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잡담] 엄마가 아빠와 결혼한 이유
많이들 그러시겠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할머니 다 된 어머니에 대한 저의 호칭은 여전히 엄마입니다.
머리 크고나서부터 아버지께는 아버지라고도 하는데 가끔씩 예전처럼 아빠라고 부릅니다. 여든 넘은 아버지께 아빠라 그러면 아버지도 젊어지는 느낌이 드시는지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번주 연휴에 고향에 다녀왔어요.
그리고 저는 엄마 아빠 사이의 비밀을 하나 알아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중매결혼 하셨는데, 솔직히 엄마가 좀 아까울 정도로 아버지 능력이 엄마에 비해 많이 달립니다. 재산도 없고, 학벌도 없고, 기술도 없고...
그래서 제가 어려서부터 아빠는 항상 엄마한테 주눅들어 살았어요. 엄마가 워낙에 대장부 스타일이기도 하고, 아빠는 몸이 아파서 일을 쉴 때가 많아 집안 경제 대부분을 엄마가 책임졌거든요. 그래서 항상 엄마는 아빠한테 마누라 잘 만나서 이 정도 사는 줄 알고 감사하라고 으스대곤 했습니다.
이번 연휴 때 횟집에서 부모님과 식사하다 우연히 부모님의 결혼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동안의 어머님의 주장은 다양했습니다.
1. 아빠의 책 읽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무협지더라.)
2. 시골이 고향이라 좋았다.
(서울출신인 엄마는 시골을 동경했대요.)
3.할아버지 할머니 계신 것도 좋았다.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이유였는데 엄마가 그렇다고 주장하니 그런 줄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얘기를 했는데, 예전과 다른 이유를 마지막에 한 줄 더 추가하였습니다.
"그라고... 그래도 느그 아빠가 인물은 훠언하이 좋았다아이가."
ㅋㅋㅋㅋㅋㅋ
그동안의 미스테리가 한방에 해결되었습니다.
엄마가 자존심 때문인지 다른 이상한 이유를 많이 댔지만, 결국은 아빠 얼굴 보고 결혼한 거였어요.
예나 지금이나 남자는 얼굴로 먹고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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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잘 물려받으셨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