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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챌린저스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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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4-26 21:37:02

 

<챌린저스> 보고 왔습니다. <챌린저스> 복수형입니다. 극중 타시(젠다야)가 광고 문구 고치는 장면도 나오죠. 게임 체인저를 체인저스로 수정합니다. 제목 그대로 '도전자들'에 관한 영화입니다. 이들은 도전과 경쟁이 직업인 테니스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타시는 테니스 신동입니다. 주니어 대회 우승자에요.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반해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와 패트릭(조시 오코너)은 한 여자를 두고 경쟁합니다. 그리고 세 사람은 끝나지 않는 경기를 합니다.

 

너네들은 테니스는 하나도 모른다면서, 타시는 '테니스는 관계'라고 (가르치듯) 말합니다. 타시는 플레이보다 코칭에 더 관심있나 봅니다. 세 사람은 호텔 방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쓰리-섬 키스를 합니다. 쓰리섬 섹스는 아닙니다. 그리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시합에 이긴 사람에게만 번호를 주겠다면서. 그런데요. 타시 말로는 테니스는 관계라는데, 무슨 관계일까요. 공생 관계일까요 아니면 서로를 견제하는 경쟁 관계일까요.

 

타시의 테니스학 개론처럼 영화는 모호합니다. 답을 내놓진 않아요. 대신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시간을 왔다갔다 하면서 보여주고 스포츠 중계처럼 영화 화면에 경기 스코어도 보여줍니다. 무엇이 옳은지 누가 나쁜지도 모르겠어요. 타시, 아트, 패트릭 어느 쪽도 욕망을 숨기지도 아니면 대놓고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관계인가요.

 

셋이 있을 때 가장 빛나는 관계입니다. 테니스는 두 선수가 경쟁하지만 그걸 봐주는 관객이 있고 중계를 하고 순위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처럼요. 누가 봐줘야 합니다. 경쟁은 누가 봐줘야 경쟁입니다. 결투는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쟁취하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잃지 않기 위해 하죠. 아트와 패트릭은 타시로 완성됩니다. 선수들은 심판이 있어야 경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아마츄어는 프로가 됩니다. 그렇게 미성년자들이 성년이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은 헤어졌다 코트에서 다시 만납니다. 코트 위에서 두 사람은 견우와 직녀처럼 세상 행복해 합니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긴 랠리 마지막에) 발레와도 같은 동작으로 서로를 다시 되찾죠. 더티 댄싱도 아니고 동작이 과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화해엔 그 정도 과함이 필요했지요. 하지만 타시 입장에선 기뻐할 순 있어도 마냥 좋아할 만한 장면은 아닙니다. 경기가 끝나면 심판은 무슨 낙으로 삽니까. 여지껏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며 두 선수 랠리보는 낙으로 살았는데. 그래서 마지막 타시 표정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합니다. 그리고 암전. 그전에 컴온!

 

두 사람은 타시 때문에 다시 (코트에서)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누가 보고 있어야, 잘 보이고 싶은 누군가가 있어야, 두 사람의 관계가 성립합니다. 네트가 없는 코트가 무슨 소용입니까. 심판이 없는 경기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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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다야도 좋았지만 조쉬 오코너가 너무 매력적이었네요. 트렌트 레즈너-애티커스 로스 음악은 나인 인치 네일스 음악처럼 들렸습니다. 나빴다는 말은 아닙니다. 최근 두 사람 작업은 NIN 음악과는 다른 독특한 지점이 있었는데 이번은 '고스트' 같은 앨범에 써도 아무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남자 몸을 이렇게 탐미적으로 보여준 영화가 또 있었나 싶네요. 그런 장면만 좋았다는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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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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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21:16:46

통찰력 있으면서도 재밌는 리뷰네요.
잘 읽었습니다.

2024-04-28 16:44:19

저도 비슷하게 느꼈는데 말로 표현 못하는 걸 정확하게 짚어내어 주셨네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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