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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정글북(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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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1 23:55:02

이번에 실사물을 보고 나서야 1967년도에 공개된 '디즈니 원작만화'를 찾아 봤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졌다는 '디즈니 원작만화'를 이번에 처음 봤다. 화제작이라 디즈니의 정글북 실사물은 보고 싶었고 봤지만 그 전에 예습 차원에서 원작을 챙겨 보고자 하는 의욕이 안 생겼었다. 원작은 원작이고 실사판 각색물은 별개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작 78분 밖에 안 되는 '디즈니 원작만화'에 대해서는 굳이 알고 볼 필요를 못 느꼈다. 영화계에서 원작 있는 경우가 예사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신작 나올 때마다 고민거리가 되는 원작 이해에 대한 어떤 의무감이 정글북에 이르렀을때는 그냥 귀찮고 그래서 더더욱 '디즈니 원작만화'에 대해서 시큰둥했는지도 모른다.​​​​

 

디즈니판 정글북 만화영화의 실사물을 보자 디즈니 입맛대로 각색한 옛 디즈니 원작이 궁금해졌다. 실사물이 뮤지컬 기법도 적용한 구성인지는 모르고 봤는데 극중에서 뮤지컬 장면이 두번 나오길래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원작 만화와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실사물도 만화처럼 뮤지컬 장면이 나오지만 카아가 부르는 노래는 본편에 활용하지 않고 크레딧 때 스칼렛 요한슨의 음성으로 편곡을 한것도 뒤늦게 원작 만화를 보고 싶었던 요소 중 하나였다.

 

뒤늦게 찾아 본 1967년작 '디즈니 원작만화'는 이번에 나온 존 파브로의 실사판에 비해서 약했다. 디즈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대성공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왕년의 만화영화를 실사판으로 만드는것에 주력하고 있고 이제는 만화영화 실사판을 담당하는 라이브 액션 스튜디오까지 별도로 차려 이 분야를 가속화시키는데 공들이고 있는 중이다. 향후 나올 실사물들이 줄줄이 대기중인 상태인데 거울 나라의 앨리스처럼 기록적으로 망하는 작품이 연달아 나오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 나온 장편 만화영화들을 전부 다 실사물로 만들 태세다.

 

존 파브로의 정글북은 근래 나온 디즈니 만화영화 실사판들 중 원작을 능가하는 실사판이다. 신데렐라, 말레피센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리고 왕년의 실사판인 101달마시안까지 그동안 나왔던 자사 만화영화 실사판들은 만화영화 보다 못하거나 만화영화만큼 잘 만들었고 재미있는 수준이었지 만화영화를 넘어선 적은 없었다. 대외적인 평가에서도 그랬고 내가 느끼기에도 실사판은 대체로 원작 만화에 비해선 감흥이 떨어졌다. 그러나 정글북은 예외적으로 원작을 압도하는 훌륭한 실사물이다.

 

우선 만장일치로 호평을 받고 있는 기술부문은 완벽에 가깝다. 만약 이 작품이 칸 영화제 본선부문에 진출했다면 기술공헌상은 당연한 차지가 됐을것이다. CG기술력이 실사와 CG를 구분할 수 없게끔 발전했기 때문에 정글북 이외에도 감쪽같이 눈속임을 잘 하는 CG구현의 작품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정글북의 강점은 뛰어난 기술력과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조화이다.

 

실제 동물을 조련시켜서 정글에서 촬영했다면 불가능했을 구성을 오로지 기술력으로 발전시켜 서사의 힘을 접목한 저력이 놀랍다. 동물을 의인화 시키면서도 동물 세계의 생태계 구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사건을 전개시키는 방식도 훌륭하며 동물들의 모습이 실제처럼 보이는 CG를 통해 실사로 진행됨에도 희화화 된 마법에 걸린 사랑같은 작품과 달리 진지한 몰입이 가능하다. 그만큼 배역의 묘사와 이야기의 통제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1967년작 만화도 늘 그랬듯 디즈니 입맛대로 러디어드 키플링의 원작을 해체하여 엄청난 가지치기 과정을 거쳐 제2의 정글북 원작처럼 됐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만화영화를 다시 실사판의 편의에 따라 재조립이 됐다. 만화는 주 관객층인 어린이 관객을 위해 골격이 단순해지고 사건의 발단과 발전과정, 끝맺음 방식도 간편하게 축소됐다.

 

존 파브로의 실사판은 원작 만화에 비해 굉장히 진지해졌다. 일단 동물 배역들이 전부 다 실사로 전환되면서 만화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귀여운 맛이 사라졌고 실사물의 생생함이 더해졌는데 그래서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러스한 설정들이 의도 이상으로 효과적이다. 실사로 보여지는 동물들이 천연덕스럽게 모글리와 조우하는 모습에서 얻어지는 자연스러운 효과 덕분에 굳이 만화처럼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 상황을 과장시키지 않아도 되었다.

 

실사판 정글북도 서사는 단순하고 배역 성격도 전형성을 따르고 있긴 하지만 기술력의 힘으로 밀어 붙이려는 작품은 아니다. 100프로 실내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낸 야외 정글 세계의 CG표현력에서도 모글리와 정글, 그리고 동물들과의 교감을 놓치지 않고 담아냈기 때문에 기술의 놀라움 이전에 이야기의 몰입이 극의 이해를 발전시켜준다. 그러면서도 원작만화처럼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진행방식으로 동화의 낭만을 겻들여 친근함을 더했다. 실사물의 무게감이 귀여운 원작만화를 장엄한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야생의 생태계 구조와 자연에 대한 존경심이 신화적으로 확장되면서 서사시같은 감동을 안겨준다. 코끼리에 대한 묘사가 특히 그렇다.   

 

CG로 도배된 제작방식에서 아역 배우의 능력을 200프로 끌어내 실사물의 생생함과 이야기를 조화시킨 제작진의 노고가 눈부시게 빛나는 작품이었다. 각 배역과 성우진의 조화도 훌륭하며 원작의 뮤지컬 장면들에 쓰인 넘버들도 세련되게 편곡됐다. 원작만화의 재활용이 가장 잘 된 부분은 원작에서 남자 성우가 연기한 카아를 끈적끈적한 육성의 스칼렛 요한슨에게 맡겨 노래까지 부르게 한 부분이다. 원작에선 노래로 최면을 걸어 모글리를 잡아 먹으려고 하지만 영화에선 대사로 이야기의 빈틈을 채우고 그 대신 카아가 부르는 노래는 크레딧 때 스칼렛 요한슨에게 맡기는데 실사물에 맞게 노래와 대사의 분배가 잘 됐다. 스칼렛 요한슨의 음성과 최면술에 능한 뱀의 배역 성격이 근사하게 매치돼서 극적인 전환점으로 매우 효과적이었다. 노래도 웬만큼 할 줄 아는 스칼렛 요한슨의 가창력과 매력적인 음색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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