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옛기억] 어린시절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던 경험
어린시절 우리 동네 중국집에선 쥐덫을 놓는 대신 고양이를 키웠습니다.
어미가 새끼를 낳으면 아버지께서 한 마리씩 얻어오셨죠.
저희 집은 마당이 있는 조그만 1층 단독주택이었습니다.
응팔에 나오는 그런 서민 주택..
얻어 온 새끼 고양이는 마당을 뛰어댕기고
나무에 발톱자국을 내고
현관에 귀뚜라미를 물어오고
하여튼 집 안에 있던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한 번 나가서 하루종일 밖에 있다가 밤이 되면 기어들어오곤 했습니다.
매일 밤 닫힌 창문 유리창을 발로 긁어대면서 문 열라고 야옹거렸는데
그거 열어주는 게 어찌나 귀찮던지요 ㅎ
따로 밥주는 게 귀찮아서 고등어 통조림이나 참치캔을 따주었는데
밥그릇이 비어있지 않은 상태만 유지했습니다.
물그릇도 마찬가지였구요.
고양이는 자기가 사는 동네의 네 배를 활동영역으로 매일 쏘다닌다고
당시 아버지께서 해외의 동물 책을 보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하여튼 이 놈은 아침에 나가서 밤 늦게 돌아왔습니다.
고양이가 2년 정도 지나면 슬슬 밤에 창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서 싸우고 왔는지 발톱으로 상처난 얼굴에 연고를 발라준 적도 있구요.
그렇게 또 한동안 있다가 창 밖에서 밤에 애기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렇게 한밤의 애기 울음 소리가 며칠간 계속되고 나면
키우던 놈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다시 중국집에서 새끼 고양이를 얻어 오셨습니다.
그렇게 국민학교 저학년부터 중학교 들어갈 때까지 총 네 마리를 길러서 내보냈습니다.
나갔다가 몇 개월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케이스가 딱 한 번 있었는데, 그 놈 역시 집에서 영양 보충 몇 번 하더니 다시 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더군요.
아파트 고층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어쩌다 문밖을 나와 엘레베이터를 타게 되었는데
1층에서 내려 돌아댕기던 고양이를 경비원이 붙잡아 목에 끈을 묶어 나무에 매달아 죽였다는 뉴스가 수년 전 티비에서 보도됐더랬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던 점은, 고양이가 현관문 틈을 나서서 1층까지 내려와 경비원에게 붙들려 죽음에 이르기까지 채 한 시간이 안 걸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단지내 길고양이를 질색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등쌀에 경비원 아저씨가 그 고양이를 보자마자 주인 없는 동물인 줄 알고 딴에는 나름 신속히(?) 처리를 한 것이었죠. 나중에 고양이 주인이 알고서는 오열하는 모습...그리고 고작 이런 일로 방송국에서 취재까지 나오느냐며 고양이 주인과 기자를 향해 고함을 지르던 단지 내 입주민 아줌마의 팔짱낀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한 번 집을 나서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던데,
제 생각엔 요즘의 아파트단지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은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저는 중학생 이후로 고양이를 기르지는 않지만
지금도 집 마당에서 수년째 같은 길고양이 여러 마리와 마주치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는 아직은 단층집들이 많은 동네입니다.^^)
아래 반려동물 관련 글에 댓글로 달려다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따로 적었습니다.
해당글 내용이나 글쓰신 분에 대해 일부 댓글들이 너무 날이 서 있는 듯한 느낌도 드는 것 같네요.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를 심드렁하게 대하던 과거와는 달리
'반려'라는 단어를 붙일 정도로 함께 사는 동물을 살가워하는 요즘 분위기가 반영된 이유도 있겠지요.
쓰다보니 장황해졌는데..
그냥 문득 옛 생각 나서 쓴 경험담이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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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퉁님이 경험하신 그런 방식으로 키우는 거라면 상관 없습니다.
원래 그렇게 키운 고양이는 어느 정도 자라면 알아서 독립해서 나가는 것도 일반적이고요.
그런데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된 소위 '반려'동물들은 그렇게 무심하게 두면 고통스럽게 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이라는 것이 '돌본다'와 같은 감정을 사고팔기 위한 수단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라 생각해 싫어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그렇게 자기 편의에 따라 동물을 길들이고 진화시켰으니 그만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만들어놓은 것부터가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욕망의 결과물인데 여기에 자유를 더 원하느니 생각하는 건 그보다 더한 자기중심적 사고라고 봅니다.
날개가 부러진 새에게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