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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참 오랫동안 들어온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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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7 01:40:25

오늘 하루종일 엔니오 모리꼬네에 대한 얘기를 여기저기서 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좋아했다는 얘기겠죠.
언제부터 그의 이름을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오랜 세월이었네요.

찾아보니 모리꼬네 영감님이 1928년생, 돌아가신 제 아버지와 한 살 어린 비슷한 연배이시더군요.
그런데 돌아가시게 된 연유를 보니 더더욱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침대에서 낙상해서 대퇴부 골절로 인해 돌아 가셨다죠.
제 아버지와 너무 비슷한 경우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아버지는 사실 걸어다니는 종합병동이었습니다.
원래부터 소아마비였었는지 젊은 시절 기계에 다쳤는지(기계 엔지니어이셨습니다) 왼쪽 다리가 불편해서 다리를 저셨고, 수십년 동안 기본적으로 당뇨와 고혈압을 앓으셨던데다 나중에는 중풍과 심근경색까지 왔었습니다.
말년에는 골다공증이 심해 팔, 어깨, 허리, 다리 등 넘어지거나 가구에 부딪히기만 해도 여지없이 골절을 당하셨죠.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A형인지 C형인지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가 간암으로 발전해 돌아가시기 몇년 전부터는 항암치료도 여러번 하시다가 결국 부질없다며 항암을 거부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결국 간암으로 돌아가실 줄 알았지요.

척추를 다친 뒤로 거의 침대생활만 하셨는데, 어느날 침대에서 낙상을 하면서 대퇴골 바로 아래 허벅지 부분의 다리뼈가 부러졌습니다.
며칠 간 다리가 아프다고 하셨지만 저희는 허리 아픈 것 때문인 줄 알았는데,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검사한 결과 다리뼈가 부러져 있다며 수술을 권유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수술을 해오면서 그때마다 '혹시 이번에 돌아가시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워낙 약해지신 터라 수술 자체가 위험부담이 컸으니까요.
다리 수술을 마치고 하루 중환자실에 있다가 입원실로 올라갔는데, 수술 직후 찍은 엑스레이를 들고온 의사가 믿을 수 없는 얘기를 합니다.

부러진 다리뼈에 금속 지지대를 박아넣는 수술을 했는데, 그 수술한 부위 바로 아래에 또 다른 골절이 있다는 겁니다.
수술 전에는 분명 없었던 골절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물으니, 의사도 잘 모르겠다면서 수술 직후 수술대에서 침상으로 옮길 때 어떤 충격을 받아 골절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참 골 때리는 얘기를 하더군요.
어쨌거나 골절이 또 생겼으니 그냥 둘 수는 없고 며칠 간격으로 또 다시 수술을 받게 된 겁니다.

결국 그 두번의 수술이 그렇잖아도 약해질 대로 약해진 아버지의 몸에 데미지를 주었나 봅니다.
두번째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아버지는 각혈을 하시더니 눈을 뜨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간암을 앓아 오시더니 정작 암도 아니고 고혈압도 당뇨도 아닌 다리 골절 수술로 인해서 돌아가신 거지요.
참 어처구니 없던 일이었습니다.
수술을 했으니 또다시 오랫동안 누워만 계실 듯 해서,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사다 드린 욕창방지 매트에 딱 이틀 밖에 누워보지 못하셨지요.

비슷한 연배의 엔니오 모리꼬네 영감님이 고령질환이나 지병이 아니라 낙상으로 인한 골절로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보니, 전혀 다른 삶을 사신 분이지만 20년 전의 그 기억이 떠올라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님의 서명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서명 안만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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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7-07 01:42:58

아.........

(더 적을 글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2020-07-07 03:33:49

Guyver님 글을 읽으니 비슷하게 돌아가신 우리 엄니 생각나네요. 

2020-07-07 07:16:52

ㅠㅠ

2020-07-07 07:16:28

어제 아버님 생각 많이 나셨겠습니다 ㅠㅠ

WR
2020-07-07 09:51:17

네. 오랜만에 그랬네요.
너무 힘들고 고단한 인생이셨습니다.

2020-07-07 08:51:29

노인에서 낙상에 이은 골반 골절이나 대퇴부 골절은 주요 사망원인입니다. 한 번 낙상 이후에는 낙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더 못 걸어시는 경우도 많지요.

3
Updated at 2020-07-07 10:18:54

대퇴골절은... 골절이나 수술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기보다는
그 골절자체가 고령에 지병많고 어떤 병때문이건 몸상태가 좋지않아 뼈가 약화된 상황에서 생깁니다. 수상기전만 봐도 젊거나 건강한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을 아주 작은 충격만으로도 뼈가 부러져버리죠.
수술성공을 하더라도 1년이내에 1/3정도의 환자들은 어떤이유에서건 사망하게 될거라고 설명드립니다.

실제로 가장 흔한 사망이유는 수술을 해서 뼈자체는 체중을 지지할 수 있음에도(술후 다음날부터 걸으라고 합니다) 기저 체력이 약화되어있어 앉고 서기가 힘들기에 누워서 물을마시고 식사를하다가 발생하는 흡인성폐렴입니다.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드린거같은데...
다리뼈 따위로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게 되면 보통의 가족분들은 허망하게 생각하시지만, 꼭 그렇게 생각하실 일은 아니라는 위로를 드리고 싶어서 한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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