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미국만화 시리즈] 땀에 손을 쥐는 강렬한 액션의 향연!
안녕하세요 라잇나우입니다.
우주명작 [그린 랜턴: 시크릿 오리진]에 이어서, 오늘은 예고했던 대로 다른 만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만화에서 극한의 액션을 만끽한 적이 있으십니까?
[M:I 폴아웃] 예고편에 삽입된 이매진 드래곤스의 [Friction]을 틀어놓고 볼만한 만화 어떠신가요?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만화는 그런 카타르시스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최고의 액션 스타.
‘액션’하면 딱 떠오르는 허슬 댄스의 아이콘.
절지동물류 히어로의 대명사.
친구의 거미라도 될 걸 그랬어.
그럼, 불러볼까요? 오늘의 히어로는 바로~~~~
[블랙 위도우](Black Widow: The Complete Collection, 2016)
마크 웨이드 글/ 크리스 샘니 그림/ 이규원 옮김
여기는 헬리캐리어에 위치한 S.H.I.E.L.D. 본부. 긴급한 목소리의 사내방송이 울립니다.
전 직원 주목! 힐 국장이 알린다! 현시간부로 나타샤 로마노프, 암호명 블랙 위도우는 S.H.I.E.L.D.의 적으로 간주한다!
그와 동시에, 자신을 막는 S.H.I.E.L.D. 요원들을 차례차례 제압하며 밖으로의 탈주를 감행하는 나타샤 로마노프 a.k.a. 블랙 위도우.
(초반의 강렬한 액션 신)
‘밖’? 그렇습니다. 그녀는 운행중인 헬리캐리어 창을 뚫고 상공에서 뛰어내려버립니다. S.H.I.E.L.D.는 이런 정신나간 상황에도 대비가 되어 있는지, 상황보고를 받고 불같이 화를 내는 마리아 힐의 역성에 요원들은 비행 가능 자동차(무려 페라리!)와 비행추진장치를 이용해 블랙 위도우를 좇습니다. 이에 묘기에 가까운 기술로 차례차례 그들을 무력화, S.H.I.E.L.D.의 끈질긴 추격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적인 강하에 이어서, 현란한 액션이 펼쳐진다)
그녀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사건의 발단은 이 소동으로부터 1주일 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S.H.I.E.L.D. 요원들만 묻히는 공동묘지에 한 요원이 묘비명도 없는 장례식을 치르는 중. 그리고 많지 않은 조문객 중에는 그녀를 가르친 엘더 선임요원과 마리아 힐 국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힐을 죽일 수 있는 위치에 의문의 조직의 저격수들이 배치돼 있고요. 마지막으로... 그들의 무전을 듣고 있는 블랙 위도우가 있습니다. 조문객들이 위협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하나씩 저격수들을 제거해 나갑니다. 이제 마지막 한 명. 그에게 배후를 대라고 추궁하는 블랙 위도우. 그가 실토한 것은 둘. 울보 사자(=플래치 리예프 Platch Liev)라는 이름과, 조직의 마지막 카드, 바로 C4폭탄을 두른 채 모두의 앞에서 추도사를 진행하고 있던 신부였죠. 별 수 없이 그들에게 투항하는 위도우.
(위: 블랙 위도우에 불만 가득한 엘더 요원과 그를 위로하는 마리아 힐./ 아래: 붙잡히는 나타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곳은 사자굴이라 불리는 울보 사자 조직의 은신처였습니다. 묶여있는 히로인과 그녀를 둘러싼 평조직원 ABCDE....면 어떤 전개가 예상되십니까? 네에? 긴박? 사로잡힌 수사관? 해금? 제발 야동 좀 적당히 보십시오 여러분. 당연히 하나씩 둘씩 신나게 조지는 블랙 위도우. 그런 그녀 앞에 그들의 보스인 울보 사자가 나타납니다. 납치의 목적을 묻는 나타샤에게 울보 사자는 한 꾸러미의 문서 파일들을 건넵니다.
(첩보영화에서는 척하면 척인 전개)
(단단히 약점 잡힌 나타샤)
“맙소사... 어떻게? 내가 깨끗이 직접 제거한 기록들인데. 어떻게 이걸 찾아낸거야?”
“질문이 틀렸어, 나타샤. 어떻게 하면 이 정보를 안 퍼뜨리시겠습니까? 이렇게 물어봐야지.”
“
너 나랑 같이일 하나만 해라.”
네. 그리고 그 ‘일’이란 S.H.I.E.L.D. 본부에서 무언가의 ‘열쇠’가 되는 물건을 훔쳐 오라는 것. 문서의 내용이 뭔진 몰라도, 약점을 단단히 잡힌 블랙 위도우가 좀 아까 목숨을 건 탈주를 벌인 원인이 그것이었죠.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던 레드 룸으로 돌아가는 여정. 교장 딸 안야에게 차갑게 굴었던 나타샤)
사자굴과 헬리캐리어를 거쳐 이제 무대는 러시아의 어느 산기슭. 나타샤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자신이 유년을 보냈던 곳, 레드 룸 아카데미를 찾고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제는 없어진 레드 룸의 잔해를 말이죠.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걸어가며, 그녀는 교장 선생과 얽혔던 추억을 되짚습니다.
(교장 선생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나타샤)
10살이나 되었을까요? 어린 타샤는 그날 피투성이가 된 채 돌아왔습니다. 보아하니 유고슬라비아인이란 타겟을 처리하다가 생긴 부상인 것 같군요. 엄격한 교장은 타샤를 안고 지하실로 내려가 그녀의 상처를 손수 꿰매줍니다. 다른 원생들에게는 곁을 내주지 않는 교장이었지만, 그날의 교장은 좀 다정했던 기억이었습니다.
(좌: 계단실 입구모양에 주목.)
교장이 홀로 되돌아간 계단을 이제는 나타샤가 홀로 되어 내려갑니다. 그리고 지하 문서고에서 울보 사자가 원하는 문서를 손에 넣는 그때, 그날의 타샤와 비슷한 나이, 혹은 더 어린 소녀 훈련생이 나타샤의 복부를 찌릅니다.
그날처럼 피흘리며 정신을 잃는 나타샤. 또 하나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교장의 딸, 안야는 정식 훈련생이 아니었지만 훈련생들과 같이 생활하는 아이였습니다. 레드 룸의 최고 우등생이었던 타샤를 그녀는 친구처럼, 이상형처럼 대했지만 돌아오는 타샤의 반응은 싸늘함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이 냉혹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제 분수에 맞게 행동하라는 어린 타샤의 서투른 배려였겠지요.
정신을 차린 곳은 외딴 오두막, 그녀에게 사격을 가르쳐주었던 늙은 이오셰프의 은신처였습니다. 살아온 나날이 나날인 만큼, 반갑지만 반갑다는 인사가 지극히 어색한 그들. 이오셰프는 그녀에게 교장의 딸이 레드 룸의 새로운 버전인 다크 룸을 만들었으며, 그곳에서 나타샤같은 소녀 스파이를 양성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줍니다. 그에게 무기는 좀 있냐고 묻는 나타샤.
“요즘 무기는 없고, 박물관 차리면 딱 좋을 수준이지. 엄청난 박물관이 되겠지만.”
“농담하지 마시고.”
“농담 아냐. 저쪽은 첨단 스파이 장비에 강하지만, 구식에는 약하거든.”
“이건 그냥 구식도 아니잖아, 이오셰프. 구식이라는 것들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구식으로 불렸던 것들이네. 심지어는 나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
(어벤저스 그깟것들이 냉전을 알어?)
투덜대면서도 이오셰프에게 무기 사용법을 꼬박 하루동안 전수받은 나타샤였습니다.(...) 그대로 블랙 위도우는 다크 룸에 잠입하는데... 그녀 앞에 나타난 건 늙고 추해진 교장 선생과, 다크 룸의 교장이 된 안야 a.k.a. 레클루즈였습니다. 레클루즈는 필요한 건 다 챙겼다면서 엄마에게 위도우가 찾던 기밀문서를 순순히 넘겨주라고 합니다.
(강력한 인간병기, 레클루즈가 되어 나타난 안야.)
“쟤는 여기로 돌아올 거다, 안야.”
“기대하고 있을게. 또 보자, 나타샤. 조만간.”
의외로 싱겁게 목표물을 회수한 위도우, 그런데... 울보 사자의 접선책이 바뀌면서 사단이 크게 나고 맙니다. 바로 S.H.I.E.L.D.의 엘더 선임요원이 접선책을 가장해 S.H.I.E.L.D.의 배신자인 위도우에게 접근한 것이죠. 그리고 위도우는 그걸 알면서도 울보 사자의 조직원들로부터 그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필사의 추격전을 벌입니다.
(또 한번의 멋진 탈출 액션 신)
그러나 그들을 따돌리기엔 너무나 그 수가 많았던 것. 인질로 잡힌 엘더를 구하기 위해 그녀는 기밀문서를 넘깁니다. 그러나 그 순간, 기밀문서가 범죄조직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엘더는 수류탄으로 자폭을 시도합니다. 만신창이가 된 채, 활활 타는 종이쪼가리들을 하릴없이 바라만 보는 블랙 위도우. 그리고 임무 실패를 최종 확인한 두 울보 사자는 약속대로 블랙 위도우의 더러운 비밀을 세상에 폭로합니다.
(허망해하는 위도우의 심정이 잘 연출된 컷)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바로 호 인센의 죽음과 관련된 사실이었습니다. 나타샤가 아직 레드룸의 요원이던 시절, 교장이 물고 온 고객의 의뢰는 호 인센 교수의 납치였습니다. 의뢰자는 웡추 장군. 의뢰는 달성되었고, 나타샤는 풀어달라고 절규하는 호 교수를 그저 지켜만 보았던 것입니다.
(폭로된 사실에 분개하는 아이언 맨)
뉴스 특보를 듣자마자 나타샤가 있는 파리의 공중전화부스로 날아온 이는 당연히 토니 스타크 a.k.a. 아이언 맨이었습니다. 지금의 토니를 있게 한 은인이자 이 시대 참 과학자인 인센의 죽음에 동료인 블랙 위도우가 관여했다니! 그러나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는 나타샤의 꼴을 보고 일단 얘기나 들어보자는 심산에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토니. 그들은 근처의 스타크 인더스트리 사무실에서 과거부터의 악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는 중에 어느덧 토니는 마음을 열고 대화할 준비가 다 끝난 듯합니다? 소.파.베.드.에서 이야기를 마저 하자네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들어가시기 전에 신체 스캔 부탁합니다.-
“무기를 감춘 미녀 암살자들을 거르는 목적이야. 당신이 더 잘 알잖아.”
“이 변태.”
-스캔 완료.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몸 전체를 스캔해. 알지? 그런데 이상하네? 당신 부상 자리가 안 잡히고 있어. 기껏해야 찰과상 몇 개 뿐야... 커커커헉!”
(복수는커녕 나타샤에게 보기좋게 당하는 토니.)
네. 이 모든 건 블랙 위도우가 계획했던 일이었죠. 스팅으로 토니를 얌전히 재운 나타샤는 스타크 집무실의 PC에서 한 물품의 판매 코드를 찾습니다. 왜? 울보 사자의 거처를 알아내기 위해서. 울보 사자에게 잡혔을 때 그녀는 그곳에 놓여진 스타크사의 물품 상자를 유심히 봐뒀던 것이죠. 마침내, 복수를 위해 찾아간 그곳에서 블랙 위도우와 울보 사자는 일대 혈투를 벌이는데...
(세팅 끝. 복수 시작!)
자, 여기까지가 총 12개 이슈(일본 만화로 치면 12화)로 이루어진 [블랙 위도우] 단행본의 1~6번째 이슈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올해 출간한 단행본이기 때문에(+워낙 분량이 많아서) 스포일러가 되는 부분을 누설하기 전에 마칩니다. ㅋ_ㅋ
마크 웨이드는 이 미니 시리즈에서 나타샤 로마노프가 본인의 과거에 얽혀 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레클루즈와 울보 사자라는 새로운 숙적(antagonist)들을 통해서요. 이들의 음모에 휩쓸려 S.H.I.E.L.D.의 배신자로 낙인찍힌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는, 마치 IMF의 이단 헌트, 또는 CIA-트레드스톤 프로젝트의 제이슨 본과도 닮아있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웨이드는 레드 룸과 얽힌 블랙 위도우의 과오를 집중 조명합니다. 레드 룸 이야기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을 통해 우리도 익히 알고 있죠. 레드 룸을 본딴 다크 룸을 창설한 레클루즈는 블랙 위도우의 카피캣 같으면서도 그녀와는 상반된 철학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마치 플래시에게 리버스 플래시가 있고, 할 조던(그린 랜턴)에게 시네스트로가 있는 것처럼요. 위도우는 많은 이들의 삶을 앗아간 자신의 레드 룸 시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사실상 레드 룸을 부활시킨 레클루즈를 꺾을 수밖에 없습니다.
...라고는 해도, [블랙 위도우]의 플롯 구조는 다소 아쉽습니다. 멋진 연출과 긴박한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은 초반과는 달리,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장치들이 중반부부터는 흐지부지되면서 ‘이야기’ 자체의 매력을 상당부분 반감시켜버립니다. 물론 이 부분은 얘기하면 스포가 되니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엘더 요원의 감시를 무력화하는 장면. 스파이물의 특징을 잘 살렸다)
(스턴트의 합이 느껴지는 듯한 역동적인 액션 신. 저 남자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솔저가 맞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서두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액션’입니다. 흡사 한 편의 첩보액션 영화를 지면에 구현해놓은 듯한 긴장감. 초반 7페이지를 할애하여 만든 헬리캐리어 강하장면은 다시 읽어도 그 묘미가 상당합니다. 이렇듯 웨이드가 치밀하게 설계한 컷 안에 펜슬러(작화가)인 크리스 샘니의 탄탄한 그림이 채워져 있습니다. 샘니의 그림체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배트맨: 이어 원]을 그린 데이비드 마주켈리의 화풍과 닮았다는 것이었는데요. 먹을 많이 이용하여 음영을 강조하다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나봅니다. 상당히 깔끔한 그림체에, 인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아주 훌륭히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위: 데이비드 마추켈리의 [배트맨: 이어 원]/ 아래: 크리스 샘니의 [블랙 위도우])
미국만화를 접해본 분은 아시겠지만 여러 명의 작화가의 분업이 잦기 때문에 한 단행본에도, 심지어 같은 이슈 내에도 그림체가 달라지는 일이 빈번하지요. [블랙 위도우]는 앞서 소개해드린 [그린 랜턴: 시크릿 오리진]처럼 같은 작가, 같은 작화가가 12이슈를 쭉 같이 작업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몰입도가 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개봉일이 언제 잡힐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사영화 [블랙 위도우]를 기다리면서 한 권 읽으시는 건 어떨까요?
아무튼, 점수 매기겠습니다.
초심자 접근성 ★★★★★
완결성 ★★★★★
작화·연출 ★★★★☆
스토리 ★★★
재미 ★★★★
추천도: A(무난하게 재밌음. 추천)
p.s. 분량은 272페이지로 꽤나 긴 편입니다. 가격도 그에 맞게 조금 비싼 편(정가 2만원대).
p.s.2 레클루즈와 울보 사자가 이번 [블랙 위도우] 솔로영화에서도 등장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레드 룸 이야기에 레클루즈는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p.s.3 브라운 레클루즈 거미를 절대 인터넷에서 검색하지 마십시오.어떤 일이 있어도 브라운 레클루즈에게 물린 상처를 이미지 검색 따위로 검색하시지 말란 애깁니다. 전 분명히 경고했음.ㅋ
다음편 예고: 할로윈에 맞는 스산한 이야기!
promise, devotion,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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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성 가득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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