란이 교살하고 투신자살한 것으로 결론 냅니다. 하지만 주인공 형사는 미심적인 정황을 근거로 재수사를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형사는 급기야 강호성의 추악한 민낯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처럼 작품은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을 스릴러 적으로 꽤 단단하게 직조하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러다보니 다분히 한국적 정서에 맞는 마지막 반전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658 우연히 - 존 버든: 658 우연히는 악녀를 위한 밤이라는 걸작 스릴러 소설을 쓴 존 버든의 기념비적인 처녀작입니다. 이 작품은 악녀를 위한 밤과 마찬가지로 해결 불가능에 가까운 엄청나게 까다로운 사건이 전면에 나옵니다. 어느 날 마크 멜러리에게 편지가 한 통 발견합니다. 그 편지에는 ‘1부터 1000사이의 숫자 중 아무거나 떠올려 보고 또 다른 작은 봉투를 열어보라'보라는 알쏭달쏭한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크는 무심결에 658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경악스럽게도 작은 봉투에는 마크가 생각한 숫자 658이 적혀있습니다. 마크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이후 마크는 집요하게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폭로하는 편지에 겁을 먹고 자신의 친구이자 한 때 뉴욕 최고의 형사인 데이브 거니에게 사건을 의뢰합니다. 이때부터 작품은 천재 형사 데이브 거니를 통해 전통 추리 소설과 현대 스릴러 소설 양자를 모두 절묘하게 결합하며 상당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기억나지 않음, 형사 - 찬호께이: 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엄청난 걸작 13.67을 창조한 홍콩 추리 소설의 대가 찬호께이의 또 다른 수작입니다. 내용은 어느 날 주인공 쉬유이 형사는 차에서 깨어납니다. 그런데 쉬유이 형사는 자고 일어나고 보니 자신에게서 6년간의 기억이 고스란히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시 더 큰 문제가 그에게 다가옵니다. 6년 전 둥청 아파트에서 벌어진 부부 살인사건을 재구성하려는 기자 아친을 상대해야 하는 것입니다. 졸지에 쉬유이 형사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과 둥청 아파트 살인사건을 재구성해야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그 때 쉬유이는 둥청 아파트 살인사건의 진짜 살인범이 따로 있다는 막연한 기억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처럼 흥미로운 구성을 가진 이 작품은 절묘한 반전과 가독성으로 엄청난 재미를 선사합니다. 한마디로 장르 소설의 모든 점을 갖춘 진짜 재밌는 작품입니다.
범인에게 고한다 - 시즈쿠이 슈스케: 범인에게 고한다는 개인적으로 일본 형사 소설 중 가장 좋아하면서 높게 평가하는 수작입니다. 내용은 남자아이가 실종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집니다. 하지만 경찰은 일 년이 넘도록 사건을 해결하지 못 합니다. 결국 경찰은 엄청난 무리수를 감수하면서 tv를 통해 공개적으로 범인을 잡으려는 도박을 합니다. 그리고 그 임무를 맡는 형사는 6년 전 수사 실패로 좌천된 마키시마 형사입니다. 이후 주인공 형사는 tv에서 범인과의 아슬아슬한 두뇌 싸움을 벌이며 사건의 진상에 다가갑니다. 이렇게 이 작품은 형사 소설을 기본으로 해서 언론의 문제, 경찰 내부의 권력 문제, 피해자 가족의 심리 증 사건을 둘러싼 각 집단들의 면면을 아주 촘촘하게 담아내는데 성공합니다.
이니미니 - M. J. 알리지: 지금 소개하는 소설들 중 순수하게 재미 면에서 아마도, 아니 확실하게 이 작품이 당연 최고라고 당언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도가 엄청납니다. 특히 짧게, 짧게 끊어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읽기가 정말 편합니다. 마치 달콤한 솜사탕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 다 먹어치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그 덕분에 재미 그 이상의 묵직함은 덜합니다. 한마디로 순도 100% 오락 소설 그 이상도 그 이하는 아닙니다. 하지만 오락 소설로서 가장 중요한 재미를 확실하게 챙겼으니 그리 욕할 필요는 없는 작품입니다.
소름 - 로스 맥도널드: 제목 그대로 진짜 소름끼치는 반전을 자랑하는 서슬 퍼런 차가운 하드보일드 느와르의 최고 걸작. 진심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읽은 소설 중 반전부분에서 5 손가락에 들 정도로 뛰어난 작품입니다. 진심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반전에만 목을 매지 않습니다. 하드보일드 느와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전반을 휘어잡는 묵직함은 정말 일품 중의 일품입니다. 그런 이유로 남성 취향의 하드보일드 느와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이 작품 진짜 죽입니다.
작가미상 - 미쓰다 신조: 개인적으로 호러 미스터리의 거장 미쓰다 신조의 최고 걸작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소름끼치게 무서운 소설입니다. 내용은 미쓰다 신조의 작품답게 현실과 환상을 오락가락하면서 독자들을 미궁 속으로 집어넣습니다. 어느 날 주인공 신조의 친구 신이치로는 헌책방에서 미궁초자라는 기이한 책을 발견합니다. 신이치로는 바로 신조에게 이 책을 소개합니다. 미궁초자는 총 7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흥미가 동한 이 둘은 미궁초자를 읽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로 재현됩니다. 문제는 현실로 나타난 이 이야기에서 벗어나려면 소설의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이 둘은 소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다 동원해 추리를 합니다. 이렇게 공포 소설과 추리 소설을 절묘하게 결합한 이 작품은 왜 미쓰다 신조가 호러 미스터리의 제왕인지를 알려주는 정말 무서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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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라면 죽고 못살기에... 추천 한 방 날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