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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모아나 - 정치적 올바름과 프린세스물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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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15 12:55:34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 반말투임을 양해바랍니다.

 

 

 

모아나는 굉장히 현대적이고 건강하려고 노력한 작품이다.

그러나 대단히 중세적이고 비현대적인 면모의 작품이기도 하다.

 

라푼젤, 겨울왕국, 주토피아의 계보를 이으며

페미니즘적 여주인공이 꿈을 쟁취할 수 있다고 말하고,

디즈니 프린세스도 유색인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을 구하는 건 족장의 딸, 금수저다.

"넌 자질 있어 (영어로는 넌 선택받았어 라는 뜻으로 들림)"

금수저 딸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민주주의 시대에 봉건계급적 질서를 놓지 못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모험을 떠나고 세상을 구할 자격은

신의 피를 물려받은 영웅이나 왕, 혹은 왕의 아들에게 주어졌다.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이아손, 페르세우스, 오이디푸스, 테세우스 등등.

 

그런 봉건적 계급사회 질서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꿨을 뿐이다.

아니, (디즈니가) 바꿔줬을 뿐이다.

여전히 이 세계는 중세나 다름없는 봉건계급사회이고,

상류계급의 혈통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하는 작품이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낡았는지는

미국 백인상류층이 다수일 디즈니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모아나>는 전작 <주토피아>의 주디가 시골 흙수저 출신임을 본다면

굉장히 정치적 후퇴인 선택으로 보인다. (물론 제작팀은 다를 것 같다)

 

모아나는 미국의 오바마같은 캐릭터다.

유색인종이지만 주류(디즈니)에게 선택받고

백인상류사회(디즈니)에 편입된 아메리칸 드림이다.

 

더 심하게 들어가보면 무의식적으로

2000-3000년전 신화 속 영웅들만이 세상을 구했듯이

금수저라는 미국의 패권과, 미국의 패권이 선택한 마이너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만들어낸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모아나>는 21세기의 페미니즘과 다문화주의가

중세의 봉건계급주의와 불편하게 동거하는 작품이다.

전작 <주토피아>에서 선언했던

"모두가, 뭐든 될 수 있어! Everyone, Can be everything!"를

스스로 뒤엎는 모순된 작품이다.

정말 올바르고 싶으면, 프린세스를 버려야 하지 않을까.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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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7-01-15 12:30:32

왕자와 공주 신화는 서양인들에게는 뗄 수 없는 그림자인 것 같습니다.
영웅 서사에서 주인공은 언제나 왕족, 최소한 귀족 출신인 얘기는 아이들 동화부터도 필수적이니까요.
로빈 훗 같은 경우도 (가공의 인물이지만) 원래 평민으로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 한사코 귀족 출신으로 만들거든요.
결국 그들에게는 영웅은 언제나 "고귀한 피"를 가져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1
2017-01-15 12:37:15

 그런데 소위 말해 디즈니 '프린세스'의 조건은 이전에 뮬란,포카혼타스,티아나 등의

사례를 봐도 알겠지만 꼭 공주가 아니더라도 조금 높은 신분, 혹은 그저 주인공이기만

하면 되는 꽤나 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요.

 

 사실 위 작품들을 보더라도 꼭 디즈니가 최근 들어 변해왔다 라곤 말할 수 없는 게

꽤나 이전부터 이런 소수인종 프린세스들을 구색맞추기처럼 라인업에 편입시켜 왔거든요.

북미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2위가 바로 그 유명한 스타워즈인데

다름아닌 1위가 바로 이 디즈니 '프린세스'들일 정도로 이들이 소구하는 시장의 잠재력은

무시 못하죠.

 

여기서 조금 불편한 얘기가 될 수 있겠는데 이 소수인종 프린세스들은 상품판매 등에서

드러난 지표로 보면 가장 인기가 바닥을 치는 편에 속합니다. 아마 모아나도 현재까지의 흥행

추세 등을 미루어 볼 때 어디 쯤에 위치할지 대강 감이 잡힙니다.

'눈은 머리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예전 겨울왕국 리뷰 때 씨네 21의 평론가가 언급했듯

디즈니의 이런 '외도적' 성격의 일련의 시도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이전에

우리 사회 밑바닥을 지배하고 있는 일련의 미적 스테레오타입과 선입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 봅니다.

 

이건 딱히 정치적 공정성의 잣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2
Updated at 2017-01-15 16:11:03

아직 상영 중이라 더 올라갈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모아나가 미국에서 디즈니 역대 흥행 3위인데요.

공주랑은 별 상관없어 보이는 주토피아(2위)를 빼면 겨울왕국 다음이니 

소수인종 프린세스니 정치적 공정성 어쩌구 하는건 좀 웃기는 이야기가 되버리는거 같습니다.

분석하고 가져다 붙이는건 자유긴 하지만 그냥 애니는 애니로 즐겨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Updated at 2017-01-15 19:02:36

사실만 바로잡자면 그 인용하신 순위라는 건 아마 모조일 텐데

거기엔 분명히 (2007-Present) 이렇게 단서가 달려있죠. 또 물가 감안하지 않는다면

절대수치만으론 전설적인 백설공주를 능가할 텐데 아마 그렇게 받아들일 분은 없으시겠죠..

 

제가 따로 언급한 영화 중 포카혼타스는 당해년도 4위였고 뮬란은 13위였습니다.

모아나는 몇주 뒤 개봉한 유니버설의 씽에도 따라잡힐 게 분명해 보이고

아마 랭킹 10위 안에 못 들 텐데 이 정도면 대형 화제작이라기엔 무리가 있지요.

5
2017-01-15 13:03:55 (121.*.*.104)

음 디즈니 애니를 라푼젤부터 보신거 아니죠..?

7
Updated at 2017-01-15 14:56:32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공주가 나오면, 정작 작품 얘기는 안하고

다들 정치적 해석만 늘어놓는 게 참 재밌습니다.

그렇게 정치적인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내가 얼마나 pc한지, 썰을 풀게끔 하는 디즈니에 건배를!

4
2017-01-15 15:50:49

동감합니다 정치적이거나 사회비판적인 영화도 아닌데...

만화에 조차 이런 잣대로만 해석하는건 일종의 정치만물설 이라고 봅니다

알라딘이나 쿵후팬더는 어떤 해석을 할지 궁금합니다, 왜 자국어로 안하고 영어로 하나 이런거 예상되네요 ㅎ

1
2017-01-15 18:10:15 (180.*.*.27)

제가 쓴 댓글인 줄 알았습니다

 왕자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정치적 해석들이 들장할까 궁금해지기까지 하네요

2017-01-16 00:29:41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모든 디즈니 작품이 매번 약자를 대변해야할 의무가 있을까요...

그리고 모아나의 경우에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볼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렇게 솔선수범하는 금수저면 저는 오히려 좋을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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