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아시아인 빌보드 1위 : 1963 사카모토큐, 2020 bts

아까 오뚝이 님이 ‘동양인 최초 빌보드 1위’ 사카모토 규(坂本九) 스키야키 글 올리신 것에 숟가락 하나 얹습니다^^

제가 이 노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이 빌보드를 강타할 때 기사에 같이 소개된 것을 보면서 입니다.

일본인이 싸이보다 먼저 1등을 해버린 것이 한국인으로 억울하고, 어떻게 일본인이 일본어로 부른 곡이 3주나 빌보드 1위를 했을까 궁금해서 찾아 듣다 보니 귀에 익어 멜로디 전체를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1961년 일본 발표 당시 원곡명은 '上を向いて步こう'(고개를 들고 걸어요)입니다. 그런데 1962년 일본을 방문한 영국 음반사 관계자가 이 곡을 듣고 편곡해서 영국 시장용으로 기획했는데, 영어 곡명을 고민하다가 자기가 좋아하던 일본 음식 스키야키로 정했다고 합니다.

이 곡이 영국 차트 6위까지 갔고, 1963년 미국의 캐피톨 음반사가 미국 시장에 출시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1300만 장이나 팔리는 대박을 칩니다.

지브리 애니 [고쿠리코 언덕에서] ost로 삽입되었습니다. 곡 분위기, 가사와 딱이죠.

사카모토는 아쉽게 1985년 비행기 사고로 44세로 요절했구요, 생전에 성 ‘규’ 때문에 한국인 아니냐는 루머도 돌았는데 아니랍니다.

프로모션 영상을 보면(아래 : 유튜브 링크) 사카모토가 바닥에 물(혹은 폐유)이 흐르는 을씨년스런 폐공장 같은 곳에서 방긋방긋 하며 위를 보며 걷자고 노래합니다. 눈에 띠는 건 폐 드럼통이 무더기로 나오는데(사진 1) 보는 순간 ‘아! 이거 나도 본건데? 나도 있는건데?’ 했습니다.

제게 있는 LP 중 ‘김세환 골든 앨범’(1980)(사진 2) 재킷에 폐 드럼통이 역시 떼로 등장하죠. 우연인지 모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서민의 애환이나 소박한 사랑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듭니다.

이 음반에 제가 참 좋아하던 노래 ‘사랑하는 마음’ ‘행복한 사람’, 캠프송으로 많이 불리던 ‘길가에 앉아서’ ‘목장길 따라’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대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지만, 우연치고 공통적으로 흐르는 정서는 ‘지금 삶이 빡빡하고 힘들지만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가자. 소박한 사랑하며 살자’ 이런게 아닐까 제 맘대로 해석해 봅니다. 요즘 가요나 팝에 비해 리듬이나 멜로디가 다소 촌스럽지만, 가사가 주는 위로와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합니다.

마지막으로, BTS 빌보드 1위가 2020년 9월을 사는 우리에게 큰 자랑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