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이학영 의원의 인상적인 법안 하나

지난 8월, 이학영 의원이 인상 깊은 법 하나를 발의한 것이 있어 생각도 정리할 겸 글 하나 쓰겠습니다. 

이학영 의원이 발의한 것은 국가교통사고 조사위원회 설치법입니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독립적인 조사 기관이 진상규명을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내용입니다. 현재는 어떻게 되어 있냐면,  국토부 산하의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 해수부 산하의 해양안전심판원, 경찰청 소속의 교통사고원인조사반. 이렇게 세 곳에 나뉘어져 있습니다. 

한국형 NTSB 설치법이라고 하면 와 닿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737MAX가 추락하면, 불도 안 꺼진 추락 현장에 미 연방 교통 안전위 NTSB 조끼를 입은 조사관들이 가장 먼저 도착해서 조사를 시작합니다. 대형 사고에는 보잉이나 에어버스같은 대형 회사가 반드시 끼어 있겠죠. 조사결과에 따라 산업이 휘청거리기도 할 것입니다. 국가간의 이권도 크게 걸려 있겠죠. 

이학영 의원 말을 들어 보면 이렇습니다. 

“각 부처 산하에 혼재된 우리나라 사고조사 기구는 독립성, 공정성, 신뢰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설치된다면 각종 교통사고의 투명한 조사와 사고원인 규명으로 국민을 더욱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흔한 법안 발의 하나를 왜 이리 길게 설명하는가 하면… 법안에도 사람의 마음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2016년 6월, 민항기 조종사를 꿈꾸던 이학영 의원 아들이 비행교육을 받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시인인 이학영은 비감한 마음을 기록했습니다.

제 아이가 갔습니다. 상상도 못할 일을 당했습니다. 대신 죽어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돌아보니 지난 서른 해 동안 저희 부부는 하늘에서 지상에 내려보낸 왕자님과 함께 살았음을 깨달았습니다. 기억 한 켠 한 켠들이 모두 눈부신 축복이었습니다. 꿈같은 나날들이었습니다. 이제 아이는 하늘로 가고 다시 꿈에서 깨어나야 겠지요.

시간이 흐르기 전에 저와 가족들을 지켜주고 위로해 주기 위해 장례식장과 영결미사에 와주신 분들, SNS 문자로 애도해 주신 많은 분들께 일일이 전화 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인사드림을 양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 아이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와 제 가족들을 위로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착하고 삽살개 같이 싹싹하던 내 아이 오래 오래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학영 의원 아들이 탄 비행기는 실속해서 추락하는 경우가 잦아 낙하산까지 설치된 기종이었습니다. 그 조사결과를 직접 보며 느낀 것이 많았을 겁니다. 사고조사결과에 의문이 남는다면, 유족은 평생 짐을 지게 됩니다. 평생 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수시로 사고 순간으로 돌아가 맴돌아야 하겠죠. 이학영 의원은 아버지로서 도대체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를 절실히 깨달았을 것입니다. 또 국회의원으로서 이런 비극이 다시 안 일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임감을 느꼈을 겁니다. 그런 마음이 담긴 법안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