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파묘, 재미있게 봤지만 혹평도 이해가 가는 이유.
저는 파묘를 흥미롭게 보았지만, 혹평을 하시는 분들도 이해가 됩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오히려 오컬트의 문법을 파괴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컬트에서 사람의 호기심과 공포를 자극하는 건 영적인 존재가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사람을 움직이는 걸 볼 때이죠. 온갖 공포스러운 상상을 하게 되니까요. 설령 악의 존재가 형상을 드러낸다고 해도 그게 어떤 존재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무기력하게 노출될 때 공포심은 더 커지고 영화에 더 몰입하게 되죠.
이 영화에서도 전반부에선 그런 장르적 긴장감이 있습니다. 무슨 악령의 기운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무속적이거나 종교적이거나 미신적이거나 온갖 대처법을 써봐도 실패하니 점점 궁금해지면서 두려워집니다. 특히 호텔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에서 그 호기심과 공포가 극대화되죠.
그런 긴장감이 갑자기 확 풀려버리는 전환점이 되는 장면은, 저에게는 우리 이순신 장군님(!)의 나래이션이 나오는 대목이었습니다. 주제의식을 너무 직접 드러내는 대사인데다가 맞서야 하는 악의 실체가 무엇인지 너무나 분명해져버리죠. 게다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대가 되다보니 맞서 싸우는 과정이 공포스럽지 않고 오히려 게임에서 최후 빌런을 상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파묘가 오컬트적인 영화적 상상이나 몰입을 끝까지 유지하지는 못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장재현 감독님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이나 '사바하'에서 보여준 오컬트적인 면모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후반부의 전개가 미숙함이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라고 받아들였어요. 특히 '검은 사제들'은 가톨릭 구마의식을 굉장히 전문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구마의식의 교과서처럼 느껴질 정도였거든요. 사바하에서도 어설프고 감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이비 종교 세계를 실감나게 묘사한게 괜찮았습니다.(만족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 편히 말씀드리자면 연출력이 확실히 아직 A급은 아니신 것 같고 파묘에서 확 발전하신게 느껴집니다. 선 관 같은 반전은 오히려 약간 우스꽝스럽게까지 느껴질 수 있었는데 스무스하게 잘 넘어가더라고요.)
결정적으로 장군님의 애국 나래이션이... 너무 직접적이어서 당황스러웠는데 듣고 있으면 너무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얘기라 또 동의하게 되는 제 자신이 당황스러웠죠. ^^ 대사 내용도 좋았지만 장군님의 목소리 톤이 딱 들어맞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집사님(?)의 캐릭터도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전혀 거부감이 없었고 무속 전문직인 젊은 연기자 2분의 연기도 잘 어우러져 후반부의 스토리가 무너지지않고 결말까지 잘 이어간 것 같습니다. 연기자도 훌륭하고 감독님의 디렉팅도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조 장재현 감독님의 영화를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스토리 전개에는 기획사나 각색자가 조금 더 참여해서 완성도 있게 잘 다듬어주시면 정말로 한국의 오컬트 거장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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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전반부가 뻔해서 지루하지 않나요?
결국엔 관채로 화장하는 걸로 해결하고 치울텐데
귀신이 보여주는 능력은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기에는
큰 영향력이 없는 것 같아 이후에 어떻게 전개할지 좀 걱정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