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길냥이와 6마리 새끼를 거둔 사람
개,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사정상 키우지는 못하고 남이 키우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유투브에서도 동물 관련 콘텐츠를 많이 보는데요.
수많은 동물 관련 동영상들 중에서도 우연히 눈에 띄는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매탈남"이라는 분의 동영상들인데, 헤비메탈을 좋아해서 붙인 이름인가 했더니 "매일 탈출을 꿈꾸는 남자"라는 뜻이랍니다.
이 양반이 한적한 시골로 이주해서 시골 생활을 하던 중 집에 자주 오던 고양이와 가족이 되는 과정을 쭉 볼 수 있습니다.
원래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다든가? 그래서 고양이를 가까이 하지 못하던 사람인데, 집에 자주 나타나던 임신한 길냥이에게 "누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밥을 챙겨주다가 이 고양이가 어딘가 새끼를 낳습니다. 그리고 배가 홀쭉해진 채 간간이 나타나 또 밥을 얻어 먹고 사라지고를 반복하죠.
어느날 이 고양이가 남자에게 따라오라고 이끌고 이 남자는 영문도 모른채 야밤에 2km를 따라가 보니 좁은 배관 파이프에 무려 6마리의 새끼들을 낳아 놓고는 이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겁니다.
고양이를 가까이 못하는 남자는 그 도움 요청을 외면하지 못하고 외투를 벗어 새끼들을 감싸고 20m나 되는 길고 좁은 파이프 안에서 새끼들을 꺼내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어미 고양이는 남자가 새끼들을 구하는 것을 보고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던 이 남자는 서툰 손길로 새끼 고양이들을 보살펴 붙었던 눈도 뜨게 해주고 고양이 분유도 먹여가면서 돌보죠.
새끼들이 사람 손을 타면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돌보지 않는다는 동물병원 의사의 말을 듣고 멘붕에 빠진 이 남자의 집에 어미 고양이 "누리"가 일주일 만에 찾아옵니다.
제가 감동을 받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집까지 찾아온 어미 고양이는 선뜻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망설입니다.
남자는 어미가 새끼들을 버리고 떠날까봐 걱정이 태산인지라 어미 고양이를 강제로 데리고 들어와 새끼들과 만나게 하고 싶었지만 어미의 마음이 중요하다며 굳이 데리고 들어오지 않고 이름만 부르며 기다리죠.
결국 새끼들의 냥냥거리는 소리를 들은 어미 "누리"는 집안으로 들어와 새끼들이 들어있는 박스 안을 들여다 보며 또 한참을 망설이다 박스 안으로 뛰어 들어가 새끼들을 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이 7마리의 고양이들과 남자의 '육묘 고군분투'가 이어집니다.
이 양반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시리즈를 쭉 보면서 '정말 순박하고 착하면서 지혜도 갖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를 많이 키워본 사람들이나 전문가들의 눈으로 보면 이 남자가 고양이들을 위해 하는 행동들이 참 어설프고 어쩌면 구질구질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고양이 키우는 집에 흔히 보이는 포근한 쿠션도, 벤토나이트 화장실도, 스크래처도, 멋드러진 캣터워도 없고 모든 걸 라면 박스에 테이프 덕지덕지 바르거나 버려진 목재들을 망치질해 만들어 주거든요.
그러나 어미 고양이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진심, 덩치 큰 형제들에게 치여 젖도 제대로 못먹어서 좀처럼 크지를 않는 막내 고양이에게 따로 먹이를 챙겨주는 정성, 징그러운 지네 한마리도 죽이지 못하고 집밖으로 내보내 살려주는 마음씨 등을 보며, 어미 고양이 누리가 본능적으로 이 사람의 진심을 느끼고 선택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박하면서도 맛있는 청국장 같은 이 남자의 육묘기 시리즈가 그 어느 고양이 동영상 못지 않게 재미있고 감동스러워 자꾸 찾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매탈남이라는 이 양반을 응원하게 되네요.
https://youtu.be/c_5npeVTkIQ?list=PLTwS5A7aloSR0e6tBKF-fhUXLVHrnfuFV
동영상은 어미 고양이 누리가 새끼들을 남자에게 맡기고 일주일 만에 찾아온 에피소드입니다.
아래의 링크는 누군가 순서대로 정리해 놓은 매탈남과 누리 시리즈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시간 나실 때 한번씩 보시죠.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TwS5A7aloSR0e6tBKF-fhUXLVHrnfuF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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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주욱 보고 있었던 동영상인데 참으로 대단한거 같습니다.
전생이 있었다면 둘은 어떤관계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