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워크래프트, 록타르! 오가...르? (노 스포)

방금 조조로 감상 마쳤습니다.

*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야기 플롯이 심각하게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세계를 해하려는 악이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선이 대립한다는 것인데, 이 이야기가 관객 입장에서 공감할 수 없고 겉도는 느낌이라는 점이 큰 단점입니다.

* 등장 인물이 지극히 평면적입니다. 어떤 분이 리뷰에 적으신 것처럼 이 영화의 인물들은 단지 하나의 사건을 보여주기 위한 소품에 불과한 느낌입니다. 주요 배역들이 10명 남짓으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캐릭터의 개성과 깊이를 부여해 이야기를 풀어간 <반지의 제왕>과 지극히 대조적입니다. 이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성격을 갖게 되었는지 이 영화는 전혀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궁금하면 게임을 하라는 걸까요?) 이는 단순한 플롯과 만나 영화적 매력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선과 악이 대립하는 비슷한 영화인 <스타 워즈> 시리즈의 단순 명료한 플롯에 우리가 열광하는 것은 인물들 때문이죠. 캐릭터의 개성과 복잡하고 미묘한 설정들이 단순한 플롯에 깊이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캐릭터와 이야기 어느 곳에서도 그런 깊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불친절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연출 속에서도 '안두인 로서'역의 트래비스 피멀이나 '메디브'역의 벤 포스터의 연기는 빛이 납니다. '가로나'도 꽤 봐 줄만 했고요. 다만 이 배우들의 연기가 다른 영화에서 더 밝게 빛날 것 같다는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의 연출이 매우 아쉽습니다. (예고 크레딧에는 거의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가운 얼굴도 있습니다. 보시면 아! 하실만한 배우가 잠깐 출연합니다.)

* 많은 리뷰에서 이야기한대로 VFX는 뛰어납니다만 생각보다 영화의 미장센은 많이 떨어집니다. CG로 떡칠된 호드의 진영은 움막 투성이인 원시 진영이고 (그나마 워3에 나왔던 워치 타워 정도가 알아볼 수 있을 만할까요?) 풀 샷만 화려한 얼라이언스 쪽은 내부로 들어갈 수록 세트장 냄새가 너무 풍겨서 몰입이 힘듭니다. 이게 캐슬(워3 건물) 안에서 왕과 관리들이 회의를 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아닌 코스프레한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구나 라는 인상을 줄 정도로 형편없는 미술적 감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 제가 느낀 것은 이 정도네요. 쿠키는 따로 없고 마지막에 제목 나오고 잠깐 후속편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와우 좀 해보신 분들이라면 다 예상하셨을 장면이요.

* 블루레이는 안 사도 되겠네요. 잘 나가던 덩칸 존스 감독이 이번에 제대로 고꾸라진 건지 블리자드 입김이 너무 세 영화를 망친 건지 알 수 없습니다만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렇게 또 한 편의 게임 원작 영화가 제 관심의 저편으로 사라지네요.

* 참고로 록타르 오가르는 오크 어로 '승리가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뜻입니다. 영화에는 전혀 설명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관람한 CGV 측만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몇몇 자막이 화면 밖으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가운데가 아니라 왼쪽 오른쪽 정렬을 왔다갔다 해서 몰입을 좀 방해하네요.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