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이영훈 이야기
1
밑에 너무 반가운 글이 있네요.
이문세 앨범 이야기.
이문세 하면 이영훈씨를 빼놓을 순 없죠.
나중엔 말이 많았지만,
어찌됐든 이문세의 이영훈, 이영훈의 이문세였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누구 한 분 안 계셨으면 저런 명반이 안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2
책이 있습니다.
이영훈씨와 그의 아내가 함께 낸 책입니다.
이영훈씨가 작사한 노래에
그 가사가 나오는 과정을 덧붙여 얘기해주구요
그의 아내는
그런 그를 옆에서 지켜보던 소회를 얘기합니다.
애틋하고 따스합니다.
책의 형태도 자그만치
LP판 모양입니다.
3
늘 사랑을 얘기하던 이영훈씨의 뮤즈는
그의 와이프였을까요?
안타깝게도 그건 아니였습니다
현재의 아내가 아닌 옛사랑이 있었고
그 추억과 가슴아픔이 그의 노래의 원동력이기도 했지요.
책의 표지에 써있는 얘기에 공감이 갑니다.
작사 이영훈이 아닙니다.
시 이영훈입니다.
4
책의 한 쪽면은 이영훈씨 노래의 가사,
한 쪽면은 그의 아내가 쓴 수필로 이루어졌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데이트를 하던 이영훈씨에게
문을 연 데이트 장소는 고궁 뿐.
그의 노랫말에 고궁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지요.
술을 참 좋아해서
차 한잔 하자면서 술집에서 마주 않잤고
찻집이 아니라 단골 술집에서 얘기를 이끌어갔네요.
5
그의 아내의 얘기가 한쪽면이지만
다른 한쪽면엔 노래 가사와 작곡가 노트가 실려있습니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썼을 당시의
이영훈씨는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오래 사귀던 그녀는 나를 떠났고,
그 당시엔 데이트 하던 혜화동은 고개를 돌리기 일쑤였답니다.
저도 오랜 연인과 헤어지고
종로쪽은 쳐다보지도 못한 기억이 나네요.
6
가을입니다
환절기가 되고, 어느덧 반팔을 장롱속에 넣고서 긴팔을 입을 때면
버스에서 흘러나오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가
반드시 어딘가에서 이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가을이 왔으니까요.
가을햇살 같은 이 노래는
아니나 다를까, 호수 같은 물가를 바라보며 섰던 곡입니다.
그 호수가 어딘지 알면 한번 쯤 찾아가고 싶습니다.
7
그녀의 웃음소리뿐은
락부심에서 우리를 꺼내준 노래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노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내가 늘 옳다고 소리치는 시대,
말이 없음의 어른스러웠음이 서글퍼집니다.
그게 하늘이지요.
8
첫사랑이라는 명제가
너무나 고귀하고 순결하던 시대,
옛사랑이라는 단어는
2G시대에 아이폰을 만났던 것처럼 충격이었습니다.
감히 옛사랑이라니요.
하물려 그 멜로디와 가사는
정말이지 사랑에 관한 기존의 생각들을
모두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영훈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옛사랑, "어쩌다가" 이 곡의 가사를 쓰고 난 후 더 이상 쓸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쩌다가는 어느 정도 시간일까요?
아마 1년 가까이 저 가사를 다듬고 다듬었던 걸로 압니다.
사랑이란게,
지겨울 때가 있지.
이 두줄을 쓰기엔
10년도 짧지요.
9
추천사입니다.
역사 속의 서간은 문학이었고,
엽서는 낭만의 조각이었습니다.
이영훈씨가 우리에게 준 서간문,
그의 아내가 그를 지켜보며 섰던 서간문,
그게 하나로 엮어서 낸 책입니다.
이 가을,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하얀 눈,
하늘 높이,
올라가는 날이 오기 전에 말이죠.
https://youtu.be/lZRSry1KH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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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새벽까지 선배랑 맥쥬마시고 왔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