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판문점이냐, 싱가폴이냐에 걸린 배후다툼
트럼프가 북미 회담 날짜와 장소가 결정되었다면서도 발표를 늦추고 있습니다.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막간을 이용해서 이 장소를 결정하는 것에 얽힌 다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처음에는 언론들이 여러 나라를 회담장소로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유럽 스위스, 스웨덴부터 시작해서, 북한, 미국, 한국 (판문점), 몽골, 중국, 싱가폴...
日언론 "스웨덴·몽골, 북미에 '정상회담 장소 제공' 제안" - 연합뉴스, 2018. 4. 7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4/07/0200000000AKR20180407026700073.HTML
북미정상회담 장소 선정이 난제…"스위스ㆍ스웨덴ㆍ동남아 물망" - 연합뉴스, 2018. 4. 19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4/19/0200000000AKR20180419151800009.HTML
2.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회담이 결정된 3월달부터 미국에게 판문점을 제안해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백악관 참모진들은 판문점을 배제시켰습니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이 실시간 생중계로 방송되는 것을 본 트럼프가 판문점에 꽂혔다고 합니다.
남북정상회담 지켜본 트럼프 ‘판문점 평화 이벤트’에 꽂혔나 - 동아일보, 2018. 5. 1
http://news.donga.com/MainTop/3/all/20180501/89876329/1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제안을 받아들여 회담을 수락한 3월 9일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을 제안해 왔다. 하지만 당시엔 판문점이 평양, 워싱턴과 함께 일찌감치 후보지에서 제외됐었다. 북한 핵 문제의 직접 당사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 특히 판문점에서 할 경우 문 대통령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트럼프가 주목을 못 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와 북한과 외교 관계를 갖고 있는 스웨덴, 몽골, 싱가포르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일각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비핵화에 합의할 경우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강력한 명예욕의 소유자인 트럼프를 움직였을 수 있다."
3. 트럼프가 판문점에 왜 꽂혔는가.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에 적극적인 것은 이것을 미국내에서 언론과 기존 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던 자기 상황을 뒤엎을 정치적 기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주에 북미 회담 이야기가 자주 언론에 노출되면서 트럼프 지지율은 10% 급등했습니다. 북미 회담이 타결된다면 트럼프 지지율이 반대표를 누르는 크로스가 벌어질 것으로 저는 예상합니다.
거기다가 노벨상 수상의 기회도 점점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문대통령이 계속 띄워주니까, 공화당 트럼프 지지파 의원들이 문대통령 발언을 명분삼아 5월 2일 노벨상 위원회에 공식적으로 후보 추천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런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싱가폴보다 판문점이 유리합니다.
4. 지금 공화당 주류들이 어느 정도로 트럼프를 싫어하느냐 하면,
뇌종양 투병중인 공화당의 대선후보 매케인 상원의원이 자기 죽으면 장례식에 트럼프 오지 말라고 백악관에 전달했다는 뉴스가 이번주에 미국내에서 나왔습니다.
(매케인은 뇌종양 수술했는 데 부작용 생겨서 재입원한 상태입니다)
매케인 "내 장례식엔 트럼프 대신 펜스가 오길" - 연합뉴스. 2018. 5. 6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5/06/0200000000AKR20180506041000009.HTML
미국내에서 주류로부터 혐오를 받고 있는 트럼프는, 그래서 한반도에서 비핵화 성공시켜서 이걸로 미국 밑바닥 민심 지지를 받으려는 거죠. 그렇다보니, 극적으로, 최대한 화려하게 성공을 시키고 싶어합니다. 이게 트럼프의 쇼맨쉽 성향과 결부되어, 제대로 삘을 받은 겁니다.
자기 입으로 "big celebration'때문에 판문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을 할 정도니까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이벤트를 트럼프는 생각하고 있는 건가.
성공시에 우리쪽에서 한국인들이 카 퍼레이드나 촛불 집회 환영 해주는 것도 기대하고 있을 것 같고,
이건 미국 뉴욕타임즈가 기사에 적은 건데,
트럼프도 판문점에서 북한 땅으로 월경하는 거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냐 고 의심하고 있더군요.
그러면 그게 미 역사상 북한땅을 밟은 최초의 대통령이 되는 거라고 합니다.
북한 땅에서 회담하지는 않지만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대통령" 칭호는 따 갖고 가는 것.
요런 걸 트럼프가 아주 좋아합니다. 역시 트럼프를 잘 아는 것은 트럼프의 적입니다.
CNN “文대통령, 김정은에 ‘판문점서 트럼프 만나라’ 제안 - 2018. 5. 1
http://news.donga.com/list/3/02/20180501/89878144/1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추천했다고 미국 CNN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날 관련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 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장소로 최적지”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소식통은 판문점의 경호·보안상 이점과 더불어 Δ김 위원장이 평양으로부터 이동하기가 쉽다는 점 Δ이미 한국에 대규모 프레스센터가 갖춰져 있다는 점 등을 판문점을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추천하는 이유로 들었다.
특히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내 북한 측 지역으로 건너가볼 수 있다는 점도 회담 개최 장소로 추천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만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이용해 판문점 북한 측 지역에 들어간다면 현직 미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게 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 또한 상당 부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5. 트럼프가 판문점에 꽂혔는 데 백악관 보좌진들과 국무부, 국방부 관료들이 뜯어 말리고 있다고 합니다. 핑계는 북한땅에 가까워 위험하다 입니다 (??? 우리나라는 판문점이 보안상 안전하다고 추천하고 있는데??).
백악관 스탭들은 싱가폴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담 일자도 트럼프가 5월 중에 하겠다고 말하는 데, 볼턴 보좌관과 국무부가 "안된다, 꼼꼼하게 들여다 봐야 하니 6월로 늦춰라" 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쪽으로 기울어 있는 얘네들이 지금 필사적으로 트럼프를 뜯어말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날짜·장소 결정”…6월 초 싱가포르 유력 - 경향신문, 2018. 5. 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062236005&code=910303
"당초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종전선언까지 판문점에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외교소식통은 “미 행정부 내부에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판문점 개최 문제가 재검토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트럼프는 판문점 선호, 참모는 싱가포르 밀어… - 한국일보, 2018. 5. 6
http://hankookilbo.com/v/58cd3ef0225b450d97e2e2632daf1b9b
"워싱턴 소식통은 “참모들의 반대로 그간 거론됐던 싱가포르로 다시 정리되는 기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어떤 결단을 할지 현재로선 불확실하다”며 “발표 일정을 연기하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싱가포르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다”면서도 “판문점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아예 탈락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미정상회담이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대응 등 중요 현안에 대해 백악관 참모들이 아니라 외부 측근들의 조언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한 조언자는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매우 고양돼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합의하는 길을 찾는다면, 다른 것들은 중요치 않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게 그의 리얼리티 쇼 전략”이라며 “세부 사항에 대한 걱정 대신에 여론 지지를 얻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이행의 세부 사항을 두고 북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참모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임팩트를 중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을 자제시키기 위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빨리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우리(참모들)은 여전히 정확한 변수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8일 “3, 4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언급하며 조기 개최 의지를 보였던 것을 참모들이 제동을 건 셈이다."
6.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느냐.
트럼프는 이걸 성공시키면 미국내에서 자기 지지율이 오르고, 선거에 도움이 되고, 노벨평화상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삘 받아서 "해버리자, 판문점 가자!" 를 외치고 있습니다만,
볼턴이라든가 미 국무부 관료들은 판을 엎을려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북한이 핵 뿐만 아니라,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ICBM) 미사일을 모두 다 폐기해야 한다. 비핵화는 북한만 하는 것이고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 반입해도 된다고 볼턴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회담 날짜도 늦추고 회담 장소도 인기없을 만한 곳으로 돌리는 거죠.
기사에서 언급된 대로 트럼프가 정신적, 감정적으로 고양되어 있다 (= 삘받아 있다) 상태이고,
백악관 스탭들 목적은 지금 트럼프가 문재인 설득에 넘어갈까봐 가로막기 위해서 싱가폴 이야기를 하는 거라서, 정작 싱가폴에게는 거기 가서 해도 될까를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하더군요.
싱가포르 총리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관련 요청 없었다" - 2018. 4. 28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4/28/0200000000AKR20180428046900076.HTML
"싱가포르가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의 유력 후보지로 부상했지만, 미국과 북한 측으로부터 이에 대한 공식 요청은 없었다고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28일 밝혔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설득되어서 트럼프가 협상 타결쪽으로 속력을 내고,
일본은 당황해서 어버버버 하고 있으니까
백악관 보좌진들은 겐세이 놓으면서 시간을 벌자는 것이죠.
7. 이렇게 밑에서 트럼프를 붙잡고 있자,
문정인 교수가 미국 건너가서 트럼프 측근들 만나서 판문점에서 꼭 해야 된다고 설득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김종대 "방미 중 트럼프 측근에 '판문점 북미회담' 설득" - 연합뉴스, 2018. 5. 6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5/06/0200000000AKR20180506031100001.HTML
기사에는 판문점에서 해야 역사성이 있다 는 이야기를 했다고 써있습니다만,
솔직히 미국 정치인들이 그 역사성을 고려해줄 이유 따위는 없죠. 거기에 관심있는 건 한국인들 뿐입니다. 분단의 역사가 뼈아프고... 어쩌고 하는 건 한국인들에게 국한된 정서이고 역사이죠.
문정인 교수가 그들을 만나서 '역사성'이야기를 함으로써 강조한 건 이게 정치 이벤트라는 인식입니다.
한국 전쟁은 오래전에 종전선언으로 끝났어야 했었고, 그 역사가 뼈아프고.. 어쩌고 함으로써,
'트럼프가 대선 선거운동 할 때부터 내세운 게 "트럼프는 이전 대통령들과 다르다. 뭔가 할 것이고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오래전에 일찌감치 했어야 하는 건데, 미뤄두고 안해오던 걸 트럼프는 바로잡을 것이다" 가 선거 멘트였는데, 이번 건이 딱 그렇다. 거기 써먹기 좋다'라고 인식시키고 있는 거죠.
트럼프는 이번 건을 정치에 써먹기 위해 최대한의 효과를 위해 시간과 장소, 세팅을 고려하고 있는 데, 너희 트럼프 측근들도 그 시각에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말하는 것입니다. 백악관 스탭 들이 아무리 일본 로비에 물들고, 미국 주류 의견에 경도되어 있어도, 트럼프 팀인 이상 트럼프 따라 가야죠.
그리고 트럼프는 애시당초 밑에 애들 말 안듣고, 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인간이라서, 밀어붙이면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백악관 스탭들이 트럼프를 뜯어말리자, 백악관 외부에 점점 더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써져 있죠.
(트럼프는 이미 북미 회담 건에 걸리적 거린다고 연방정부 서열 3위 틸러슨 국무장관을 트위터로 해고해버렸습니다. 나머지쯤이야 뭐.... )
어제 우리 언론에서는 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로 6:4로 기울었다고 기사를 냈지만, 저는 여전히 판문점이 될 거라고 봅니다. 싱가폴에서 하면 정치적 효과가 떨어집니다. 리얼리티 쇼 출연하며 쇼 장사로 닳고 닳은 트럼프가 이걸 모를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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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니까 판문점 관철시키리라 봅니다. 볼턴 얼마 못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