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삼체의 절단 장면 비교

삼체의 절단 장면은 곱씹어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흥미를 주기위해 영상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2024년의 기준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될 겁니다. 

나노 커터 비도로 선체를 절단하는 장면은 여러 차례 만들어졌습니다. 넷플릭스판. 티빙에서 볼 수 있는 중국 텐센트판. bilibili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에서는 지휘부만 탄 헤드쿼터입니다. 오펜하이머의 한 장면을 묘사하는 것처럼 스쳐갑니다. 중드판은 인포그래픽으로, 망원경씬으로 멀리서 보여줍니다.

 검열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연출입니다. 쿵후허슬의 연출을 차용했기 때문입니다. 쿵후허슬의 연출은 정말 잊을 수가 없죠. 서스펜스, 유머, 낭만, 충격이 다 들어있는 멋진 연출이었습니다.  

빌리빌리 애니메이션에서도 쿵후허슬의 영향력을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고양이 대신 갈매기가 '반갈죽'되죠. 

나무위키에 '반갈죽'이라는 밈이 등재된 걸 보면 이런 방식이 드물지가 않다는 이야기겠죠. 

그럼에도 넷플릭스판은 충격적입니다. 차이가 무엇일까요. 썰리는 자들에게 감정이입을 시키기 위해 맥락을 열심히 꾸밉니다. 원작에 없던 비무장 시민들을 탑승시킵니다. 행복한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꾸미고 하하호호 즐겁게 웃습니다. 너무나 무해하죠. 원작을 봤던 사람들이라면 유치한 클리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가는 거죠 

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달려가는 씬을 반복적으로 집어넣습니다. 구태여 거기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너무 직설적이라 유치하기까지 하잖습니까. 그래서 서스펜스가 생깁니다. 설마 애까지 반갈죽하겠어. 드라마 흥행 좀 시키자고, 돈 몇푼 벌자고 그런 뻔한 연출을 하겠어. 

그러나 베니오프는 이미 피의 결혼식에서 임산부로 재미를 봤던 겁니다. 역린을 건드려 시각적 충격을 줄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습니다. 잘린 인체 모형은 제작비도 얼마 들지 않을테니까요. 아이들 씬을 집요하게 넣습니다. 삼체에 등장하는 아이들만큼 행복한 아이들도 없을 겁니다. 횟집 수조를 청결하게 관리하듯 시나리오를 썼겠지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고 죄책감을 느낄만큼 행복한 미소를 지을 것.' 아마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요.

니들 잔인한 거 좋아하잖아. 잊지 못할 고어씬을 만들어 줄게. 피의 결혼식에서도 임산부 살해 좋아했잖아. 

넷플릭스가 등장하며 헐리웃에서는 금기였던 아동살해를 소재로 활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피의 결혼식에서는 재미를 봤지만, 모든 금기는 금기가 되었던 연원이 있는 것 아닙니까. 우크라이나에서, 가자지구에서 아동살해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시대입니다. 베니오프가 양식장에서 회를 뜨지 않아도 현실에서 볼 수가 있는 겁니다.

팔레스타인 아이가 피가 흐르는 가방을 맨 걸 보고 구급대원이 묻습니다. 가방에 뭐가 들었니. 동생이요.

피의 결혼식때는 깜짝 놀라는 피드백 영상이 유행했었죠. 이제 그런 걸로 피드백 영상을 만들지도 않고, 유행하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려면 사회적 맥락을 따라가야겠죠. 베니오프의 한물 간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