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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잡담] 엄마가 아빠와 결혼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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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12 11:35:46

많이들 그러시겠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할머니 다 된 어머니에 대한 저의 호칭은 여전히 엄마입니다.
머리 크고나서부터 아버지께는 아버지라고도 하는데 가끔씩 예전처럼 아빠라고 부릅니다. 여든 넘은 아버지께 아빠라 그러면 아버지도 젊어지는 느낌이 드시는지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번주 연휴에 고향에 다녀왔어요.
그리고 저는 엄마 아빠 사이의 비밀을 하나 알아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중매결혼 하셨는데, 솔직히 엄마가 좀 아까울 정도로 아버지 능력이 엄마에 비해 많이 달립니다. 재산도 없고, 학벌도 없고, 기술도 없고...
그래서 제가 어려서부터 아빠는 항상 엄마한테 주눅들어 살았어요. 엄마가 워낙에 대장부 스타일이기도 하고, 아빠는 몸이 아파서 일을 쉴 때가 많아 집안 경제 대부분을 엄마가 책임졌거든요. 그래서 항상 엄마는 아빠한테 마누라 잘 만나서 이 정도 사는 줄 알고 감사하라고 으스대곤 했습니다.

이번 연휴 때 횟집에서 부모님과 식사하다 우연히 부모님의 결혼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동안의 어머님의 주장은 다양했습니다.
1. 아빠의 책 읽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무협지더라.)
2. 시골이 고향이라 좋았다.
(서울출신인 엄마는 시골을 동경했대요.)
3.할아버지 할머니 계신 것도 좋았다.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이유였는데 엄마가 그렇다고 주장하니 그런 줄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얘기를 했는데, 예전과 다른 이유를 마지막에 한 줄 더 추가하였습니다.
"그라고... 그래도 느그 아빠가 인물은 훠언하이 좋았다아이가."

ㅋㅋㅋㅋㅋㅋ
그동안의 미스테리가 한방에 해결되었습니다.
엄마가 자존심 때문인지 다른 이상한 이유를 많이 댔지만, 결국은 아빠 얼굴 보고 결혼한 거였어요.

예나 지금이나 남자는 얼굴로 먹고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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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0-12 09:42:19

유전자를 잘 물려받으셨겠지요?

WR
2
Updated at 2020-10-12 09:46:39

제가 아빠의 무능력함을 참 싫어했는데, 싫어하면서 닮는 게 부자지간인가봐요.
저도 솔직히 마누라 덕에 먹고 삽니다.^^;;

2020-10-12 09:47:54

예전엔 흠이었을지 몰라도 요즘엔 복이죠. 부럽습니다 ㅎㅎ

WR
2020-10-12 10:06:48

나쁘진 않은데, 대신 저도 아버지처럼 기 못 펴고 살아요. ㅋ
그냥 팔자려니 합니다.ㅎㅎㅎ

2020-10-12 13:13:07

원빈도 와이프 광고모델료로 산다는 이야기가

WR
2020-10-12 14:02:02

헉... 원빈까지 나올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듣고보니 원빈도 그럴 수 있겠네요. ㅋ

Updated at 2020-10-12 09:50:19

 제 아내도 얼굴만 보고 결혼한 걸 조금 후회하고 있죠. 하지만... 부엌만 나가도 '어디가? 어디가?'하면서 졸졸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WR
2020-10-12 10:08:01

오...
마나님이 아직도 남편을 끔찍히 사랑하시나보군요. ㅎㅎ

1
2020-10-12 09:50:53

울 마님도 다른 조건 다 필요 없고 잘생김 하나 보고 결혼 한 것 후회 하십니다.

하지만 요즘 큰아들 얼굴 보는 맛에 사신다고 합니다.

Updated at 2020-10-12 10:32:51

난 이결혼 반댈쎄!...

WR
2020-10-12 10:09:56

아드님께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셨군요.
마나님께 아들한테 아파트 한 채 물려주는 것보다 잘생김을 물려주는 게 더 나을 것이라 얘기해보세요. ^^

2020-10-12 11:05:53

재벌 아들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라고 말하길래

재벌 아빠로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서로 그런 이야기 안합니다. ^^

Updated at 2020-10-12 10:33:42

울 와이프도 저 페이스(?) 보고 결혼했는데 본인의 예상을 1000% 뛰어넘는 결과물(?)에

그나마 바가지 긁거나 그러지 않아 다행이다는.. 

WR
1
2020-10-12 11:30:07

역시 2세에게 잘생김을 물려주면 다 해결되는 것이군요. ^^

1
2020-10-12 10:38:07

저도 얼굴하나로 결혼 했다고 자부합니다. ㅎㅎㅎ

WR
2020-10-12 11:31:36

ㅎㅎㅎ
얼굴로 결혼하는 케이스가 있긴 있군요.
오히려 그 이유가 더 솔직하고 순수해 보여요. ^^

2020-10-12 11:02:23

마누라가 연봉이 저의 몇배?이상 되도 기죽지 않읍니다. 까짓 돈쯤이야라고 무시해 버려요. 요즘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도 보고 무협지보고 놀아볼까 생각중입니다. ㅎㅅㅎ

WR
2020-10-12 11:32:58

어머나~
왠지 한계를 넘는 자신감 같은데요? ^^

2020-10-12 11:37:25

그냥 둘이 잘살면 되지. 돈가지고 그러는거엔 원래부터 관심이 없어서요.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된거에요. ^_^

2020-10-12 16:38:28

그럼 제 아내도...

WR
2020-10-12 22:04:28

프로필 사진 보니까 수긍이 갑니다.
꽃미남이시네요. ^^

2020-10-12 18:42:31

저는 저보다도 두 딸들 외모가 나쁘지않아서 그걸로 으시댑니다
딸은 아빠 닮으니까 내 덕이라고 ㅋ

WR
2020-10-12 22:06:27

네.
학문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지만, 대개 그렇더라구요.
따님들 미모는 아빠 덕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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