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김어준의 음모론 잔치
흥미로운 현상이 있습니다. 왜 창조설을 믿는 사람들은 진화론을 부정할까요. 그러니까, 진화론을 부정한다고 창조설이 입증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연의 섭리가 창조와 진화 밖에 없는 것이 아닌데 말이죠.
이를테면 주사위 굴린 뒤에 원하는 형태로 메타모프시스 된다던가, 포켓몬스터처럼 3단 진화…아 그것도 진화군요. 사실은 개체변이에 가까운 것이지만요. 아니면 인류는 기계의 배터리로 배양되고 있으며 모든 것이 프로그램된 세계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힌두교적인 윤회의 원리로 돌아갈 수도 있죠.
진화론이 거짓이니 창조설이 옳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진화론의 여집합에 창조설 밖에 없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이걸 요즘 학생들은 선언지 긍정의 오류라고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먹히죠. 먹히니까 이런 주장을 하는 겁니다. 봐라 진화론의 이 부분은 틀린 것 같지 않냐. 진화론에 흠집을 내는 새로운 논문이 나왔다. 역시 창조설이 짱 아니냐.
신천지가 대중에게 파고드는 과정도 그러합니다. 성경을 그 동안 이렇게 배워왔는데, 이거 오류 아니냐. 성경에 잘못된 해석이 수 없이 많겠지만, 그 여집합에 신천지만이 있는 건 아닐 겁니다.
김어준의 고의침몰 음모론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김어준이 항적 조작에 왜 그리 몰두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만에 하나… AIS 항적이 조작되었다 할지라도 앵커 침몰설이 입증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지그재그 레이더 항적을 왜 신뢰할 수 있나 그걸 입증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항적조작론, 그게 먹힙니다. 먹히니까 쓰는 겁니다.
김어준은 대중 모두를 속일 필요는 없습니다. 적극적인 추종자만 만족시키면 됩니다. 이들이 게시판을 정리해줍니다. 김어준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입을 막습니다.
저는 여러 게시판에서 김어준 추종자들의 광기를 목격했습니다. 저의 김어준 비판도 처음에는 온건하게 은근한 지적으로 시작했었죠. 김어준 추종자들의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 사회에 이렇게 해로운 존재들이라고까진 생각하지 않았고, 심정적인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수법이 너무 비열하죠.
니 글에 우리가 똥칠하면 똥 안 묻을 거 같아? 집단 이지메에 감정적 대응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몰려다니며 박제를 하려 듭니다. 용어가 살벌하죠. 클리앙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단어입니다. 클리앙 같은 곳은, 삐딱한 글이 올라오면 빈댓글이나 메모 협박이 붙습니다. 이제는 조금만 삐끗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빈댓글을 달다보니 빈댓글의 의미가 무색하죠. 메모 협박은 아이러니 합니다. 정말 작전세력이라면 굳이 메모하지 않아도 그 악명이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메모까지 해가며 희미한 악행을 기억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각각이 가진 블랙리스트죠. 이거 박근혜 시대의 방식이지, 문재인 시대의 방식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은 문재인을 김어준에 귀속된 부속으로 생각합니다. 김어준 아니었으면 문재인은 없었어. 근거? 그런 거 따질 판단력이 있었으면 김어준의 시다바리가 될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김어준은 목숨을 걸고 살해위협을 이기며 자기 목소리 냈어. 문재인도 그런 거 안 당했는데, 김어준은 참 별 고생을 다 겪었습니다. 근거라면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삼인이 자가발전한 것 밖에 없지만요. 나중에 그런 거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만들어진 살해협박 시리즈 말이죠.
머리 식히러 오는 커뮤니티에 들린 장삼이사들은, 김어준 비판이라는 무시무시한 유황냄새가 나는 계곡을 피해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세상이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만들어진 논리는 도그마가 되고,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죠. 김어준의 삘릴리 피리소리를 따라 다니던 사람들도 어느날 자각하게 됩니다.
보수 유튜버들이 투표 조작론에 열광하며, 김어준의 K값을 들먹거릴 때, 한편으론 웃기지만, 한편에는 희미한 부끄러움이 상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분도라는 재수없는 새끼가 K값을 비판할 때 몰려들어 조롱하고, 게시물을 차단시켜 버렸던 희미한 기억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잔치가 끝나가는 방식입니다. 화려한 피날레같은 것이 없죠. 가슴 속 열광이 식을 뿐입니다.
대개의 음모론은 이렇게 불타 올랐다 식으면 그만인 것이죠. K값에 빠져 더 플랜과 시민의 눈에 돈과 시간을 갖다 바치던 분들도, 각 지역 선관위 앞에서 재미있는 캠핑의 추억을 남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항적조작 음모론은 위험합니다. 김어준이 갖고 놀 장난감으로 삼기에, 상처 받을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더 이상 상처를 받으면 안 됩니다.
글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