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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뱀마을 (ebs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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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03 20:48:56

본 지 몇 년 되었습니다. 교육방송 다큐였습니다(다큐 영화인지도)

제목도 기억은 안 납니다. 단지 그 마을이 뱀으로 먹고 사는 마을이어서 그렇게 써봅니다.

방영 시작하고 좀 지난 후 보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그 프로그램이 기억나는 건, 뱀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 때문이기도 하고 기대어 살던 사람들 얼굴이 인상적이어서입니다.

 

지독한 가난, 살아가기 위해서 어릴 적부터 보고 배운 대로 청년기에 들어섰어도 한 남자는 뱀을 가공하는 일을 묵묵히 합니다.

종류를 가리지 않는 아주 작은 뱀부터 큰 뱀들이 숱하게 바닥에 엉키어 널부러진 채 아직 살고 있다고 꿈틀거리는 마당에, 손에 붙은 익숙함으로 그 뱀들 길이만큼 한 번의 칼질로 배를 가르고 가죽과 고기로 분리하는 사람들에 섞여 그가 보인 표정은 그야말로 무표정이었습니다.

무표정!

그렇죠, 감정이 개입해서 하는 일이라면 생업이 될 수 없었을 겁니다.

아니, 되레 순박했습니다. 한 목숨을 생과 사로 보내는 일인데 그 일을 하는 청년의 얼굴은 너무나 곱고 순해 보였습니다. 아니 순박한 만큼 서글픔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칼로 배가 따이기 전까진 살아 있다고 살짝 살짝 꿈틀거리며 생존을 알리는 뱀이 아니었다면 그림 속 한 장면 같은, 정지해 보이는 듯한 풍경이었습니다.

 

그 많은 뱀들 가죽은 원초적 가공만 거친 후 대도시 공장으로 넘겨진다는 해설이 흘렀습니다. 

누군가의 허리 장식을 도울 벨트의 소재가 되고, 멋드러진 가방을 장식할 무엇이 되고 등등.

가격이 매겨지는 가죽과 달리 뱀의 고깃덩이는 거대한 웅덩이에 모여 어떤 소용이 된다 했던 것 같은데 그건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그 냄새가 무척 고약하다 어쩌고 나레이션만 떠올려질 뿐.

너무나 많은 뱀들이 있다던 마을.

그래서 잡아도 잡아도 문제가 없다던 마을.

알록달록 뱀들이 뽐내던 자연의 문양과 색은 값으로 쳐질 재료만 빼면 아무련 의미가 없이 처연한 꿈틀거림으로 되레 서글픔으로 남던 도살의 풍경.

도살이란 말이 풍기는 섬찟함과 달리, 천진한 소년이 가난을 익숙함으로 받아들이듯 삶의 방편으로 받아들인 무표정과 조용한 손길을 담아내던 다큐.

 

몇 년 흘렀어도 아직 진짜 뱀가죽은 필요로 한 세상이고 그 마을과 사람들은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겠죠.

우린 참 난리도 아니게 살아가는데, 삶과 죽음이 너무나 조용하고 무표정하게 흘러가던 뱀마을이 요즘 들어 더욱 생각 나서 몇 자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삶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다던 채플린. 

우리가 보고 혹은 보이고 있는 지금은 비극일까요, 희극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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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2-03 21:10:56

이거 아닌가요
저도 관심 있게 봤었어요

https://youtu.be/nL-AOzv9PZ0

WR
2020-02-03 21:28:13

네, 청년 얼굴이 그 얼굴이네요. 많은 마을 사람들 나오는데 저 얼굴이 유독 박혔습니다. 연결해주신 길이보단 긴 다큐였는데 거기에서 청년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 일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 한다고 했죠. 동생인가 어린 소년도 그 일을 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했던 부분도. 참 처연한 다큔데 저리 영상을 제목 짓고 잘라놓으니 혐오스러움이 크군요

2020-02-03 22:05:12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WR
2020-02-03 23:56:06

좋은 프로그램 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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