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성인이 되어서 악기를 배우는 것에 대하여
대학 때 처음 베이스를 잡고 밴드를 시작해서
군대를 다녀오고 음악에 깊게 빠져
이 악기 저 악기 많이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장르도 많고
하고싶은 악기도 많아
레슨도 많이 바꾸고 악기 사느라 많이 돈도 쓰고 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확고하게 취향과 악기가 정해졌습니다
현재로서 장기 목표는
재즈클럽에서 연주를 할만큼 피아노 실력을 쌓는 것이고
비록 재즈피아노 배운지 얼마 안 되었지만
착실히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성인이 되어서
악기를 배우는 거에는 많은 고민이 따라오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화성학적인 이해나 응용이나
연습을 하고자하는 의지는
어린 아이들보다 성인이 오히려 날 수 있습니다
강제로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것이기에 의욕도 꽤 크구요
다만 성인이 되어 배우면 몇몇 문제가 생기는데
첫째로 성인 연주자들의 이상은 매우 높고 그 이상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들이야 그저 시키는 진도를 성실히 하고 나면 큰 욕심이 없죠
오히려 지금 당장 배우는 내용(그게 하농이든 체르니든 뭐든)에 집중해서 별 의심없이 연습합니다
성인들은 대체로 어떤 이상이 있고 (저처럼 재즈연주든 어떤 특정 클래식 곡이든 밴드 음악이든)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길고 긴 과정은 너무 아득하게 느끼곤 합니다.
저 역시도 사실 이 상황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장 내주는 쉬운 블루스 릭이랑 왼손 베이스라인을 치는 것도 아득하게 어려운데
언제 수많은 코드를 지나가며 즉흥연주를 칠 수 있지?
지금 기본적인 2-5-1 코드 보이싱도 외우기 어려운데 순간순간 즉흥으로 다양한 보이싱을 많들어내지?
이런 식으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지치곤 합니다
둘째 뇌가 굳기 전에 익히면 분명 좋은 청음의 영역에서 좌절감에 빠집니다
음악을 좋아하다보면 화려하고 정교한 테크닉도 부럽지만
가장 부러운 건 음감입니다
절대음감이야 선천적인 부분이 크고 조기 학습 없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지만
상대음감은 분명 누구든 연습만 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너무 아득하고 진전이 없게 느껴집니다
청음 어플도 해보고 책도 사보고 했고
귀카피 연습도 하지만
한걸음도 앞으로 내딛는 느낌이 들지가 않습니다
무음감이라고 하죠
대부분 음악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해온 사람들은 음감이 없는 상태이고
저 역시 이 무음감에서 언제쯤 괜찮은 상대음감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음악이란 결국 귀로 듣는 것이고 재즈는 특히나 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르이다보니
이 부분에서 크게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게 되더군요..
물론 저는 취미로 연주를 하지만
결국 꿈을 이루려면 상당한 실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많은 성인이 되어 연주를 시작한 사람들도
그 음악에 대한 꿈과 열정이 덜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큰 꿈이 때로는 음악에 지쳐버리는 요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해보렵니다
아직 너무나도 배운 것이 적고
투자한 시간이 적어 피아노를 연주한다고 하기도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잘 극복하고 저만의 페이스에 맞춰 나가보려 합니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 무언가를 해보자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모두 존중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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