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저도 어렸을때 고양이 두 마리 키웠던 경험.
저는 어렸을 때 고양이를 2년 정도 키웠습니다. 국1때부터 국3까지. 큰 형이 동네 친구에게서 조금 자란 새끼 두 마리를 얻어왔었는데, 저는 이 둘이 암놈인지 숫놈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키웠죠. 사실 키운다기 보다는 지들은 지들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저는 또 그 모습을 방임하는 형태로 같이 동거하며 살았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처음 데리고 왔을 때는 작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얘네들과 같이 좀 놀고 했는데, 얘네들이 점점 커가면서는 저랑 놀아주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같이 뒹굴며 좀 놀라치면 얼마 못놀고 슬그머니 지들끼리 밖으로 나가버리는...
마당이 있고 담장은 없는 일반 주택이었고 또 문을 잠그고 다니던 시절도 아니어서 고양이들이 잘 드나들도록 문은 항상 열려 있었죠. 나중엔 그냥 밥만 챙겨주고 마루에 잠자리 한 곳 마련해주며 자유롭게 들락거리도록 하며 같이 살았는데, 낮에 어디 갔다가 밤에 자러 들어오는 날도 많고, 밤에 나갔다 아침에 들어 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루 이틀 정도 안보이다가 집에 들어오기도 하고 뭐 그랬죠. 애완이고 반려고 그런 개념보다는 거처를 마련해 준 뭐 그런 느낌? 그리고 나중엔 서로 눈에 띄면 띄이는 것이고 또 가끔씩 슬쩍 건드리며 잠깐 장난치고 마는, 그러면서 약간의 신경전을 벌이는 뭐 그런 상태로 지냈던것 같아요. ㅋㅋㅋ
그렇게 2년을 좀 넘게 동거해오던 어느날, 밤에 한 마리가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린 이후로 이틀이 지나도 들어오질 않더군요. 아무리 가출이 잦았어도 이틀은 안넘겼는데... 그러기를 일주일. 그래도 언젠가 들어 오겠지 싶었는데, 안들어 왔습니다. 나간 놈이 돌아오기는 커녕 이번엔 또 남아 있던 한 마리가 또 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고는 그 이후로 다시는 얘네들을 못봤습니다.
하루 이틀 기다려도 안들어오니 시무룩하게 있는 저에게 어머니는 고양이라는 것들이 원래 야생이라 지들 살 만한 곳을 찾아서 간거다. 그렇게 간 거니 찾지마라 라고 하셨죠. 저는 왠지 그 말을 그대로 수긍해버렸습니다. 그냥 어디로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디가 됐든 나가서 잘 살아라 하며 더 이상 찾지 않았습니다. 이 때 까지 뭐 그렇게 동거하듯이 같이 살다보니 그렇게 보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당시에는, 40년 정도 된 시절이죠. ㅋㅋㅋ 그 때는 고양이를 키운다는게 지금의 애완이나 반려의 개념과는 다른 저와 같은 그런 경험을 가지고 계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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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수(?) 반려묘인들 사이에서는 중성화 하지 않은 마당냥으로 키우는 것을 아주 죄악시하죠. 그러나 그건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장 미국만 봐도 집 넓고 정원 있고 하니 본문처럼 키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