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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길냥이와 6마리 새끼를 거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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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0 00:23:27

개,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사정상 키우지는 못하고 남이 키우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유투브에서도 동물 관련 콘텐츠를 많이 보는데요.
수많은 동물 관련 동영상들 중에서도 우연히 눈에 띄는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매탈남"이라는 분의 동영상들인데, 헤비메탈을 좋아해서 붙인 이름인가 했더니 "매일 탈출을 꿈꾸는 남자"라는 뜻이랍니다.
이 양반이 한적한 시골로 이주해서 시골 생활을 하던 중 집에 자주 오던 고양이와 가족이 되는 과정을 쭉 볼 수 있습니다.
원래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다든가? 그래서 고양이를 가까이 하지 못하던 사람인데, 집에 자주 나타나던 임신한 길냥이에게 "누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밥을 챙겨주다가 이 고양이가 어딘가 새끼를 낳습니다. 그리고 배가 홀쭉해진 채 간간이 나타나 또 밥을 얻어 먹고 사라지고를 반복하죠.

어느날 이 고양이가 남자에게 따라오라고 이끌고 이 남자는 영문도 모른채 야밤에 2km를 따라가 보니 좁은 배관 파이프에 무려 6마리의 새끼들을 낳아 놓고는 이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겁니다.

고양이를 가까이 못하는 남자는 그 도움 요청을 외면하지 못하고 외투를 벗어 새끼들을 감싸고 20m나 되는 길고 좁은 파이프 안에서 새끼들을 꺼내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어미 고양이는 남자가 새끼들을 구하는 것을 보고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던 이 남자는 서툰 손길로 새끼 고양이들을 보살펴 붙었던 눈도 뜨게 해주고 고양이 분유도 먹여가면서 돌보죠.
새끼들이 사람 손을 타면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돌보지 않는다는 동물병원 의사의 말을 듣고 멘붕에 빠진 이 남자의 집에 어미 고양이 "누리"가 일주일 만에 찾아옵니다.

제가 감동을 받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집까지 찾아온 어미 고양이는 선뜻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망설입니다.
남자는 어미가 새끼들을 버리고 떠날까봐 걱정이 태산인지라 어미 고양이를 강제로 데리고 들어와 새끼들과 만나게 하고 싶었지만 어미의 마음이 중요하다며 굳이 데리고 들어오지 않고 이름만 부르며 기다리죠.
결국 새끼들의 냥냥거리는 소리를 들은 어미 "누리"는 집안으로 들어와 새끼들이 들어있는 박스 안을 들여다 보며 또 한참을 망설이다 박스 안으로 뛰어 들어가 새끼들을 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이 7마리의 고양이들과 남자의 '육묘 고군분투'가 이어집니다.

이 양반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시리즈를 쭉 보면서 '정말 순박하고 착하면서 지혜도 갖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를 많이 키워본 사람들이나 전문가들의 눈으로 보면 이 남자가 고양이들을 위해 하는 행동들이 참 어설프고 어쩌면 구질구질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고양이 키우는 집에 흔히 보이는 포근한 쿠션도, 벤토나이트 화장실도, 스크래처도, 멋드러진 캣터워도 없고 모든 걸 라면 박스에 테이프 덕지덕지 바르거나 버려진 목재들을 망치질해 만들어 주거든요.

그러나 어미 고양이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진심, 덩치 큰 형제들에게 치여 젖도 제대로 못먹어서 좀처럼 크지를 않는 막내 고양이에게 따로 먹이를 챙겨주는 정성, 징그러운 지네 한마리도 죽이지 못하고 집밖으로 내보내 살려주는 마음씨 등을 보며, 어미 고양이 누리가 본능적으로 이 사람의 진심을 느끼고 선택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박하면서도 맛있는 청국장 같은 이 남자의 육묘기 시리즈가 그 어느 고양이 동영상 못지 않게 재미있고 감동스러워 자꾸 찾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매탈남이라는 이 양반을 응원하게 되네요.

https://youtu.be/c_5npeVTkIQ?list=PLTwS5A7aloSR0e6tBKF-fhUXLVHrnfuFV

동영상은 어미 고양이 누리가 새끼들을 남자에게 맡기고 일주일 만에 찾아온 에피소드입니다.

아래의 링크는 누군가 순서대로 정리해 놓은 매탈남과 누리 시리즈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시간 나실 때 한번씩 보시죠.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TwS5A7aloSR0e6tBKF-fhUXLVHrnfuFV



님의 서명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서명 안만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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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11-20 00:29:23

 저도 주욱 보고 있었던 동영상인데 참으로 대단한거 같습니다.

전생이 있었다면 둘은 어떤관계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WR
2019-11-20 10:14:53

전생에도 가족이었을 것 같은...

1
2019-11-20 02:20:01

진심은 사람이나 동물 누구에나 어디에나 통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좀 걸릴 뿐...

WR
1
2019-11-20 10:15:30

요즘은 사람보다 동물이 더 진심을 잘 알아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
2019-11-20 03:49:00

삐약거리는 애기 고양이 너무 귀여운데 한편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저씨 목소리와 말투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WR
2019-11-20 10:16:22

"오와~" "오와~"
특유의 말투가 자동 음성지원이 됩니다.^^

2
2019-11-20 07:08:59

전 haha ha 채널 즐겨봅니다.
양어장하시는 분인데 주변의 고양이들 정성으로 돌봐주는 모습이 유쾌하고 재미나요. 개들도 키우고 동물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분인것 같더군요.

WR
2019-11-20 10:17:03

동물에게 잘 해주는 사람은 사람에게도 잘 할 것 같습니다.

Updated at 2019-11-20 08:36:34

고양이에 대해서 많이 배우셨네요!
아기 고양이들 우유 먹을때 저렇게 스핑크스 자세로 먹여야 하는데
잘 지키고 있고,
식사 후(?) 배변활동을 위해서 엉덩이 부위 맛사지 해주는것도 그렇고
깨끗하게 해준다고 막 목욕시키고 그러는데
아기고양이들은 체온 조절이 잘 안되서 목욕시키면 죽을수도 있는데
저렇게 티슈로 번갈아 가면서 딱아주는것도 그렇고
아기들을 키우기 위해 공부 열심히 하신 티가 많이 나네요!
노란둥이만 6마리 낳기도 쉽지 않은데 노란 둥이가 바글 바글하네요!

좀 더 크면 종합 백신을 3차에 걸쳐서 맞혀야 하고
거기서 좀더 지나면 내가 다 거둘것인지 자연으로 돌려보낼것인지
그냥 오는것들만 거둘건지 또 고민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수십만원이 드는 중성화 수술을 6마리, 어미까지 7마리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만 대충잡아도 1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들고,
사료비에;;;;
동물을 거둔다는건 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어려서 보살피기만 해도 잘 살아가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현실 앞에 봉착하게 되죠!
부디 잘 키우고 서로 잘 해결되며
행복하게들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WR
2019-11-20 10:18:35

그렇잖아도 초기 일주일 동안 4킬로가 빠졌다는 얘기도 하고, 중성화 수술에 대한 부담때문에 고민하는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2019-11-20 10:04:44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방송인데 이렇게 소개를 해주시니 반갑네요~
새벽에 2km 넘는 거리를 안내하는 누리도 그걸 뭔일이지 하며 따라가는 주인공도 마냥 신기했는데 멘홀속에서 사실을 알고 고민하다가 결국 결심하고 실해에 옮기는 장면에선 소름이였습니다
결국 인간은 혼자만 살수는 없는 존재같아요
어제 업데이트 된 영상에선 육아에 지친 누리가 아 죽겄다 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누워 있는 모습이 얼마나 짠하던지요 ㅎㅎ

WR
2019-11-20 10:19:15

동영상 보는 내내 짠하면서도 비실비실 웃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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