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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책소개) 문고본 도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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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3 23:11:58

몇해 전부터 문고본이 조금씩 부활하고 있어서 최근에 조금씩 구매하고 있는데 몇권 소개할까 합니다.

 

우선 가장 활발하게 출간되고있는 민음사의 "쏜살문고"입니다.

몇몇 책들은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에 포함된 책들의 발쵀본에 가까운 점이 아쉽지만 위의 책처럼 처음 출간되는 작품도 많고 소설에서 에세이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독립서점 전용 에디션도 출간되고 있다하네요. 표지들이 꽤 화려한 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28tILqie1o

"지금 독일에서 가장 독창적인 스토리텔러”
다니엘 켈만의 공간지각 미스터리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 제작
어맨다 사이프리드 · 케빈 베이컨 주연
할리우드 영화화!

짧지만 강력한 공포. ―《뉴욕 타임스》
당신을 잠 못 들게 할 책. ―《키커스 리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독일 작가. ―이언 매큐언


내 자동차 옆에는 아까 가게에서 본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가 시커먼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눈이 좀 올 것 같지 않아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맘때치고는 너무 따뜻해요, 내가 말했다. 12월이면 이곳 위에는 눈이 쌓여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얼른 가요. 여자가 말했다.
뭐라고요?
얼른. 여자가 말했다. 얼른 가요. ―본문에서


■ 할리우드가 선택한
독일 문단의 귀재 ‘다니엘 켈만’

지난 2005년 다니엘 켈만은 『세계를 재다』라는 한 편의 소설로 서른 살의 나이에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출간되자마자 35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이 작품은 당시 쥐스킨트의 『향수』 이후 가장 많이 팔린 독일 소설이었다. 『너는 갔어야 했다』는 켈만의 최신작으로 ‘재능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하고 읊조리게 하는 짧지만 강력한 서사를 자랑한다. 높은 산 위에 지어진 별장을 무대로, 단 6일간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은 이 소설은 할리우드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에서 영화화할 예정이다.

■ “당신이 예약한 숙소는 안전한가요?”
슈퍼호스트가 알려 주지 않는 겨울 별장의 비밀


시나리오 작가인 ‘나’는 배우인 아내와 네 살 난 딸과 함께 겨울 휴가를 떠난다. 가문비나무, 소나무, 그리고 빙하가 내려다보이는 그들의 별장은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보다 더 근사하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부족할 것 없는 가정에도 드러나지 않는 갈등은 있는 법이다. 떠오르는 신예 작가와 여배우의 결혼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이들이지만, 결혼 후 ‘나’의 커리어는 주춤한 반면 아내의 명성은 그녀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계속 커져 갔다. 게다가 육아 전쟁까지 더해진 부부에게 이번 휴가는 짧은 도피나 마찬가지. 그런데 집주인도, 동네의 내력도 알지 못하는 이 집에서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부부에게는 외면하고 싶은 비밀이 고개를 든다.

■ 전 세계 북튜버들이 예견한
“영화화될 수밖에 없는 소설”


켈만은 인터뷰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다 읽는 데 45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서 자신이 어느 부분을 언급해도 ‘스포일’이 되고 만다고. 『너는 갔어야 했다』의 세련되고 건조한 문체, 군더더기 없는 스피디한 전개는 전 세계 리뷰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나’의 심리에 따라 왜곡되는 공간 구조는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딸아이를 목욕시키기 위해 손을 뻗지만 한 뼘씩 멀어지는 수도꼭지,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점점 무너지는 벽 등 100쪽이 채 안 되는 짧은 분량에 무한히 확장하는 영화 세트를 지어 놓은 셈이다. 이 수작을 두고 리뷰어들은 진작 “영화화될 수밖에 없는” 소설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어맨다 사이프리드와 케빈 베이컨이라는 화려한 캐스팅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독창적 문체로
그려 낸 20세기 독일 문학의 거장
알프레트 되블린의 문학적 정수가 담긴 열두 편의 이야기


알프레트 되블린은 위대한 이야기꾼이다. -토마스 만
되블린은 여러분을 불편하게 만들고 꿈자리를 사납게 하며, 결국 변화시킬지니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자는 이 작가를 조심해야 한다. -귄터 그라스
나는 되블린으로부터 서사시의 본질을 배웠다. 그의 작품과 이론은, 나의 연극에 현저하고도 명백한 영향을 끼쳤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 작가를 조심하라!”
20세기 독일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알프레트 되블린


20세기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사람이자 현대 독일 문학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거장 알프레트 되블린의 단편 소설집 『무용수와 몸』이 민음사에서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전후 독일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는 일찍이 되블린을 “나의 스승”이라 칭하며 토마스 만, 베르톨트 브레히트, 프란츠 카프카와 같은 반열에 놓았다. 유명한 문학 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1945년 이후 독일 소설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로 카프카 그리고 되블린을 꼽았으며, 그의 영향력은 W. G. 제발트, 잉고 슐체, 우베 욘존, 아르노 슈미트, 볼프강 쾨펜 등 수많은 후배 작가, 더 멀리는 전통적인 소설 형식과 관습을 부정한 누보 로망(nouveau roman)에까지 미친다. 특히나 되블린의 대표작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현대 대도시의 비인간적이고 불안한 풍경을, 영화 몽타주 기법 등 지극히 당대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그려 낸 걸작이다.
하지만 되블린의 작품은 문학적 중요성과 가치에 비해 막상 대중에게 널리 읽히지는 않는다. 가령 토마스 만은 되블린을 “위대한 이야기꾼”이라 평가하면서도 “되블린의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라고 언급했고, 되블린을 찬양하는 귄터 그라스조차 독자가 그의 문학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상황이 이런 데에는 되블린의 실험적이고 복합적인 서술 기법과 방대한 작품 분량이 큰 몫을 한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참을성 있게 다가가야만 되블린의 매력적인 문학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국내에 알려진 작품 역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이 전부라 해도 무방하다.
되블린은 순탄하지 못했던 성장 환경과 정신과 의사이자 유대인으로서 맞닥뜨려야 했던 두 차례의 세계 대전(1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군의관으로 복무하였고, 2차 세계 대전 때에는 나치를 피해 연거푸 망명해야만 했다.)을 전부 감당하며, 급격한 현대화의 흐름 속에서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된 대도시 풍경과 사람들의 피폐한 내면을 집요하게 탐구하였다. 눈부시게 발전해 나아가는 서구 문명과 넘쳐흐르는 부(富)의 이면에 자리한 깊은 어둠을 누구보다 먼저 간파하였던 되블린은 현대인의 영혼을 잠식하는 낯선 증상들을 과거의 문학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직감하였다. 따라서 “광인 그리고 어린아이들과 있을 때에만 마음이 편안해진다.”라는 되블린의 고백은 결코 과장이 아니며, 앞으로 닥쳐올 물질적, 정신적 위기를 재빠르게 진단하고 내다보았던 그에게는 정녕 불가피한 탈출구였을지도 모른다.
‘읽기 어렵지만 읽어야만 하는’ 되블린의 문학을 살피는 데에 『무용수와 몸』은 완벽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공포와 절망을 각기 다른 열두 가지 군상으로 생생하게 묘파해 낸 『무용수와 몸』에는, 되블린 문학의 주요 주제와 독창적 기법이 모두 빠짐없이 깃들어 있다. “이 작가를 조심하라! 당신의 꿈자리를 사납게 만들고 삶을 변화시킬지니…….” 우리는 『무용수와 몸』의 책장을 펼치기 전에, 귄터 그라스의 ‘경고’를 진지하게 되새겨야 하리라.

“저의 병든 영혼을 빨리 도와주십시오!”
알프레트 되블린의 문학적 정수가 담긴 열두 가지 이야기


그녀는 몸을 유폐하고 쇠사슬로 묶었다. 그것은 이제 그녀의 몸, 그녀의 소유물이었고 그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몸은 그녀가 사는 집이었다. 사람들은 그녀 집을 내버려 두어야 마땅했다. 매일 사람들은 망치로 가슴을 두드렸고 심장의 대화를 엿들었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가슴 위에 그녀 심장을 그렸다. 그 속에 숨은 빛을 끄집어냈다. 아, 사람들은 그녀를 약탈했다. 온갖 질문을 하며 그녀의 일부를 가져가 버렸다. 바늘과 탐침보다도 미세한 독극물로 그녀에게 침입했다. 그녀의 전부를 알아냈고, 그녀를 완전히 여우 굴로 되몰았다. 도둑들이 그녀에게서 모든 걸 가져갔기에 그녀는 자신이 날마다 점점 더 쇠약해지고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게 누워 있어도 놀랍지 않았다. -「무용수와 몸」에서

민들레꽃이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 꽃이 이미 죽었다는 걸 도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나뭇가지로 받쳐거나 머리와 줄기 같은 데에 반창고를 감아 주면 다친 꽃을 다시 낫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신사는 걸음을 서두르고 자제력을 잃고 달리기 시작했다. 기대감에 부풀어 갑자기 몸을 떨었다. 그리고 길이 굽은 곳을 따라가다 벌목된 나무줄기로 쓰러져 가슴과 턱을 부딪히고 크게 신음했다. 몸을 추슬렀을 때 그는 모자를 풀밭에 두고 깜박했다. 지팡이가 부러져 소매가 안쪽에서 찢어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하하, 날 막으려 하다니. 무엇도 날 막을 수 없어. 곧 민들레꽃을 찾을 테니까. 신사는 다시 길을 내려갔다. 어디더라? 그곳을 찾아야 했다. 민들레꽃을 부를 수만 있다면. 그런데 이름이 대체 뭐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민들레꽃 살해」에서

『무용수와 몸』은 되블린이 1912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집 『민들레꽃 살해』를 우리말로 모두 옮긴 책이다. 원래 표제작은 「민들레꽃 살해」이나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가장 짧지만 가장 강렬한 작품인 「무용수와 몸」을 골라 제목으로 삼았다.
열두 편의 보석 같은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객관적 사실의 묘사나 조화와 완결성 같은 시민적, 전통적 예술의 틀을 벗어나 내면의 감정과 에너지, 현대인의 (주로 부정적이고 혼란스러운) 체험을 생생하게 표현하려 한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인 ‘표현주의’ 사조를 대표한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민들레꽃 살해」는 표현주의 문학의 상징이라 평가된다. 어느 날 산길을 걷다 충동적으로 민들레꽃을 ‘살해’해 버린 한 상인의 기이한 체험을 그린 이 단편은 현대인의 정신 불안, 인간과 자연의 관계, 부르주아의 위선적 삶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주제를 절묘하게 엮어 놓았다. 또 『무용수와 몸』에 수록된 단편 하나하나에 나타나는 감각적이고 강렬한 묘사와 인상적인 색채 이미지에서는 당대 표현주의 미술과의 친연성 또한 엿볼 수 있다.
되블린 스스로는 이 책을 “환상적이고 익살스럽고 그로테스크”하다고 표현했는데, 확실히 각 단편의 이야기는 대체로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이다. 죽은 자의 환영이 산 자의 앞에 나타나고(「항해」), 죽음의 조력자가 뉴욕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들을 평온한 죽음으로 인도하고(「조력자」), 옛날 바다 괴물이 깨어나 난동(「푸른 수염의 기사」)을 피우기도 한다. 때로는 동화나 전설이, 때로는 성경 속 모티프가 기묘하게 변주되어 나타난다. 되블린은 평범한 사람이라 하기에는 어딘가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비이성적이고 모순적인 행동과 광기, 분노, 우울, 공포와 같은 심층 감정을, 정신 병원에서 근무하였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듯 끈질기게 파고든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광인들이 등장한다. 「무용수와 몸」에서는 정신과 육체가 분열된 무용수를, 「아스트랄리아」에서는 기적을 기다리는 광신자를, 「변신」에서는 끝없는 우울 속에서 허우적대는 여왕과 부군을, 「틀린 문」과 「제삼자」에서는 각각 그릇된 확신과 결코 위로받을 수 없는 의혹에 사로잡힌 인물들을 낱낱이 묘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성경과 기독교적 주제를 비튼 「마리아의 수태」, 「수녀원의 여인과 죽음」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패러디한 「냉담한 남자의 회고록」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무용수와 몸』이 발표된 1912년은 타이타닉호의 침몰이 상징적으로 보여 주듯 현대 자본주의와 기술 문명의 낙관적 발전론이 빛을 잃고 세계에 몰락의 기운이 드리운 때이기도 하다. 이에 되블린은 합리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해 나가는 근대 문학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실에서 휘청이는 개인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그리고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심리적 병증을 그려 내는 데에 주력했다. 이처럼 되블린 문학의 출발점이자 그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무용수와 몸』은 되블린이 구축한 기묘하고도 잔혹한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데에 더할 나위 없이 걸맞은 작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yyArAixWcs

 https://www.youtube.com/watch?v=cSB_2-LISyM

여성의 욕망과 사랑, 문학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탐구한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이야기하는 글쓰기의 민낯


쓰다. 내 삶을 채운, 그리고 내 삶을 매혹시킨 유일한 것. 나는 그것을 했다. 쓰기는 단 한 순간도 날 떠나지 않았다. -본문에서

책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과 분리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고독해야 한다. 저자의 고독, 글의 고독. 자신을 둘러싼 침묵이 무엇인지 자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본문에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에는 인간의 삶과 기억을 마주하는 작가 뒤라스만의 독특한 인식이 담겨 있다. 대단히 매혹적인 작품이다. -《라이브러리 저널》

20세기 미증유의 문학 세계를 구축한 마르그리트 뒤라스
작가 자신이 들려주는 글쓰기의 심연


우리는 집 안에서 혼자다. 집 밖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집 안에서는 혼자다. 공원에서라면 새들이 있고 고양이들이 있다. 어떨 땐 다람쥐가 있고, 흰족제비도 있다. 공원에서는 혼자가 아니다. 하지만 집 안에서는 때로 길 잃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혼자다. 그 시간이 어땠는가?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노플르샤토의 고독은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나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오로지 이 집 안에서만 혼자라는 점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이전까지 써 온 것과 다르게 쓰기 위해서였다.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한 번도 마음먹어 본 적 없는, 그 누구도 마음먹어 본 적 없는, 그런 책들을 쓰기 위해서였다. -본문에서

고독은 만들어진 상태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고독은 만드는 것이다. 아니, 저절로 만들어진다. 나는 그렇게 했다. 이곳에 혼자 있어야 한다고, 책을 쓰기 위해서 혼자여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랬다. 이 집에서 혼자였다. 집 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물론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집은 글쓰기의 집이 되었다. -본문에서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독자적인 문체와 작품 세계를 창조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정수가 담긴 작품집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전통적인 서사 구조에 저항하면서 전위적인 시공간, 미묘하게 뒤얽힌 인물 심리를 해체적인 문장으로 선보이며 한평생 파격적인 문학을 관철해 온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렇듯 전혀 경험해 본 적 없는 낯선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그는 특정 문학 사조에 사로잡히는 일을 거부하며, 오늘날 프랑스 대학 및 고등학교 과정에서 가장 빈번히 거론되고 읽히는 작가로서 지위를 확립하였다. 여성만의 경험과 욕망을 어떤 제약에도 얽매이지 않고, 적나라한 문장 그대로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뒤라스의 작품은 종종 ‘여성적 글쓰기’의 전범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수많은 독자들을 열광하게 하고, 정신 분석학을 비롯한 각 영역 연구자들을 당혹하게 한 그의 글쓰기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하나의 신비로 남아 있다. 게다가 영화와 연극 등 장르와 형식을 넘나들며 기존 문학의 틀을 파괴하고 재창조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스타일 면에서도 미증유의 우주를 만들어 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에 수록된 표제작 「글」은, 이처럼 수수께끼 같은 뒤라스의 문학 세계를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선사한다. 작품 활동 내내, (자신의 문학이 편협하게 이해되는 것을 경계하여) ‘글에 관한 글’을 쓰지 않았던 그는 오로지 이 책의 「글」을 통해서만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민낯을 보여 준다. 여기서 저자는 글에 관해, 글로 쓰인 것에 관해, 글을 쓰는 행위에 관해 말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책에 대해서, 그 책을 쓰는 저자의 고독에 대해서 말한다. 뒤라스에게 글은 고독과 광기의 동의어이며, 글을 쓰는 것은 그녀가 즐겨 사용한 표현대로 “목소리 없이 외치기”다. 「글」에는 저자 특유의 소설 세계를 이루는 내면의 고통, 응축된 정념,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광기가 거의 날것으로 드러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난해하고 불분명하게 여겨져 온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 세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쟁의 참상과 사랑의 불가능성, 우정과 연대에 관한
각기 다른 색채의 이야기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에는 「글」 말고도 네 편의 작품이 더 실려 있다. 쓰인 순서대로 보자면, 가장 앞선 것은 뒤라스가 이탈리아 국영 텔레비전 방송의 지원을 받아 만든 영화 「로마의 대화(Il dialoguo di Roma)」(1983)의 글인 「로마」다. 영화에서는 로마 나보나 광장과 아피아 가도 등 고대 로마의 유적들을 보여 주는 영상 위로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남녀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여자와 남자가 옛 로마에 대해, 그리고 영화에 대해 말하고, 로마의 티투스와 유대의 베레니케, 그 불가능한 연인들의 사랑에 대해 다시 말한다. 그리고 그 위로, 아주 희미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남녀의 사랑이 새겨진다.
이어 「회화전」은 뒤라스가 1987년 9월 파리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예술가 로베르토 플라테(Roberto Plate)의 회화전을 위해 쓴 글이고, 「순수한 수」는 1989년에 불로뉴비앙쿠르 르노 공장의 폐쇄가 결정되었을 때 쓴 글이다. 「순수한 수」에서 뒤라스는 르노 공장에 평생을 바친 노동자들의 이름을 기록한 “프롤레타리아트의 벽”을 세우고자 독자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실제 이십 년 후인 2010년에 베트남 출신 예술가 투 반 트란(Thu Van Tran)에 의해 불로뉴비앙쿠르의 르노 공장에서 일한 사람들의 숫자 ‘199491’을 새겨 넣은 설치 미술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젊은 영국인 조종사의 죽음」은 뒤라스가 여름마다 머물던 트루빌 근처의 작은 도시 보빌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 막바지에 독일군의 공격을 받아 노르망디 숲으로 추락해 사망한 스무 살의 영국인 조종사가 잠들어 있는 무덤 앞에 선 뒤라스는 자신의 삶과 문학을 돌아본다. 또한 뒤라스는 그 “영국 아이”의 죽음으로부터 베트남에서 죽어 공동 묘혈에 던져진 작은오빠의 죽음을 기억해 내고, 또한 독일인들에게 희생당한 유대인들의 죽음을 떠올린다.
이 책에는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뿐 아니라, 매체와 장르를 초월하여 ‘사랑의 불가능성’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사색가, 잔혹한 전쟁의 끔찍한 실체를 고발하는 반전주의자, 자본가 계급의 부당한 횡포에 당당히 맞서는 노동 운동가, 그리고 지인의 예술 세계를 섬세한 눈길로 응시하는 인간 뒤라스의 모습이 각기 다른 색채로 가득 담겨 있다. 공쿠르상을 수상한 『연인』,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 준 『히로시마 내 사랑』 등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에 깊이 공감해 본 독자라면, 이번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을 통해서도 커다란 울림을 얻을 수 있으리라.

 

문고 속 또 하나의 우주,
쏜살 문고로 만나는 대문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 세계


“뻔뻔하고 대담한 작가. 만약 그가 좀 더 살았더라면 분명 노벨 문학상을 탔을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사상가, 비평가)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없는 일본 문학은 꽃이 없는 정원일 뿐이다.”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문학 연구가, 번역가)

“그저 탄식할 뿐! 다니자키의 작품은 더할 나위 없는 걸작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소설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

“다니자키는 천재다!” 미시마 유키오(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국민 작가’라 할 만하다. 나는 그처럼 문장력이 뛰어난 작가를 사랑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소설가)

2016년 여름, ‘쏜살 문고’의 첫 권이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서른세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 년여의 시간 동안,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의 상생을 도모한 ‘쏜살 문고×동네 서점 프로젝트’(2017~2018), 책의 물성을 실험한 ‘쏜살 문고 워터프루프북’(2018)에 이르기까지 문고판 도서의 활성화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참신한 도전을 이어 왔다. 올 2018년에는 ‘문고 속의 문고’를 기치로 하여, 지금껏 좀처럼 시도된 바 없는 ‘문고판 작가 선집’을 착실히 꾸려 세상에 선보인다.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필두로, 미시마 유키오, 가라타니 고진 등 일본 문학의 주요 인사들이 앞다투어 상찬한 작가이자 단 한 사람의 작품 세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문체와 주제, 형식을 넘나들며 현대 문학의 지평을 확장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을, 데뷔작에서부터 말년의 대표작, 엄선해 엮은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준비한, 전체 열 권 규모의 ‘작가 선집’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그리고 세계적 규모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비하면 다소 생소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니자키는 “좀 더 살았더라면 분명 노벨 문학상을 탔으리라.”라는 세간의 평가대로, 당대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였을 뿐 아니라, 실제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여섯 차례 넘게 지명되는 등 비평 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이룩한 문학가였다. 이러한 대외적 평가 말고도,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여러모로 주목해 볼 만한 작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 불리며, 다방면(중학생 시절에 쓴 비평문으로 벌써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과목에 두각을 드러냈다고 한다.)에 재능을 보였다. 특히나 언어 감각이 탁월했던 다니자키는 거미가 긴긴 실을 자아내듯 극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야기를 써내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의 천부적인 문재(文才)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한층 정려(精麗)해져, 한어와 아어(雅語, 일본 고전 문학에 쓰인 고급한 언어), 시의성 있는 속어와 다양한 방언에 이르기까지 한 작품을 쓰면서도 마치 여러 작가가 머리를 맞댄 것처럼 거침없이 넘나들었다. 그뿐 아니라, 주제 면에서도 수천 가지 빛깔로 분광하는 스펙트럼처럼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 줬다. 한평생 에로티시즘, 마조히즘, 페티시즘과 같은 자신의 주요 관심사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역사 소설, 풍자 소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일본 고전 설화, 낭만적인 로맨스와 메타 소설을 연상하게 하는 파격적인 형식까지 시도하며 놀랍도록 변화무쌍한 행보를 이어 나갔다.

쏜살 문고_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 작품 목록

소년 다니자키 준이치로 | 박연정 외 옮김
금빛 죽음 다니자키 준이치로 | 양윤옥 옮김
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 김춘미 옮김
여뀌 먹는 벌레(근간, 2018년 12월 출간) 다니자키 준이치로 | 임다함 옮김
요시노 구즈 다니자키 준이치로 | 엄인경 옮김
무주공 비화(근간, 2018년 12월 출간) 다니자키 준이치로 | 류정훈 옮김
슌킨 이야기 다니자키 준이치로 | 박연정 외 옮김
열쇠 다니자키 준이치로 | 김효순 옮김
미친 노인의 일기 다니자키 준이치로 | 김효순 옮김
음예 예찬(근간, 2018년 12월 출간) 다니자키 준이치로 | 김보경 옮김

이번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은, 육십여 년에 이르는 문학 역정 내내 경이로운 우주를 펼쳐 보이며 왕성하게 활동한 대작가의 작품 세계를 일대기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끔 열 권의 책을 마련해 구성하였다. 다니자키의 전 작품을 예고하며 장차 싹틀 모든 맹아를 품은 데뷔작 「문신」(『소년』에 수록)부터 초기 대표작 『치인의 사랑』,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여뀌 먹는 벌레』(근간), 『요시노 구즈』, 그리고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틴토 브라스 등 해외 거장들의 격찬을 받은 에로티시즘 문학의 절정 『열쇠』, 작가의 고유한 미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집 『음예 예찬』(근간)에 이르기까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을 한눈에 음미할 수 있다. 한편 정교하고 우아한 문체 탓에 번역하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다니자키의 작품은,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명예 교수 김춘미 선생의 진두지휘 아래,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및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진,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노마 문예 번역상’에 빛나는 양윤옥 선생까지 국내 최고의 번역가들이 모여 우리말로 옮겼다. 더불어 책의 표지는 이빈소연 일러스트레이터가 총책을 맡아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치명적이고 농염한 문학 세계를 독특하고 섬세한 이미지로 풀어냈다. 해당 ‘선집’ 열 권의 표지를 한데 모으면 한 폭의 병풍 그림이 되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본문은 새로 출시될 산돌정체로 디자인하여, 그야말로 읽고 보고 모으는 재미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미증유의 문학 세계를 개척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나라 독서계의 폭과 깊이가 진일보하기를 바라 본다.
소년

‘이제 나도 저런 꼴을 당하겠지.’
이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별안간 신이치가 내 가슴 위로 올라타더니 코끝부터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내 귀에는 바스락바스락 비단 옷자락 안감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이치의 옷에서 풍겨 나오는 나프탈렌 향이 코끝을 자극했고, 보드라운 비단 옷감은 간질간질 내 뺨을 어루만졌다. 신이치의 따스한 몸이 가슴과 배를 지그시 내리눌렀다. 촉촉한 입술과 날름대는 미끈거리는 혀끝이 간지럽게 코를 핥아 내리는 그 기괴한 감각에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히려 그 매혹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겼으며 나중에는 쾌감마저 느껴졌다. 결국엔 왼쪽 옆얼굴부터 오른쪽 뺨에 이르기까지 얼굴이 온통 짓밟혔고 코와 입술은 신발 바닥의 진흙으로 짓이겨졌지만, 그조차도 짜릿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내 몸과 마음 모두가 신이치의 꼭두각시가 된 것을 기뻐하고 있었다. -「소년」에서

■ 편집자의 말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의 첫 권 『소년』에는 육십여 년에 이르는 문학 경력 내내 작가가 끊임없이 탐구하고 선보여 온 주요 모티프, 즉 여성 숭배와 페티시즘, 탐미주의의 맹아가 오롯이 담겨 있는 데뷔작 「문신」을 필두로, 잔혹 동화를 방불하게 하는 도발적인 일화가 적나라한 문체로 그려진 표제작 「소년」, 다니자키 문학 세계에서는 다소 이색적이라 할 수 있는 사회 풍자적 블랙 유머 「작은 왕국」에 이르기까지 초기 대표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사소설’ 열풍 속에 잠겨 있던 일본 메이지 문학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평단과 문단을 발칵 뒤집어 놓은 문제작 「문신」(1909)은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한평생 관심을 가져온 모든 주제 의식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다. 작품 초두에 나오는 “아름다운 이는 모두 강자였고 추한 이는 모두 약자였다.”라는 문장 그대로 「문신」은 작가가 향후 시도하게 될 모든 것, 이를테면 아름다움에 대한 강렬한 집착, 여성 숭배, 발 페티시즘, 시공간을 초월한 설화적 이야기 구조 등을 생생히 함축하고 있다. 지극히 고결한 발을 지닌 여성에게 영혼을 사로잡혀 기꺼이 그녀의 희생물이 되려 하는 이 단편 속 문신사의 이야기는, 다니자키 자신의 가장 진솔한 내면 풍경이자 모든 것을 바쳐 추구해 온 이상 그 자체다. 표제작 「소년」(1911)에서는 위험한 유희를 즐기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추억에 감싸인 듯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나오는 듯한 양관과 화관(和館, 일본식 가옥)이 결합된 대저택을 배경으로,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뒤섞인 기묘한 놀이를 즐기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다니자키만의 독특한 에로티시즘과 이야기꾼으로서의 천부적인 재능, 강렬한 아우라를 지닌 팜파탈의 등장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끝으로 「작은 왕국」(1918)은, 일본 문단 내에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개척해 온 다니자키에게도 대단히 이례적인 작품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지적대로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다니자키는 긴 문학 경력을 이어 오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달리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단편에서는 선생과 학생의 권력 구조를 비틀면서 당대 일본에서 유행하던 공산주의 사상과 천황제 문제 등을 풍자하였다. 다니자키의 초기 대표작을 엄선해 엮은 『소년』은 작가의 다채로운 문학 편력과 관심사를 살피고 전망해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한 권이다. 


금빛 죽음

어느 가을날 저녁나절의 일입니다. 학교가 끝나고 잠시 뒤에 나는 늘 하던 대로 문학담이나 다퉈 볼까 하고 그의 집에 갔는데 바야흐로 그는 한창 연습 중이었는지 사람을 시켜 그대로 나를 체조장 쪽으로 안내하도록 했습니다.
“아, 실례했네. 자네도 잠깐 운동 좀 해 보는 게 어때?”
그는 쾌청한 푸른 하늘을 등지고 철봉에 올라앉아 매우 유쾌한 듯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항상 교복 차림이 눈에 익었던 나는 화려한 녹청색 운동복을 몸에 딱 맞게 입고 거의 반나체 상태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도 아름답고 요염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날 밤 그는 나를 붙잡고 예술과 체육의 관계를 도도하게 논하여 들려주었습니다. 모든 문학과 모든 예술은 모두 다 인간의 육체미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육체를 경시하는 국민은 결국 위대한 예술을 낳을 수 없다. 육체적 훈련을 거치지 않고서는 어떠한 천재도 결코 참된 예술가가 될 자격이 없다, 라고까지 극언을 했습니다.
“육체보다 사상이 먼저야. 위대한 사상이 없어서는 위대한 예술도 태어나지 않는 거야.”
나는 그런 말을 하면서 오카무라의 논리에 반대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금빛 죽음」에서

■ 편집자의 말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의 두 번째 권은 『금빛 죽음』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기나긴 문학 역정 중에도 주제나 장르 면에서 이색작(異色作)이 두드러지는 다이쇼 시기(1912~1926)의 작품을 골라 엮었다. 이 시기 이후에 발표한 『치인의 사랑』으로 부동의 지위를 확립한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에로티시즘의 작가, 이어서 일본 고전을 깊숙이 탐구한 순문학 작가로 명성을 떨치지만, 실상 탐정 소설과 미스터리, 서스펜스 장르 문학에도 상당한 재능을 보였다. 넘쳐흐르는 부와 밀물처럼 불어닥친 서구 문화의 홍수 속에서 현대 문명의 성장을 구가하였던 일본의 시대상을 반영하듯 다이쇼 시대의 다니자키 문학은 신문물에 대한 경이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나 영화에 매료되었던 다니자키는 『금빛 죽음』에 수록된 작품들 속에서 영화적 미장센을 활자화해 보고자 자신의 문학적 감각을 곤두세운다.
「인어의 탄식」(1917)은 근세 중국을 배경으로, 막대한 부와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미모의 귀공자가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네덜란드인에게 영묘한 인어를 사들이면서 빚어지는 환상적인 사건을 줄거리로 한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장기라 할 수 있는 만화경처럼 화려한 문체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묘한 표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으로, 작가의 다이쇼 시기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서양 문물에 대한 추종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마술사」(1917)는 일견 두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니자키의 그로테스크한 취미를 엿볼 수 있는 기괴한 환상 문학이다. 성별도, 인종도, 그 무엇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마술사에게 영혼을 빼앗긴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 또한 다이쇼 시기에 다니자키가 선보인 문학적 특색을 여실히 보여 준다. 끝으로 이 책의 표제작 「금빛 죽음」(1914)은 다니자키 스스로 부정했던(자신의 전집에서 제외시켰던)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화자인 ‘나’와 친구 오카무라는 오랜 친구로, 두 사람 다 예술에 큰 뜻을 품고 있다. 어마어마한 재산을 상속받은 오카무라는 학업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육체를 단련하며 전대미문의 예술 작품을 실현하고자 분투한다. 이 과정을 시종일관 관찰하는 화자는, 오카무라의 대담한 미학을 독자에게 들려주며 그들의 논쟁에 참여하게끔 유도한다. 그리스적 육체미를 신봉하고, 오로지 아름다운 것만이 옳고 진실하다고 부르짖는 오카무라가 보여 줄 최고의 예술 작품은 어떤 것일까? 이야기 속 인물들의 입을 빌려 울려 퍼지는 장중한 논박을 통해 우리들은 다니자키 미학의 핵심을 살필 수 있다.

 

 

“그렇다면…… 죽지 말고 살아 계세요.”―나쓰메 소세키

일본 근대의 명암을 가장 먼저 간파했던 작가 나쓰메 소세키
새로운 시대에 맞서 치열하게 고뇌했던 한 영혼의 내면 풍경


본문
나의 명상은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결실을 보지 못했다. 붓을 들어 쓰려고 하면 쓸거리는 무진장 있는 것 같고 이걸로 할까 저걸로 할까 머뭇거리다 보면 더 이상 무얼 쓰건 시시하다는 태평스러운 생각도 일었다. 잠시 거기에 우두커니 서 있는 동안, 이번엔 지금껏 써 온 것들이 전혀 무의미하게 여겨졌다. 어째서 그런 걸 썼을까, 하는 모순이 나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내 신경은 차분했다. 이 조롱 위에 올라타고 두둥실 높다란 명상의 영토로 올라가는 것이 내겐 무척 유쾌했다. 자신의 멍청한 기질을 구름 위에서 내려다보며 웃어 주고 싶어진 나는, 스스로 자신을 경멸하는 기분에 흔들린 채 요람에서 잠든 아기에 불과했다. -『유리문 안에서』에서

『유리문 안에서』에 나오는 “죽지 말고 살아 계세요.”라는 한마디에는 나쓰메 소세키가 우리에게 전하고 했던 모든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강상중

나쓰메 소세키만큼 다양한 장르와 문체를 구사한 작가는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다양성은 하나의 수수께끼다. - 가라타니 고진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
새로운 시대의 불안과 우울을 몸소 감당해야 했던 한 영혼의 내면 풍경


나는 이 글이, 바쁜 사람들 눈에 얼마나 시시하게 비칠까 염려스럽다. 나는 전차 안에서 주머니의 신문을 꺼내 큼직한 활자에만 눈길을 쏟는 구독자 앞에, 내가 쓴 한가로운 문장을 늘어놓아 지면을 채워 보여 주는 걸 부끄러운 일 중의 하나라고 여긴다. 대개 사람들은 화재나 도둑, 살인 같은 그날그날의 모든 사건 가운데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건 혹은 자신의 신경을 상당히 자극할 수 있는 신랄한 기사 외에는 신문을 손에 쥐어야 할 필요를 인정하지 않을 만큼 시간의 여유가 없으니까. -『유리문 안에서』에서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점이자 ‘국민 작가’,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 에세이 『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수필』이 ‘작가 서거 100주기(1916년 12월 9일)’를 기념하며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전근대적 체제가 무너지며 격변하던 메이지 시대와 일본이 열강으로서 자리를 잡아 가던 다이쇼 시대에 걸쳐 활동했던 나쓰메 소세키는, 문학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지적처럼 “전 세계를 막론하고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와 문체를 보여 준 작가”였다.
1867년, 나쓰메 소세키는 조부의 낭비벽 탓에 기울어 가던 집안에서 여덟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부친의 친구에게 양자로 보내졌으나 여러 어수선한 사정 때문에 친부모와 양부모 슬하를 오가며 산란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문재(文才)를 발휘한 나쓰메 소세키는 마침내 도쿄 제국 대학에 입학하였고, 스승과 주변 사람에게도 큰 기대를 받는다. 하지만 이때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일본과 서구, 전통과 근대 등의 문제에 골몰하기 시작한 나쓰메는 점차 염세주의에 빠지며 신경 쇠약 증세를 보인다. 그 후 가족들이 잇따라 사망하고, 영국 유학을 다녀오며 얻은 충격(일본은 서구를 흉내 내고 있을 뿐이라는 자각과 인종 차별적 경험 등)으로 “나쓰메 소세키가 미쳤다.”라는 소문이 나돌 만큼 그는 피폐해지고 만다. 귀국하고 나서 차츰 정신을 수습한 나쓰메 소세키는 데뷔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발표한다. 당시 유행하던 자연주의 문학과 큰 대조를 보인 이 작품으로 평단과 대중한테 호평을 받은 그는 계속 새로운 글을 세상에 내놓으며 인기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한다. 결국 교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박차고 나와, 아사히 신문사의 전업 작가로 취직한 나쓰메는 끊임없이 주제와 문체를 실험하며 수많은 걸작을 남긴다. 그러나 그의 신경 쇠약과 위궤양, 당뇨병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끝내 유작이 된 장편 소설 『명암』을 완성하지 못한 채 사망한다.
『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수필』의 표제작 『유리문 안에서』는, 나쓰메 소세키가 전업 작가로서 생활하며 《아사히 신문》에 연재한 서른아홉 편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특별한 주제 없이 작가의 삶과 내면 풍경을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 낸 이 작품에는 좀처럼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던,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데에 늘 주저해 왔던 작가의 ‘진심’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근대적 자아’와 ‘전근대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근대화가 불러들인 ‘타자’의 존재, 서구 열강과 일본의 관계 그리고 일본의 제국주의가 불러일으킨 참상과 그에 따른 파국을 누구보다 명확히 꿰뚫어 봤던 나쓰메 소세키는 불안과 우울, 신경 쇠약에 시달리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하지만 그는 세인들에게 ‘여유파(삶을 관조하며 여유를 즐기는 태도)’라고 불릴 정도로, 세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판단하는 데에 항상 조심했다. 심지어 자기 인생을 직시하는 일도, 세속적 성공을 희구하거나 삶에 집착하는 일도 멀리해 왔다. 그런 나쓰메 소세키가 마침내 입을 연 것이다. 이를테면 『유리문 안에서』에는 사경을 헤맬 만큼 극심한 병환을 몇 차례 앓고 나서, 즉 만년의 정점에서 그동안 스스로 들여다보기를 두려워했던 ‘진심’에 다가서기로 한 작가의 결심이 바로 오롯이 녹아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구석구석에 자리한 순탄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형제의 죽음, 출세와 생계 문제로부터 초탈한 듯한 태도가 지닌 자기기만, 자신의 필명(『진서』에 나오는 ‘漱石枕流’에서 따온 ‘漱石’라는 필명은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다.”라는 뜻처럼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나 ‘고집불통’, ‘괴짜’ 등을 의미한다.)처럼 너그럽지 못한 마음가짐 등이 작가 본인의 문장으로 세세히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유리문 안에서』에는, 이제껏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염세적 태도를 견지해 오던 나쓰메 소세키가 순순히 삶을 긍정하는 대목, 즉 그가 힘주어 언급하는 “죽지 말고 살아 계세요.”라는 한마디에는 “나쓰메 소세키가 말하고자 했던 모든 메시지”(강상중)가 담겨 있다.
『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수필』은 나쓰메 소세키를 줄곧 사랑해 온 독자뿐 아니라, 그의 작품을 새로이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매우 뜻깊은 책이다. 삶과 죽음, 자아와 타자 그리고 우리 세계의 명암을 깊이 살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숙고하는 일 자체가 점차 사라져 가는 오늘날 ‘고민’과 ‘공감’의 힘을 모색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쓰메 소세키의 글을 권한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번민했던
문호의 진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세 편의 에세이


『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수필』에는 『유리문 안에서』뿐 아니라, 나쓰메 소세키의 작가 생활과 그의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친 병실 체험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세 편의 에세이가 함께 수록돼 있다.
「입사의 말」과 「작가의 생활」에는 누구보다 앞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길을 걸었던 나쓰메 소세키의 소탈한 심경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촉망받는 교사로서 장차 대학 교수의 지위가 보장된 자리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속세’로 나온 작가는, 주변 사람들의 거듭된 질문(어째서 그 좋은 기회를 버렸느냐?)에 응답하기라도 하듯이 이 글들을 발표한다. 그는 자신의 이상인 ‘즉천거사(則天去私, 작은 자아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연의 이치를 따른다.)’를 이루고, 평생 꿈꿔 온 ‘명창정궤(明窓淨机, 밝은 창에 깨끗한 책상이라는 뜻으로, 검소하고 깨끗하게 꾸민 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를 얻는 데에 이만한 일(전업 작가의 길)도 없다며 담담히 토로한다. 더불어 나쓰메 소세키는 대학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와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온갖 고충에 관해 언급하는데, 이것은 오늘날의 작가(예술가)와 독자에게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만한 고민거리다. 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인세와 원고료에 대해 이야기하며 일상을 흥미진진하게 그려 내는 이 에세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쓰메 소세키가 지닌 유머러스하고 담백한 일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에는 평생 동안 크고 작은 병에 시달렸던 작가의 사생관(死生觀)과 고뇌가 절절히 담겨 있다. 마치 한 편의 미스터리 작품을 읽는 듯한 긴장감 속에 펼쳐지는 이 ‘삶과 죽음의 이야기’에는 인생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세 편의 에세이와 『유리문 안에서』는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에 더없이 귀중한 작품들일 뿐 아니라, 그가 지닌 에세이스트로서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글들이다.

 

출판사 유유에서 나오는 땅콩문고입니다.

출판사 유유는 글쓰기와 책읽기에 관한 책들을 많이 내고 있는데 <동사의 맛>이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같은 책이 유명합니다.

 문고본과 일반책의 판형은 거의 차이가 없는데 문고본은 책날개가 없는 듯 합나다.

 

https://www.youtube.com/watch?v=jPgewHpf-q4

삶의 물음에 답하는 독서


 김이경 선생은 편집자로, 필자로, 독서 모임 선생으로, 서평가로, 무엇보다 순수한 독자로 수십 년 동안 책과 함께해 온 독서계의 숨은 고수이자 단련된 독서가다. 그만의 진지함과 꾸준함으로 이런저런 매체에 수백 편의 서평을 쓰고 『마녀의 독서처방』, 『마녀의 연쇄 독서』와 『순례자의 책』 등 알토란 같은 서평집과 책에 관한 소설집을 펴내며, 21년간이나 시립 도서관의 한 독서 모임을 맡아 성실하게 이끌어 온 점만 보아도 이 사실은 충분히 증명된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사실이 아니라도 선생은 평소에 책을 읽고 그 책에서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을 일상에서 묵묵히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소박한 실천가이기도 하다.
이런 저자는 그간 자신이 홀로 또는 함께 읽은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 책을 마주하던 자리로 돌아가 가만히 묻는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저자가 제시한 대답은 간단하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근본적이기까지 하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다. 물론 책을 읽는 이들의 실상이 늘 이러하지는 않다. 근사한 제목에 끌려 읽기도 하고, 남들이 읽는다니까 읽기도 하고, 심심풀이로 읽기도 한다. 자신의 오랜 지행일치 독서 경험을 정리한 저자가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내놓은 제일 원칙은 “자기 안에 질문이 있을 때 읽으라”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제 자리에서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면서 생기는 온갖 다양하고 절실한 구체적 질문들을 만난다. 그런 문제들을 풀고자 할 때 독서를 하라는 제안이다. 요리법이 궁금하면 요리 책을 읽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때는 철학 책을 펼치듯이, 알고 싶은 것,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책에서 도움을 구하라는 말이다.
이렇게 질문에 답하는 독서를 하면 무엇이 좋을까?
첫째, 무엇보다 책을 더 잘 읽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눈앞에 있을 때는 어려운 책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해답을 찾아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둘째, 스스로를 성찰하게 한다.
왜 이 책을 읽는지, 이 책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질문을 거듭할수록 책의 내용이 던지는 무게가 커지고 생각이 깊어진다. 그리고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이 부족한지 숙고하게 된다. 나는 어떤 인간이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스스로 파악하는 일은 자신의 성숙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기초부터 고전까지, 제대로 책 읽는 법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 번역자, 편집자, 논술 교사, 독서 모임 강사 등 텍스트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일을 오래도록 섭렵하면서 단련된 독서가 김이경 선생이 텍스트 읽는 법을 총망라하였다는 점이다. 읽기 시작하는 법, 질문하면서 읽는 법, 있는 그대로 읽는 법, 다독법, 정독법, 여럿이 함께 읽는 법, 어려운 책 읽는 법, 쓰면서 읽는 법, 소리 내어 읽는 법, 아이와 함께 읽는 법, 문학 읽는 법, 고전 읽는 법 등 여러 가지 상황과 처지에 맞게 책을 접하는 방법을 자신의 인생 갈피갈피에서 겪은 생생한 체험과 함께 폭 넓고 다양하게 소개한다. 선생의 유려한 글쓰기와 꼼꼼한 책 읽기 경험이 골고루 잘 섞인 이 책은 아직 책 읽기에 익숙지 않은 독자도 편안히 책과 접할 수 있도록 쓰였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제대로 책 읽는 데 필요한 영감과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구수하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노라면 어느새 단단하면서도 묵직한 것이 속에 남는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외부 세계에서 발생하여 나를 힘들고 고통스럽게 하는 사태에 처했을 때, 그 어떠한 경우에도 굳게 뿌리박아 흔들림 없는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데 독서만 한 게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 그 ‘든든한 내면’을 만들기 위한 기초를 다질 수 있으며, 이 기초는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땅콩문고를 시작하며
땅콩은 열매이면서 그 자체로 씨앗이다. 고소한 맛에 모양도 재미나게 생겼다. 이런 땅콩처럼 소박하고 가벼우면서도 알찬 내용을 담은 단단한 책을 준비하여 선보인다.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우리의 정신을 고양하는 다양한 문화를 좀 더 잘 이해하고 감상하는 일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돕는 책을 한 권씩 꼼꼼하게 갈무리하여 출간하고자 한다.
한 손에 쥐고 편히 읽을 수 있는 작은 문고 판형과 가독성을 높인 편집, 환경을 생각하여 재생지를 사용하고 감각적인 표지로 단장했다. 책값도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저렴하게 책정했다.
이 시리즈의 첫 책은 단련된 독서가 김이경 선생의 『책 먹는 법』이다. 책은 원천 콘텐츠로서 다양한 문화가 꽃피고 발달하는 데 기본이 되는 매체이다. 이러한 책을 제대로 읽는 법을 망라하여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하고 있어 여러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스스로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독서법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이 시리즈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바란다.

 

사고의 수단은 언어이고, 어휘가 늘어나면 사고도 확장된다
우리는 늘 생각합니다. 활짝 핀 꽃을 보고 ‘아름답다’ 느끼고, 오늘의 할 일을 떠올리며 ‘어떻게 할까’ 궁리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떠올리는 감각은 언어가 됩니다. 감각이 언어가 되면 우리는 그 감각을 인식하고 사고하고 다시 언어로 타인과 소통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언어로 소통하면서 스스로 가진 생각을 더욱 분명하게 깨닫기도 합니다. 모르는 부분이 무엇인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과정에서 명확해집니다. 우리는 언어를 바탕으로 사고하고 살아갑니다.
언어가 사고의 수단이라면, 풍부한 어휘는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표현을 다양한 단어로 다채롭게 구사하는 문장이나 적확하고 명징한 어휘를 쓰는 사람에게 감탄할 때, 우리는 풍부한 어휘가 폭넓은 교양과 사고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어휘를 익힌다는 것은 교양을 넓히는 일이 되고, 이와 더불어 세상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시선을 기르는 일이 됩니다.
언어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지만, 이름 없이 막연하게 감지하기만 하던 것에 이름(언어)을 붙이면 우리의 인식은 그 이름에 영향을 받습니다. 언어는 우리의 사유를 형성하고 우리의 행동을 이끕니다. 따라서 언어에 대한 고민과 탐색은 삶의 태도와 방향에 대한 탐색이며, 풍부한 어휘로 기른 다양한 시선은 우리의 사고 범위를 넓힙니다.

어휘를 보듬으며 삶과 세상을 살피다
30년 동안 국어 교사 생활을 했으며,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박일환 선생은 우리말뿐 아니라 언어에 관심이 깊습니다. 그리하여 시와 소설 외에도 우리말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내셨지요. 예쁘고 고운 ‘순수’ 우리말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외래어도, 청소년 사이에 쓰이는 최신 은어도 익히고 공부해야 한다는 선생의 주장에는 언어와 어휘에 대한 오랜 사고가 담겨 있습니다.
선생은 문학 작품과 지역어에 숨어 있는 정감 어린 사투리가 우리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 주는지 설명하고, 외래어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을지 기준을 궁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자기만의 어휘를 만들어 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말이 가진 생명력을 인정해, 버려야 할 어휘는 버리고 바뀌는 가치관에 따라 새로운 어휘를 찾아 쓰자고 우리를 독려하기도 하지요.
언어와 어휘에 대한 선생의 관점은 단단하지만 유연합니다. 자신의 삶과 지향하는 바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어휘로 교양을 넓히면서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죠. 언어와 어휘를 오래도록 고민하고 사유한 사람만이 내놓을 수 있는 관점을, 선생은 이 작은 책 『어휘 늘리는 법』에 알알이 웅숭깊게 담아냈습니다. 쏟아지는 외래어와 수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신조어, 이제는 책을 읽어도 알 수 없는 어휘를 보며 혼란을 느끼신 분에게 그리고 언어와 어휘가 갖는 힘이 무언지 모르겠는 분에게 권합니다. 이 책과 같은 관점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언어생활과 삶을 돌아보고 나만의 관점을 갖는 데 도움을 받으시리라 믿습니다.

 

출판사 마음산책에서 나오는 마음산 문고입니다.

마음산책은 로맹 가리 같은 작가의 전집이나 영화 감독과 가수 등의 에세이 혹은 인터뷰집을 많이 출간하는 출판사입니다. 박찬욱 감독이나 김지운 감독의 에세이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C4IgA6Z38Y

 https://www.youtube.com/watch?v=leTVfMb2uME

생활에 스미는 책, 자꾸 되새기는 책, 어디서나 함께할 책
‘마음산 문고’의 세 번째 묶음 <문학과 삶>, 랭보와 프루스트


마음산책은 SNS의 발달로 빠르게 변해가는 읽기 관습과 이에 대응하는 출판시장의 흐름에 발맞추어 마음산 문고를 발간하고 있다. 문고의 사전적 정의는 “대중에 널리 보급할 수 있도록 저렴하고 휴대하기 편하게 부문별·내용별 등 일정한 체계로 자그마하게 만든 책”으로 독일의 레클람, 프랑스의 크세즈, 일본의 이와나미 문고가 대표적이다. 이 책들은 차별 없는 지식에 앞장선 출판물로서 한 나라의 출판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마음산 문고는 지식의 보급이라는 문고 본래의 목적에서 나아가 ‘지금 이곳’의 감성과 사고를 큐레이팅한다는 새 의의를 더해 2017년 1월 <요네하라 마리 특별 문고>를, 그 뒤 5월 이해인 수녀의 <사랑·기쁨 문고>를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생활에 스미는 책, 자꾸 되새기는 책, 어디서나 함께할 책”을 표어로 하는 마음산 문고의 2018년 행보는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책으로 시작한다. 스물 이전에 자신의 시를 완성하고 문학을 떠난 뒤 이후의 삶을 방랑으로 채우다 서른일곱에 죽은 천재 시인 아르튀르 랭보. 그리고 서른여덟이 되던 해에 어릴 적부터 앓은 지병으로 집 안에 틀어박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는 데 마지막 숨까지 쏟아부은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시인의 마지막 모습을 솔직하게 담은 『랭보의 마지막 날』과 프루스트의 예리하고 유머러스한 비평가적 면모가 돋보이는 『프루스트의 독서』, 이른바 <문학과 삶> 문고가 두 문학가의 후광을 걷어내고 더없이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마음산 문고 <문학과 삶>은 밀란 쿤데라, 로맹 가리, 아멜리 노통브, 피에르 바야르 등의 책을 옮긴 프랑스어 번역자 백선희가 엄선한 산문으로 『프루스트의 독서』 중 「독서에 관하여」를 제외하고는 국내 초역이다.

너무 이른 완성과 너무 늦은 완성
문학 밖과 안으로 각자를 유배했던 랭보와 프루스트


하라르에서 지내며 그는 프랑스에서 문학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보았지만 청춘기의 작품을 계속 이어가지 않은 걸 흡족해했다. 왜냐하면 “졸작이었으니까”.(이자벨이 “왜 글을 계속 안 써요?” 하고 묻자 랭보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계속할 수가 없었어. 그랬다간 난 미쳐버렸을 거야.” 그러곤 잠시 침묵한 뒤 정말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졸작이었으니까.”)
─「랭보의 마지막 여행」, 『랭보의 마지막 날』 98-99쪽

마음산 문고의 세 번째 묶음 <문학과 삶>은 이를 데 없이 유명한 이름이지만 그 천재성과 기벽 혹은 비범함 때문에 쉽게 다가서기 어려웠던 랭보와 프루스트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랭보는 1854년생 시인, 프루스트는 1871년생 소설가이자 평론가로 두 사람은 분야도 세대도 다르지만, 랭보는 일찍이 스무 살 무렵까지 최고의 작품을 써내고 그 뒤론 유럽과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노동자, 용병, 무기 밀매상으로 살며 문학 밖에서 문학을 향수했다. 반면 프루스트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사교계의 총아로 지내다가 부모의 죽음 이후인 서른여덟 살부터는 집에 칩거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했다. 문학적으로 이른 완성을 맛본 랭보는 자기 밖의 이상향을 끝없이 동경하며 헤맸고, 세상을 알아갈 때 상실을 겪은 프루스트는 자기 안으로 들어가 잃어버린 시간을 끝내 헤맸다. 삶으로 문학을 했던 시인, 문학으로 삶을 되살리려 한 소설가의 삶이 닮은 듯 대비된다.
『랭보의 마지막 날』과 『프루스트의 독서』는 비장하게만 여겨온 이 두 사람의 면면을 새롭게 보여줄 책이다. 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마지막 순간에도 탈출을 갈망하던 랭보는 그저 순수하고 정 많고 베풀기를 좋아하며 툴툴거릴 줄 아는 보통 사람이었다. 또 평생 천식을 달고 산 프루스트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비평가답게, 부드럽고 감상적일 거라는 짐작과 달리 신랄한 비판과 유머로 책을 읽으며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는다. 이 두 책은 세월을 거듭하며 빤하고 관습적인 인상으로 굳어진 랭보와 프루스트의 숨결을 한결 가까이서 맡게 하며, 이들의 문학적 기원 혹은 종착지를 친근한 모습으로 보여줄 것이다.

나의 할아버지는 자존심이 아주 강해서 모든 요리가 성공하기를 바랐는데, 요리에 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요리를 망쳐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이따금, 사실은 아주 드물게 요리를 망쳤다고 인정했는데, 그건 순전히 우연의 결과였다. 대고모의 언제나 의욕 넘치는 비평은 오히려 요리사가 어떤 요리를 제대로 할 줄 몰랐다는 의미여서 할아버지에게는 정말이지 용납하기 힘든 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종종 할아버지와 논쟁을 벌이지 않으려고 대고모는 입술 끝으로 맛을 보고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즉각 호의적이지 않은 의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독서에 관하여」, 『프루스트의 독서』 27-28쪽

독서는 정적과 고독 속의 미로
문장 사이의 틈을 메우는 수백 년 된 침묵 속으로


“프루스트를 읽으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자신 있게 읽었다고 대답할 사람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많이 안 읽히는 작가, 작품을 끝까지 읽는 것이 위업처럼 여겨지는 작가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프루스트다. 3000페이지가 넘고 4세대에 걸쳐 200명 넘는 인물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뻗어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한번 들어가면 무사히 출구를 찾을지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작품이다.
─「들어가며」, 『프루스트의 독서』 7쪽

마르셀 프루스트는 서른여덟 살인 1909년부터 집 안에 틀어박혀 13년 뒤 세상을 뜰 때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했다. 삶의 후반부를 꽉 채운 집요한 대작 때문에 그는 오히려 불멸의 고전을 상징하는 보통명사처럼 자리 잡았다. 그 위엄 탓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문을 처음 연 『스완네 집 쪽으로』가 거듭 출간을 거절당하다 자비로 출간된 경력이 있다는 점도, 1909년 이전의 프루스트가 신랄한 비판과 유머를 갖춘 평론가이자 번역가로서 사교계의 총아였다는 점도 잊히기 일쑤다. 『프루스트의 독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침잠하기 전의 프루스트를 알 수 있는 세 편의 산문을 모았다. 이 산문들은 프루스트가 불어로 번역한 존 러스킨의 『참깨와 백합』과 작가 폴 모랑 등의 책에 부친 서문으로, 책에 대한 단순한 해설을 넘어 프루스트의 예술론과 독서법을 알려주는 명문이다. 특히 1906년 발표된 첫 산문 「독서에 관하여」는 서평가로서도 탁월했던 프루스트의 진면목이 드러나며, 후에 출간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서정을 예고하는 글로서 어떤 식의 글쓰기와 사유로 자신의 글을 다져갔는지 보여줄 중요한 텍스트다. 그 뒤 이어지는 「침울한 주거지에 행복을」은 프루스트가 죽기 3년 전인 1919년에, 「달콤한 비축품」은 죽기 1년 전인 1921년에 발표된 글인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결하는 데 쇠약한 몸을 바친 와중에도 말년까지 명석한 사고와 재치를 간직한 대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문체가 스탕달에게나 보들레르에게 동일한 중요성을 갖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 벨은 어느 풍경에 대해
“이 매혹적인 장소들” “이 눈부신 장소들”이라 말하고, 그의 여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에 대해 “이 사랑스러운 여자” “이 매력적인 여자”라고 말하며 그 이상 자세히 쓰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는 그에게 무한히 긴 편지를 썼다”라고 말할 정도로 줄여서 말했다. 그러나 생각의 의식적 조합이 가리고 있는 무의식적인 골조를 문체의 일부라고 간주한다면, 스탕달에게도 그건 존재한다. 나는 쥘리앵 소렐이나 파브리스가 부질없는 걱정을 벗고 이해관계를 떠나 향락적인 삶을 살 때마다 그들이 언제나 높은 곳(블라네스 신부의 종탑 망루, 파브리스의 감방 혹은 쥘리앵의 감방)에 있다는 사실을 즐거이 입증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 여기저기서 자신들이 살해했다는 걸 알아차린 인물의 발끝까지 고개 숙여 절하는 인물들, 새로운 천사를 닮은 그 인물들만큼이나 아름답다.
─「달콤한 비축품」, 『프루스트의 독서』 123-124쪽

 

위고, 제철소, 코난, 이 세 출판사가 연합해서 "아무튼~"이라는 제목을 달고 여러 주제의 에세이들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수 요조가 쓴 <아무튼, 떡복이>를 출간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6PgtGoahcU

 https://www.youtube.com/watch?v=4_7ABTV0bRc

 https://www.youtube.com/watch?v=ytOtPkiw_5g

 https://www.youtube.com/watch?v=6uLtyzRgmyI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00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는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시인, 활동가, 목수, 약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개성 넘치는 글을 써온 이들이 자신이 구축해온 세계를 책에 담아냈다. 길지 않은 분량에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져 부담 없이 그 세계를 동행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라는 교집합을 두고 피트니스부터 서재, 망원동, 스릴러, 스웨터, 관성 같은 다양한 주제를 솜씨 좋게 빚어 한 권에 담아 마음에 드는 주제를 골라 읽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이 시리즈는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하나의 시리즈를 만드는 최초의 실험이자 유쾌한 협업이다. 색깔 있는 출판사, 개성 있는 저자, 매력적인 주제가 어우러져 에세이의 지평을 넓히고 독자에게 쉼과도 같은 책 읽기를 선사할 것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의 신작
술술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술렁인다!


아무튼 시리즈의 스무 번째 이야기는 ‘술’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의 김혼비 작가가 쓴 두 번째 에세이로,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에 당당히 “술!”이라고 외칠 수 있는 세상 모든 술꾼들을 위한 책이다. “술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해서 이 책을 쓰게” 된 작가는 수능 백일주로 시작해 술과 함께 익어온 인생의 어떤 부분들, 그러니까 파란만장한 주사(酒史)를 술술 펼쳐놓는다.

소주, 맥주, 막걸리부터 와인, 위스키, 칡주까지 주종별 접근은 물론 혼술, 집술, 강술, 걷술 등 방법론적 탐색까지… 마치 그라운드를 누비듯 술을 둘러싼 다양한 세계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작가를 좇다 보면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주종과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은 애주가나 여태 술 마시는 재미도 모르고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비애주가 할 것 없이 모두가 술상 앞에 앉고 마는, 술이술이 마술에 빠지게 된다.

 

 출판사  arte에서 나오는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입니다.

한국 작가의 중편 정도 분량의 작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AyKJAtDNCw

 https://www.youtube.com/watch?v=8ELnhjGw4Zs

나이, 성별, 지역……
우리는 “주민등록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일단 어디든 다녀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처럼.”


올해로 등단 10년을 맞은 박솔뫼 작가의 여덟 번째 작품집 『인터내셔널의 밤』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난 한솔과 나미 두 여행자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내셔널의 밤』은 심드렁하게 읊조리는 혼잣말들이 의미를 내포하고 소설의 형상을 갖추며 그리하여 깊이 숨겨져 있다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다각적으로 단서를 드러내고 마는 박솔뫼 소설만의 매력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자신을 옥죄던 교단에서, 현실에서, 성역할에서 도망쳐 나온 이들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사실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좀 더 자신의 근본에, 정체에 다가가려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솔은 자꾸 배제되고 밀려나는 세상에서 숨으려 하기보다는 눈에 띄고 싶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며 사회적 사람이, 인구의 일부가 되는 일을 견디려고 노력한다. 나미는 언제나 더 나은 자, 다른 차원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자신을 구원하는 목소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듣게 된다. “시간은 길고 시간은 많고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을 거야. 그냥 살면 된다”는 유미 이모의 말은 도망쳐 나온 세상을 등지고 새로운 관문 앞으로 발을 떼볼 용기를 갖게 해준다.
항구와 커다란 여객선 사진을 함께 바라보던 두 사람은 이제 각자의 새로운 여행지로 다시 떠나려 한다. 두려움을 딛고 하나의 새로운 관문을 통과하면서 한솔은 가뿐한 발걸음과 함께 센티멘털을 느끼며 수첩에 한 문장을 남긴다. “모든 것이 좋았다”고.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설을 읽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과 어떻게 다른지, 소설이 어떻게 삶을 자극하는지 고민합니다. 인간성을 탐구하고 인간성을 지키는 것이 소설의 본질이라면, 지금 우리 시대에 맞는 소설을 찾아 더 많은 독자와 나누려 합니다. 가볍게 지니지만 무겁게 나누며 오래 기억될 ‘작은책’ 시리즈에 담긴 소설은 e-북과 함께 오디오북으로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당신은 보편시민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되돌아가세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해도
당신은 열 시간을 이틀을 사흘을 기차에서 보낼 수는 없다.
사람들은 내리고 당신은 어디론가 가야 한다.”_ p. 9

우리는 몇 시간만 달려도 길이 끝나고 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고유한 이름과 고유한 번호를 부여받았으며, 한 도시의 ‘시민’으로서 살아간다. 보편시민으로서 사회가 마련한 여러 장치들을 특별한 두려움 없이 통과해 나간다. 한편, 어떤 관문 앞에서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도 쉽게 답하기 어렵고 자신을 증명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작고 큰 관문들, 지역 관공서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일에서부터 국경을 넘나드는 일, 혹은 어떤 관계와 굴레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나가는 일까지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태어난 이후 줄곧 우리는 이 사회 안에서 규정되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자신의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한솔과 나미는 각자의 자리에서 떠나 “신기하고 무섭고 이상한 기분”의 심리 상태에서 기차의 옆자리 사람으로 마주하게 된다. 왜 혼자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몇 살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말해주어도 잘 기억할 수 없는 ‘관계없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는 가운데 이들은 서로의 불안을 감지한다. 불안했기 때문에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마치 벽 앞에 선 것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관문을 통과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 하던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끌림에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다시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가게 된다.
한솔과 나미가 만나듯 우리는 작은 대한민국 안에서도 같고 또 다른 사람들을 언제나 새롭게 만날 수 있다. 다른 조건 다른 상황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남들과 다른 나를 이해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보편시민의 둘레가 조금 더 넓게 그려져야 하는 이유이다.

“나는 혼자 서 있는 사람이 아니야”

“우리는 어른이 되고 뭔가 빼먹은 얼굴이 돼서 만난다.
그건 못 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전혀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사람으로 다음 장면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겠지.”_ p. 26

한솔에게는 “인생에서 무언가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 멀리 일본에 가 있는 친구에게서 청첩장을 받고 갈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하려 하지만, 조금씩 변해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지금의 자신과, 이십 년 전 친구의 결혼식에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중년이 된 자신을 상상하며 결국 참석하기로 마음먹는다. 한 사람이 내리는 하나의 결정에도 이렇게 여러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있다. 한 사람이지만, 십 대의 한솔과 이십 대의 한솔이 겹쳐 있고, 매일매일의 한솔들이 모두 포개져 홍한솔이라는 한 인물이 되었다는 작가의 존재론적 성찰을 따라가는 일은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한편 나미는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믿던 곳에서 도망쳐 나온 뒤 쫓기는 불안 속에 괴로워하며 그동안 아끼며 보살피던 아이들을 두고 나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 커서, 다 자란 후에 다시 만나면 되지 않느냐는 한솔의 질문에 나미는 지금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단언한다. 한 사람을 좋아하고 알아봐주는 일은 여러 모습을 모두 지켜봐주는 일이 아닐까. 여기서 작가의 성찰은 조금 더 깊어진다.
자신을 증명할 수 없는 곳에서 도망치듯 떠나온 두 사람은 여행 중에 그동안 살며 거쳐온 자신의 모습들을 떠올려본다. 또한 지금은 혼자 있지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 자기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두터운 존재감을 인식하게 된다. 오는 길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친구의 메시지를 읽으며 한솔이 자신도 모르게 “나는 내가 혼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혼자 서 있을 때가 있지만”이라는 말을 내뱉게 되는 장면에 이르러 독자들은 소설을 따라가며 느끼던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도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이제 부산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하는 한솔은 호텔방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불을 반짝이는 야경이 보이다눈에 힘을 풀면 또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한눈에 보이는 두 가지 모습을 보며 한솔은 자신과 자신이 살아갈 세계가 한 장면에 겹쳐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 장면은 단연 소설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손꼽을 만하다.

 미메시스에서 나오는 테이크아웃 시리즈입니다.

위의 arte에서 나온 책들과 비슷한데 일러스트가 포함되어있다는 특징이 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uENunBP8Rfg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이야기에 몰입하는 기쁨
그들이 구축한 촘촘한 이야기의 세계를
<테이크아웃>으로 나눈다

미메시스는 2018년 6월부터 2030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단편 소설 시리즈 <테이크아웃>을 출간한다.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매달 2-3종, 총 20종이 예정되어 있다. 이야기의 순수한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독특한 발상과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이야기 세계를 구축해 가는 젊은 소설가 20명을 선정했고, 이들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지로서 대중과 성실히 소통하는 일러스트레이터 20명을 매치해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켰다.
누구나 부담 없이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매체인 <이야기>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으며 누구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자신만의 것을 지어 갈 수도 있다. 미메시스는 본 시리즈로 이러한 이야기의 훌륭한 습성을 작고 간편한 꼴 안에 담아 일상의 틈이 생기는 곳이면 어디든 <테이크아웃>하여 독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즐기는 각기 다른 모양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의 기쁨이 전달되길 바란다.

테이크아웃은
단편 소설과 일러스트를 함께 소개하는
미메시스의 문학 시리즈입니다.

벵갈루루의 공항, 호텔, 거리, 식당, 서점
소설과 현실의 경계에서 까무룩 잠이 들다

2030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단편 소설 시리즈 '테이크아웃'의 열네 번째 이야기는 한유주와 오혜진이 전하는 「끓인 콩의 도시에서」이다. 소설 형식에 의미를 담아 이야기 속의 새로운 분위기를 선사하는 한유주의 이번 이야기는 소설가인 <나>가 벵갈루루 공항에 도착 후 그 공항을 떠날 때까지 며칠간의 풍경을 담는다. 나는 그곳에서 새로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소설 속의 소설은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바깥 소설 속 풍경이 안쪽 소설로 스며들고 그 반대로 안쪽 소설의 단어 하나가 바깥 소설의 일부가 되어 다른 의미가 부여된다. <끓인 콩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도시 벵갈루루에서 탄생한 두 소설 속 희미한 경계는 오혜진의 비트맵 이미지로 수렴되어 단단한 하나의 소설로 나타난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오는 문지스펙트럼입니다.

 새롭게 나온 문고는 아니고 예전부터 있던 문고입니다만 작년부터간 일부 책들을 리뉴얼하고 있습니다.

리뉴얼하면서 판형이 약간 커지고 가격도 올랐습니다. 한국문학, 세계문학, 사상 등 다양한 분야를 어우르고 있습니다. 리뉴얼 이전의 책과 비교하시라고 이전 책도 한권 아래에 소개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1Y1zXevy1A

“이 작품 속에는 내가 숨어 있어요.
다른 어느 작품에서보다 더욱더 말입니다.”
절대적 사랑을 찾아 헤매는 언어의 모험


우리에게 『연인』으로 잘 알려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모데라토 칸타빌레』(정희경 옮김)가 새롭게 리뉴얼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독자들 앞에 다시 선보이게 되었다. 그의 대표작 『연인』이 삶과 글쓰기가 융합된 일종의 자서전이라면, 『모데라토 칸타빌레』 역시 교묘하게 감추어진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겪은,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강렬한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되었다는 이 작품은 죽음으로 완성되는 절대적 사랑을 찾아 헤매는 한 여인의 내적 갈등의 역정을 간접적 문체 기법, 보류와 암시의 언어를 통해 애잔하고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소설은 ‘모데라토 칸타빌레’의 뜻을 아이에게 다그치는 피아노 선생과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고집스레 대답하지 않는 아이의 실랑이로 시작된다. 그들이 실랑이하는 동안, 갑자기 거리에서 큰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카페에서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죽인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소도시 공장주의 아내로 아들 하나를 두고 있으며 10년 전 결혼한 이래 남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라고는 없는 완벽한 처신을 해온 주인공 ‘안 데바레드’는 그날 그곳에서 피범벅이 된 채로 여자를 끌어안고 울부짖으며 애무하는 남자를 목도하게 되고, 그 사건을 계기로 그녀의 내면 깊숙이 억눌려 있던 본능이 눈뜨기 시작한다. “죽은 다음에도 기쁜 듯 미소 짓고” 있었던 여자와 그녀의 뜻에 따라 여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피투성이가 되어 죽은 여자를 애무하는 광경은 삶과 죽음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입맞춤으로, 죽음을 택함으로써 그 욕망이 일상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고 열정을 더욱 불타오르게 하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사랑의 광기로 관통된 죽음은 주인공 ‘안’에게 살아 있는 매혹적인 것이 된다.
이렇듯 소설은 완전한 사랑을 재현하려는 ‘안’의 내적 모험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상류층의 주거지와는 정반대편 공장 지대에 위치한 카페를 드나들며 노동자 ‘쇼뱅’을 만나 싸구려 포도주를 마시면서 살인 사건의 두 주인공을 재현함으로써 그들이 도달한 경지를 맛보려는 시도로 구체화된다. ‘안’과 ‘쇼뱅’은 상상과 허구 속에서 자신들이 두 죽음의 연인에게서 느꼈다고 믿는 것, 상상이 현실에 중첩시킨 것을 재창조해나간다. 여기서 ‘쇼뱅’은 마치 심리 치료사처럼 ‘안’의 내적 모험을 돕는 역할로서 기능한다. 방금 표면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한 ‘안’의 일탈의 욕망을 포착하고 그것을 끌어내는 집요한 시도를 계속하는 것이다. ‘안’은 이러한 내적 모험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기를 원할 정도로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고자 한다. 마침내 그들은 “이루어졌다”라고 생각하지만, 그 모험은 환각 속에서 서로 스친 두 손과 입술, 그리고 말로써 이루어진 것일 뿐 더 이상의 구체적 행동에는 이르지 못한다.
이처럼 우연히 목도한 절대적 사랑의 실체를 찾아 가망 없는 언어의 유희를 계속하는 ‘안 데바레드’는 전형적인 뒤라스의 여인이다. 특히 이 소설은 전통적인 소설 기법 대신, 침묵으로 일관된 긴장 속에 놓여 있는 주인공의 위기가 냉정하면서도 극적으로 그려지는 글쓰기 기법을 선택하고 있다. 묘사나 분석, 설명은 사라지고, 암시가 담긴 간결함이 작품을 지배하며, 성격의 묘사나 사건의 기술도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수단을 통해서가 아니라 간접적인 문체적 수단을 이용해 전달된다. 서술자의 짧은 개입을 제외하고는 인물들의 대화가 간접적으로 드러내주는 것, 불완전하고 불규칙하나마 그들의 행동에서 언뜻언뜻 엿보이는 것을 통해 독자들은 해독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모두 8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주인공 ‘안’의 아들이 피아노 레슨을 받는 장면(1, 5장), ‘안’이 ‘쇼뱅’과 만나는 카페 정경과 대화(2~4, 6, 8장), 그리고 ‘안’의 저택에서 열리는 만찬 장면(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에서는 소나티네가 배경 음악을 이루고 있으며 제목의 ‘모데라토 칸타빌레’는 그 연주 방법의 지시이다. 침묵과 공허로 독자를 사로잡는 이 이야기의 애잔한 어조, 조심스러운 주문呪文의 목소리가 바로 ‘모데라토 칸타빌레,’ 즉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이다.
이렇듯 『모데라토 칸타빌레』는 뒤라스의 글쓰기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새로운 언어 기법의 지평을 열어 보인 소설이라고 평가된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지적처럼, 독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되고 충만하며 그 자체로 닫혀 있는 세계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남겨놓은 여백의 의미와 침묵의 소리를 따라가며 나름대로의 작품 세계를 능동적으로 구축해나가도록 초대받은 것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미지와 은유, 단어의 형태, 내포 의미, 문장 형식, 시제 그리고 구두점에 이르기까지 작은 구성 요소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절대적 사랑을 헤매는 이 언어의 모험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밝히는 것인데, 『모데라토 칸타빌레』에서 나는 비밀스레 겪어낸 개인적 체험을 전달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외설적이라는 평을 받을까 두려워 이 경험 주변에 벽을 쌓고 거울로 둘러놓았지요. 경험이 격렬했던 만큼 더욱 엄격한 형식을 택한 것이랍니다. 이 작품 속에는 내가 숨어 있어요. 다른 어느 작품에서보다 더욱더 말입니다.”

■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소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문지 스펙트럼은 빛의 파장처럼 세계 문학과 사상의 고전들을 펼쳐드립니다.
문학의 섬세함으로 혹은 사유의 힘으로.

“작지만 확실한 고전”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1차분 다섯 권 출간!

1996년 황순원의 『별』을 시작으로 한국 문고판 시장의 르네상스를 주도해온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는 2011년까지 모두 101권의 책을 펴내며 독자들에게 시대와 영역을 가로지르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 그동안 보여준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문학과지성사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 문지 스펙트럼>은 오래도록 독자들 곁을 지키며 사랑받아온 책, 현재에도 유의미하며 앞으로도 계속 읽힐 책들을 엄선하여 1차분 다섯 권을 먼저 독자들 앞에 선보인다. 이제 우리는 시간의 타래처럼 오랜 세월의 무게로 더 깊고 두터워진 고전의 세계를 만나게 되었다. 기실, 고전은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 시간과 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인류의 보편적 정서를 아우르는 우리 인간의 이야기이므로. 이렇듯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는 우리 삶 속에, 삶 가까이에 자리한 고전의 가치를 현재적 의미로 새롭게 되새기는 목록들로 더욱 풍성해질 것이며, 더 작고 더 강하고 더 가까이 독자들 곁에 다가갈 준비를 마쳤다. 다양한 주제와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다양한 언어권의 작품들이 보다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끔 하는 접점이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독자들을 찾아갈 이 다섯 권의 작품들은 세심한 개정 작업을 거쳐 모던하고 세련된 장정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앞으로도 계속해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는 빛의 파장처럼 다채로운 세계 문학과 사상의 고전들을 독자들에게 펼쳐줄 것이다. 문학의 섬세함으로 혹은 사유의 힘으로. 다양한 빛깔과 무늬로 우리 삶과 사회의 면면을 비출 ‘문지 스펙트럼’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1. 마르그리트 뒤라스, 『모데라토 칸타빌레』 (정희경 옮김)
2. 볼프강 보르헤르트, 『이별 없는 세대』 (김주연 옮김)
3. 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 (김진경 옮김)
4. 오에 겐자부로,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유숙자 옮김)
5.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이정임 옮김) 

 

 https://www.youtube.com/watch?v=WdoHeJBbNs0

 https://www.youtube.com/watch?v=nIN3IE3DHqc

환상문학, 혹은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알려진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세계를 선보이는 작가들의 작품 선집. 흔히 알려져있는 보르헤스나 마르케스 등이 아닌, 대가이면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아르헨티나, 멕시코, 우루과이 등의 작가들의 단편을 엮었다.

 

 

1. 세이렌의 노래 / 미겔 카네
2. 아멜리아의 경우 / 루벤 다리오
3. 깃털 베개 / 오라시오 키로가
4. 나무 / 마리아 루이사 봄발
5. 파울리나를 기리며 /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6. 올리세스 / 실비나 오캄포
7. 우리에게 땅을 주었습니다 / 환 룰포
8. 역무원 / 환 호세 아레올라
9. 연속된 공원 / 훌리오 코르타사르
10. 요리 강습 / 로사리오 카스테야노스
11. 틈새 /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
12. 탱고 / 루이사 발렌수엘라

역자 해설 : 환상 문학이란 무엇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fsebbb_xTtQ

 https://www.youtube.com/watch?v=oknedFHvpXs

 

상자안의 글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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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19-12-14 00:15:26

감사합니다. ^^ 잘 보고 있습니다


WR
2019-12-14 10:10:20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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