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감상기[너의 이름은] 수작이긴 한데,,뭔가 창피? (스포)
(스포가 있습니다.)
요즘 한국과 일본에서 화제인 애니 [너의 이름은]을 보고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수작... 감동!...인생영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라는 호평 감상문을 남기셔서... 특히 애니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장르라서
많은 이들이 평가한 작품은 필시 좋은 작품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완성도는 어느정도 믿고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애니메이션은 "그림"보는 특유의
재미가 있습니다. 작화, 움직임(동화)의 완성도를 분석하면서 보는 재미 등등...
하지만 관람전 제일 두려운(?)점은 일본 특유의 "오글거리는 정서와 대사, 전개"였습니다.
특히 이 영화 남녀주인공이 고교생이고 하니.... 더욱 그런 우려가...
또한, 신카이 마코토감독의 전작들에서 보여지는 "계절이나 자연을 활용한
남녀의 사랑찾기"과정이... 저 개인적 취향엔 다소 안맞았고 오글거리는 느낌을
느꼈던지라...더더욱...
실제로 [너의 이름을]을 다 보고나니...
분명 이 작품은, 그간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단편작품들을 집대성하고
그 정서를 풀로 쏟아부으면서도, 요즘 트렌드에 맞는 소재
(미스테리한 요소들=남녀바뀜, 타임 패러독스, 거대한 자연재해 등)
를 접목시켰는데, 뭔가 제작진들이 기대한 이상으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고
감정을 고양시키며 짙은 여운을 남기는 기적적인 작품이 탄생한 듯 합니다.
이 정도면...분명히 "수작"이라 할만합니다.
요즘 한국과 일본의 상업영화에서, 실사든 애니든 막론하고 이정도
완성도있는 작품이... 드물다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김윤석/변요환 주연 "당신 거기있어줄래요"도
시간 패러독스 소재지만... 제 소감으론 정말 별로였습니다.)
그런데...
분명 수작이긴 한데, 뭔가 "개운한 수작"은 아닙니다.
수작이면 수작이지 개운한 수작이 아니란 게 뭔 말이냐? 싶기도 한데...
예를들면 타카하다 이사오 감독의 애니 [반딧불의 묘]...
이 애니는 작품 자체로만 보면 엄청난 수작..아니 "명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러나라에서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하고 있죠.
그런데...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보면???
과거 일제피해를 입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뭔가 작품을 작품 그 자체로만
받아들여지지않게 됩니다. 일단 애니영화니까... 분명 영화자체로는
명작은 맞지만... 명작이라 말하면서도 맘속으로 꺼림찍함이 남습니다.
[너의 이름은]은 왜 그런 식의 꺼림찍함이 남는 것일까??
당연히 신카이 마코토감독이 극우거나 혐한이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이 작품에 가득한 정서 = 사춘기 남성의 여성에 대한 패티시즘, 유치한 생각들(중2병적),
이성=여성에 대한 "환타지적"동경과 갈구, 예쁘고 아름다운 이성과 그 관계에 대한
소위 "오덕적, 변태적" 망상들...
예를 들면 여성과 몸이 바뀌는 것
여성이 입으로 씹은 음식을 받아먹는 것 등...
뭔가 순수하고 운명적 사랑을 그리는 듯 하면서도,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그런 변태적 패티시즘입니다.
이런 정서들이 작품에 한가득 표현돼있는 걸 보면서
실은 보는 나 자신도 한떄 그런 정서에 심취했고(누구나 청소년기를 거치므로)
지금도 거기서 못빠져나온게 아닌가..하는 자괴감과 부끄러움 때문에
즉 나 역시도 감독과 "공범(?)"이라는 그 자의식 때문에
이 영화를 개운하게 수작이라 말하기 힘든 것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여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작과 마찬가지로
외모적으로 예쁜 여자 + 훈남 남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남성의 페티시즘 가득한
시점으로 그리고 있고...
거기서 더이상 외연확장을 하지 못합니다. 즉 인생이나 삶, 인간의 존재...등
뭔가 더 깊고 넓은 주제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물론,
"왜 그런 주제로 나아가야 하느냐?
이 영화는 그런 거창한 걸 그릴 맘이 없는 영화이고,
이 자체로 충분히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느냐?
실제로 너도 보면서 꽤 만족하고 이 작품 BD나오면 필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느냐?"
라는 내면속 저의 또다른 자아의 비아냥...
"왜 신카이 마코토처럼 솔직해지지 못해?... 그냥 예쁜 여자가 최고야...
이 세상은 남과 여의 사랑놀음하고... 밤일하고..그런 기쁨으로 사는 거야.
너 마누라도 있으면서 예쁜 av여배우 나오는 야동보고 자위 안해?
그냥 인정해...."
...라는 내면의 외침이 너무나 통렬합니다.
저는 갠적으로... "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도 좋아합니다.
떄론 달콤핟고 때론 애절하고 절절한 러브스토리...
하지만 [너의 이름은]의 러브스토리는 좀 뭔가 일바적인 러브스토리 영화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뭐랄까 "무에서 유를 찾는 느낌"이랄까요?
즉, 실제 연애담이 아니라 뭔가 남성의 판타지, 망상에서 비롯된 여성상, 연애담인 듯한
느낌?
마치 요즘 sns의 예쁜것만 보여주고
예쁜것에 환호하는 것만큼이나 "얕고" "유치"한 느낌?
물론 그것도 좋지만... 그것 말고 또 다른 게 우리 인생이나 삻에 있지 않겠어?
정말 좋은 영화라면... 그런 것도 그려내야 진짜 수작...명작이지 않겠어?"
...라는..ㅇㅏ직은 포기할 수 없는 이성? 이상?이...
이 작품을 꺼리낌없이 "수작!"이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주저하게 만든달까요.
(이 영화를 보면 루리웹에서 오덕사진으로 떠서 지금은
어느덧 메이저?가 된 국내 사진작가"로타"가 떠오르더군요:
http://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16831636
로타 사진을 저장하는 저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암튼, 그런 생각들이 이 작품 보는 내내 "브레이크"로 작용해서... 이 작품에 대해
"순수하게 = 순진하게 " 백기투항할 순 없더군요.
그래서 어떤 관객들마냥 [인생 영화다...나도몰래 눈물이 줄줄 나더라] 식의
감상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수작은 분명 수작입니다. 여운도 남고 감동도 있습니다)
ps>
1) 그림과 동화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완성도는... 전반적으로 좋습니다.
그림이 붕괴되지 않고 일정한 수준을 이루며, 감독의 장기인 자연묘사 및 하늘 묘사,
도시묘사, 소품묘사 등등...
"미야자키 하야오"가 공간의 공기를 애니에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신카이마코토는
자신의 독자적 능력과 감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할까요?
예를들어 비오는 씬에서 "차가운 빗방울 느낌과 흙냄새"까지, 느껴지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더군요... 에니메이터 이상의 어떤 감각...
2) 그러나 일본애니 특유의 "걷는 씬의 부자연스러움"이나 "달리는 씬의 부자연스러움"은
종종 보이곤 합니다.(특히 끝부분 미츠하가 달리는 씬에서 팔의 움직임이
어색한 부분이 몇군데 있네요)
3) 중간쯤 + 클리이막스 흘러나오는 노래는, 일본 특유의 "읊조림"방식 포크송인데...
(아래 댓글에 shut님께선 좀 유치하다고 하셨지만) 저는 갠적으로 그런 노래 자체는
맘에 들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에는 크게 유행하지않는, 일본 특유의 읊조림식
노래인데...그 가사가 사실 "세계"가 어떻고...하는 방식이니... 중이병, 오글거림 가득
이지만, 이 영화와 잘 맞아떨어지고, 또 노래 자체가 좋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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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자체의 완성도만 보면 단점은 많지만 수작이라고 부르기엔 손색이 없다고 봐요. 재밌게 보기도 했고요.
물론 단점들이 저에겐 매우 강하게 다가오는지라 세간의 극찬과 제 감상은 조금 동떨어져있긴 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