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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뉴스]  정한석의 리액션 - 타자를 향한 권태, 영화 '아노말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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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4-08 00:06:02

우연히 찰리 카우프만의 신작 '아노말리사'와 미셸 공드리의 신작 '마이크롭 앤 가솔린'이 같은 시기에 국내 개봉했다. 둘은 각본가와 감독으로 만나서 '휴먼 네이쳐'(2001), '이터널 선샤인'(2004)등 재기 넘치는 괴작을 함께 만들어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두 영화를 함께 놓고 보니 두 사람의 세계관이 의외로 차이가 커 보인다.

공드리는 적어도 동심을 굳게 믿는다. 카우프만은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영화로 다루어야만 한다고 카우프만이 믿고 있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대개 마주하거나 추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이를테면 질병과 무능과 콤플렉스와 늙어감과 죽음 등이다. 공드리는 점점 더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예쁜 환상 쪽으로 가고 카우프만은 점점 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불편한 증상 쪽으로 간다. 내 경우에는 공드리보다는 카우프만의 향방이 훨씬 더 흥미롭다.

'아노말리사'는 인형을 재료로 한 애니메이션인데,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때 우선 떠올릴 수 있는 동심의 세계는커녕, 프레골리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마음의 질병이 중요한 소재가 된다. 프레골리 증후군이란,'내가 마주하게 되는 사람, 모두가 실은 한 사람이고 그가 매번 변장하여 다른 사람인 척 모습을 바꾸어 행세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망상'이라고 한다.

'아노말리사'에서는 그 점을 목소리로 표현한다. 주인공 스톤과 리사를 제외하고 모든 인물들을 한 명의 배우가 목소리 연기한다. 그러니까 스톤(과 관객인 우리들)은 리사를 제외하고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한 명이 내는 동일인의 목소리로 느끼는 것이다. 실사영화에서 이런 표현은 좀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주인공 스톤이 하룻밤 만에 리사에게 매혹되는 단 하나의 이유도 그녀만이 유일무이하게 남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지닌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스톤이 듣는 하나 같이 동일한 그 목소리들은 왜 꼭 남성의 음성이어야만 했을까, 하는 것이다. 리사의 목소리는 그러니까 아름다운 목소리가 아니라 영화 속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성의 음성이다. 남성이 아니라 여성, 스톤이 찾는 구애의 대상이라는데 방점이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아노말리사'는 망상에 관한 영화로만 보기 어렵다. 망상의 과정을 넘어 권태의 증상에 관한 영화인 것처럼 보인다.

 

 영화 속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이 있다. 리사의 목소리조차 동일한 남자의 목소리로 바뀌는 그 순간 리사에 대한 스톤의 애정도 급격하게 식는다는 점이다. 물론 애정이 식어 목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때 주인공 스톤의 감정이 너무 얄팍하다고 나무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은 아닌 것 같다.

'아노말리사'는 (사랑의 대상이 되는 타자를 포함하여) 타자를 향한 권태라는 증상을 다루기 때문이다. '아노말리사'는 그 점에서 '이터널 선샤인'이 제기했던 질문을 뒤집는 형국이다. "같은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면 새롭게 사랑할 수 있을까"라고 '이터널 선샤인'은 마지막에 질문했다. "유일무이하게 달라 보였던 사람조차 다른 사람들과 같은 무엇으로 느껴지는 이 권태를 우린 떨칠 수 있을까"라고 '아노말리사'는 질문한다.

영화평론가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60408.22021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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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8 00:06:02

좋은글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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