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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옛기억] 어린시절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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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12 22:54:14

어린시절 우리 동네 중국집에선 쥐덫을 놓는 대신 고양이를 키웠습니다.

어미가 새끼를 낳으면 아버지께서 한 마리씩 얻어오셨죠. 

 

저희 집은 마당이 있는 조그만 1층 단독주택이었습니다.

응팔에 나오는 그런 서민 주택..

 

얻어 온 새끼 고양이는 마당을 뛰어댕기고 

나무에 발톱자국을 내고

현관에 귀뚜라미를 물어오고 

하여튼 집 안에 있던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한 번 나가서 하루종일 밖에 있다가 밤이 되면 기어들어오곤 했습니다. 

매일 밤 닫힌 창문 유리창을 발로 긁어대면서 문 열라고 야옹거렸는데 

그거 열어주는 게 어찌나 귀찮던지요 ㅎ


따로 밥주는 게 귀찮아서 고등어 통조림이나 참치캔을 따주었는데

밥그릇이 비어있지 않은 상태만 유지했습니다. 

물그릇도 마찬가지였구요.

 

고양이는 자기가 사는 동네의 네 배를 활동영역으로 매일 쏘다닌다고 

당시 아버지께서 해외의 동물 책을 보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하여튼 이 놈은 아침에 나가서 밤 늦게 돌아왔습니다.  

 

고양이가 2년 정도 지나면 슬슬 밤에 창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서 싸우고 왔는지 발톱으로 상처난 얼굴에 연고를 발라준 적도 있구요. 

그렇게 또 한동안 있다가 창 밖에서 밤에 애기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렇게 한밤의 애기 울음 소리가 며칠간 계속되고 나면 

키우던 놈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다시 중국집에서 새끼 고양이를 얻어 오셨습니다.

그렇게 국민학교 저학년부터 중학교 들어갈 때까지 총 네 마리를 길러서 내보냈습니다.

나갔다가 몇 개월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케이스가 딱 한 번 있었는데, 그 놈 역시 집에서 영양 보충 몇 번 하더니 다시 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더군요.

 

아파트 고층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어쩌다 문밖을 나와 엘레베이터를 타게 되었는데 

1층에서 내려 돌아댕기던 고양이를 경비원이 붙잡아 목에 끈을 묶어 나무에 매달아 죽였다는 뉴스가 수년 전 티비에서 보도됐더랬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던 점은, 고양이가 현관문 틈을 나서서 1층까지 내려와 경비원에게 붙들려 죽음에 이르기까지 채 한 시간이 안 걸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단지내 길고양이를 질색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등쌀에  경비원 아저씨가 그 고양이를 보자마자 주인 없는 동물인 줄 알고 딴에는 나름 신속히(?) 처리를 한 것이었죠. 나중에 고양이 주인이 알고서는 오열하는 모습...그리고 고작 이런 일로 방송국에서 취재까지 나오느냐며 고양이 주인과 기자를 향해 고함을 지르던 단지 내 입주민 아줌마의 팔짱낀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한 번 집을 나서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던데, 

제 생각엔 요즘의 아파트단지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은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저는 중학생 이후로 고양이를 기르지는 않지만 

지금도 집 마당에서 수년째 같은 길고양이 여러 마리와 마주치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는 아직은 단층집들이 많은 동네입니다.^^)


아래 반려동물 관련 글에 댓글로 달려다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따로 적었습니다.

해당글 내용이나 글쓰신 분에 대해 일부 댓글들이 너무 날이 서 있는 듯한 느낌도 드는 것 같네요.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를 심드렁하게 대하던 과거와는 달리

'반려'라는 단어를 붙일 정도로 함께 사는 동물을 살가워하는 요즘 분위기가 반영된 이유도 있겠지요. 

쓰다보니 장황해졌는데..

그냥 문득 옛 생각 나서 쓴 경험담이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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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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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2 23:06:12

자이퉁님이 경험하신 그런 방식으로 키우는 거라면 상관 없습니다.
원래 그렇게 키운 고양이는 어느 정도 자라면 알아서 독립해서 나가는 것도 일반적이고요.

그런데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된 소위 '반려'동물들은 그렇게 무심하게 두면 고통스럽게 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이라는 것이 '돌본다'와 같은 감정을 사고팔기 위한 수단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라 생각해 싫어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그렇게 자기 편의에 따라 동물을 길들이고 진화시켰으니 그만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만들어놓은 것부터가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욕망의 결과물인데 여기에 자유를 더 원하느니 생각하는 건 그보다 더한 자기중심적 사고라고 봅니다.

날개가 부러진 새에게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WR
2020-10-12 23:07:02

옳으신 말씀입니다.^^

2020-10-12 23:16:29
날개가 부러진 새에게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백 마디 말보다 이 한마디의 말이 충분히 옳으신 말씀이십니다요..^^
3
2020-10-12 23:13:04

전 지금까지 살면서 반려동물을 키워 본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거의 무지에 가까웠죠

근데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에게 이것 저것 듣게 되면서 많은걸 배우게 되었습니다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그냥 가족이란 사실을요

그 분 덕분에 유튜브에 개나 고양이에 대해 찾아보면서 여러 지식도 얻었구요

 

전 사실 반려동물을 키워본적이 없어서 반려동물에게 가족의 느낌을 받은 적은 없지만

반려동물 키우는 분들 보면서 아... 정말 가족이구나 란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WR
1
2020-10-12 23:19:40

저도 관련 다큐를 보고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치매 걸린 개에게 닭죽을 끓여 먹이고 나중에 화장해주며 온 가족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찡하더군요. 동물을 사는 방식 그대로 놔두고 옆에서 공존하는 것과 반려하는 존재로 함께하는 것이나 모두 존중받아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1
2020-10-12 23:16:56

기르셨던 냥이들은 모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었나봅니다
저도 어릴때 집에서 강아지 기른 적 있었지요 두마리가 비교적 오래 함께 있었는데 아주 추울때 빼고는 집안에는 안들이고 마당에서 주로 키웠고 종종 아침에 대문 열어주면 저녁때 돌아오기도 하더군요 마당은 온통 자기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노는 모습이 좋아 보였었지요
집안에서 생활하는 반려견들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지만 요즘처럼 룰이 만들어지고 공부해가며 함께하는 분들 보면 이제 내 생각도 바뀔때가 되었나 싶어요

WR
2020-10-12 23:28:55

매체로 보는 고양이들이 대부분 실내에 있는 모습이다보니 사람들에게 고양이란 동물 자체가 마치 밖으로는 활동을 안 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도 같습니다. 만약 깨있을 때 외부로 나갈 공간이 있다면 고양이들이 집안에 있는 시간이란 아마 먹고 잘 때 뿐일 겁니다. 스노우캣 작가도 자기가 평생 기르던 고양이에게 그런 점-실내에서만 살게 했던-을 미안해 하면서 만화로 그린 에피소드가 있더군요.

3
2020-10-12 23:22:13

 고양이는 영역에 대해서 3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집 안에서 기르는 집고양이

2. 길 위에서 살아가는 길냥이

3. 집을 베이스로 활동 영역을 돌아다니는 영역 냥이

말씀하신 마당에 놓아 기르는 냥이들이 3번이고, 이 경우에는 활동 영역이 크게는 몇 키로까지 된다 합니다.

하지만 경험하신 것처럼 3번 냥이는 다시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는 영역 싸움에 밀려서 제대로 못 돌아오거나 다른 동물(혹은 사람)에게 해코지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겠죠.

예전에는 잘만 길렀는데 왜 요즘 유난이냐.. 이라는 뉘앙스가 좀 있지 않나 싶어서 좀 더 설명을 해 드리고자 적어봤습니다.

 

 예전에 방목하듯이 기르셨던 분들은 요즘 반려동물에 대한 정서를 이해 못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WR
Updated at 2020-10-12 23:36:53

보충글 감사드리며, 반려동물을 기르는 분들에게 언짢은 뉘앙스로 읽혔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1
2020-10-12 23:25:46

저도 어릴적 일본식 주택에서 살았었는데 자이퉁님과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만 돌아가신 선친께서 1층에서 가축병원(동물병원)을 하셔서 2층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1층에 내려오면 1층 동물들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맥도 못추고 2층으로 다시 쫒겨오곤 했었죠.

 

이 시절을 함께 보낸 디피저씨들 일부는 아마도 어릴 때 개나 고양이를 반려라고 생각치 않고 키웠던 기억이 많은 줄로 압니다. 개도 그냥 잡지 않고 죽을 때까지 몽둥이질을 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반려라는 단어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시절은 극히 최근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아파트생활이 그런 개념을 빨리 가져온 게 아닌가 합니다.

 

우리의 살아온 모습을 무시하고 반려개념만 가지고 동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저로서는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집나간 반려동물을 찾지도 않고 그냥 두라는 것은 아닙니다. 

WR
2020-10-12 23:38:06

위에 다른 분도 언급하셨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생명을 집안에 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1
2020-10-13 01:10:04

고양이 그림 기대하고 클릭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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