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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괜찮은 유튜브 철학 채널 소개 - 5분 뚝딱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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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08 21:36:26

 단도직입적으로 철학은 어렵습니다. 보통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을 모두 뒤집어 따져보고, 구체적인 사건들을 추상화 해서 새로운 규칙을 발견해내는 지적활동이 쉬울 수가 없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특히 권위주의적 사고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도덕적 분노마저 일으킵니다. 때문에 보통 대중들에게 통용되는 철학이란, 철학이라기 보다 오히려 반철학에 가깝습니다.  일반상식 수준으로 급조된 엉성한 정리들이 철학인양 통용되고, 그 와중에 튀고 싶은 사람들은 쉽게 비판하고 다른 극단의 오해를 유포시킵니다. 용기와 지혜인줄 알지만 만용이죠. 

 

 그러나 인류의 생각이 정련된 사고의 정수들이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습니다. 그 사고들이 솟아난 맥락을 세밀하게 살펴야 그 생각들 속에 있는 진리의 일면이 드러납니다. 당시와 다른 상황속에서도 두루 통용될 수 있는 생각들이 보이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고전이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당시와 다른 맥락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 사고나 철학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그렇게 정련된 생각들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초심자들이나 공부가 깊지 못한 사람들은 쉽게 당시의 생각들을 경멸합니다. 

 

 반대로,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특정한 사고에 매혹되면 교조주의에 빠지기 쉽죠. 그들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내가 손에 쥔 망치로 박아야할 못으로 보입니다. 두가지 극단 모두 경계해야 합니다. 

 

 

철학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현대에 와서 학문이 분화되고 철학이 맡은 역할도 영역이 축소되고 전문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의견이 다른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저는 비트겐슈타인 이후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통약가능성이 있는 철학은 분석철학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석철학은 다른 객관적 학문영역, 즉 과학의 방법론과 결과에 대한 해석을 주영역으로 하는 일종의 메타과학입니다. 당연히 언뜻 생각하면 우리의 실생활이나 실존에 대한 고민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렸죠. (분석철학은 이러한 주제들이 철학의 영역이 아니라 예술과 문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철학은 여전히 우리의 삶에 경이로움과 관조를 제공합니다. 결국 인간은 세계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구하며, 그것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숙고하는 존재니까요.

 

 그러니 철학은 어렵지만 흥미롭고, 흥미롭지만 피곤해서, 다들 누군가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떠먹여주기를 바라는 학문입니다. 그러나 철학은 바로 이러한 행위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고는 어떤 의미도 발견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우리가 오류의 집적에 불과한 고래로부터의 철학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철학자들이 어떻게 과거의 생각에 반기를 들고 이의를 제기했는지를 배우기 위함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철학이란 학문이 유튜브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5분 뚝딱 철학"이라는 유튜브 컨텐츠를 접했습니다. 제목부터가 저의 편견을 건드리는 채널이더군요. "5분 동안 철학을 정리해서 설명해준다고? 또 하나의 오해를 양산시키는 통로가 되겠구만." 그렇게 생각하고 비판적인 눈으로 동영상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동영상들을 보면서 제가 오해했음이  점점 드러났습니다.  제목과는 다르게 5분 안에 끝나는 컨텐츠는 거의 없더군요. ㅋㅋ 보통 15분 남짓한 컨텐츠들이 주류였고, 고대철학에서부터 정신분석학까지, 좀 잡다한 것들도 있었지만, 과학철학에 대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고 질적 수준도 높았습니다. 

 

"특히 시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주제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데, 이 분야에 대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과학철학과 관련된 저작을 내놓은 경력에 걸맞게 정말 설명이 깔끔합니다. 그리고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 수많은 아마추어와 전문가들이 채널을 방문해서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고 논쟁을 합니다. 감동적인 것은 이럴 경우, 콘텐츠 제작자의 설명이 틀리거나 오류로 드러날 때도 있는데, 오히려 이 채널은 그러한 의견들을 고정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유도하고 내용을 수정하여 더 나은 버전의 컨텐츠를 새로 내놓습니다. 

 

이 채널의 주인은 한국외국어 대학교에서 논리학과 철학을 강의하는 김필영 박사입니다. 컨텐츠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고력과 지식이 만만찮은 분입니다. 그런 분이 예의를 갖춘 비판을 겸손하게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하는 모습을 보니 신뢰감이 더 많이 생기더군요. 아마 무지를 치부라고 생각하거나 당장 만나야할 학생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소인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채널을 운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용도 간단하게 볼만한 것이 많고, 생각거리를 던져주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확실하게 선을 그으며, 더 좋은 생각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독자들을 유도합니다. 내용으로나 형식으로나 정말 볼만하다고 생각해서 추천드립니다. (사실 저 내용은 인식론적 측면에서 제가 완전히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시면 어떤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vN-6sdbOTU

 

 

 

아래는 김필영 박사의 저서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594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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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12-08 21:33:39

오! 좋은 채널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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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08 21:58:27

유튜브들을 쭉 보다보면, 예술이론쪽은 대체적으로 질이 떨어지는데 과학상식쪽은 좋은 채널이 참 많은 것 같음.

1
2020-12-08 21:40:57

저 이런 채널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

1
Updated at 2020-12-08 22:28:11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이래' '저래'
'시(공)간'이라는 거시
'여차' '저차'
흘러가는 거시든
남아있는 거시든 ~


(세계)'관' ~

1
2020-12-08 23:21:02

 앗 락키드님 감사합니다~ 

근본있는 컨텐츠 좋아요~

WR
2020-12-09 03:32:33

신뢰할만한 채널입니다. 블리쟈드님 흥미를 많이 자극할 듯 합니다. 

1
Updated at 2020-12-08 23:26:07

5분은 넘지만 떠먹여주는 친절한 곳이란 말씀이군요, 링크도 좋지만 본문 설명 잘 읽었습니다.
마치 볼륨 8/10로 듣는 듯한 시원시원한 역설이네요. 엉크러진 생각의 실타래를 가지런히 감아내는 필력은 하루 이틀 고통으로 얻어진 게 아니겠지요.
두번째 읽으며 행간의 희열을 느껴서 감흥을 남깁니다. 강한 뒷받침이 있는 일반론이라서 아전인수로 해석하니 숨겨진 맛이 느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WR
1
Updated at 2020-12-09 02:30:44

정말 그런가 하고 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오자에 비문 투성이네요.(나중에 다시 다듬어 놔야겠네요.)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는 법이죠. 보잘 것 없는 글인데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20-12-09 02:33:45

정말 그렇습니다. 

오늘은 Rockid님의 글 처럼 얼큰한 맛이 필요했던 스스로를 많이 되돌아본 하루였어요.

 

허접한 글에는 시정잡배의 댓글이 달리고

좋은 글에는 아카데믹 소사이어티 스러운 댓글만 주렁주렁입니다. ㅎㅎ

 

정말 정확히 알고 제대로 표현하며 내 몸 안의 호르몬이 쓰는 글이 아닌

진중한 글을 써야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셨습니다.


 

WR
2020-12-09 02:35:51

저도 늘 못하는 부분이라 스스로 경계하려는 의도가 더 많은 글입니다.

2020-12-09 02:45:38

이중잣대는 지금 유행하는 윤씨 짤들에 있는 치적처럼 사상루각이잖아요. Rockid님 글에는 의심할 수 없는 굳건한 직립근이 있어요. 마구 써도 겸손함이 느껴지니 제가 막 댓글 달 수 있잖아요. ㅎㅎ 꿀잠 바랍니다.

WR
Updated at 2020-12-09 02:53:15

아니 그랬군요님, 자꾸 저를 재우려 하시는데, 제가 요즘 너무 일찍자고(한 오후 7시쯤 잠들어서 중간에 몇 번 깹니다.) 한 2시쯤 일어나요. ㅋㅋ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어나서 잠깨면서 그랬군요 님의 글을 찾아보고, 스트레칭 조금 한 다음 책 읽으러 갑니다.^^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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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02:52:38

ㅋㅋㅋ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자꾸 말꼬리 잡아서 숙면을 방해할까 그랬네요. 상상할 수도 없는 기상시간이네요. 그제 이곳 시간으로 제가 불면의 밤에 괴로워하며 댓글 달던 2시인데요. 상쾌한 아침이셨군요. 앞으로는 꿀잠 인사는 안해도 되겠습니다.

WR
Updated at 2020-12-09 03:06:50

저도 천식이나 호흡기가 나빠서 수면시간 때문에 고통을 좀 받는 편입니다. 운동하는거 정말 싫어하는데 강도 높게 하는 이유도 호흡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가끔은 하루를 그냥 건너뛰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며칠 동안 너무 일찍자고 너무 일찍 일어나는 상황이 됩니다. 아마 조금씩 늦춰질거에요. 저는 하루가 26시간이면 딱 맞겠더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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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09 02:59:58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니군요. 

양압기나 이런 제품 

https://www.philips.co.kr/c-e/hs/sleep-apnea-therapy/sleep-apnea-masks.html 

도움을 받으면 낫지 않을까요? 와이프가 자다가 컥컥대서 걱정했더니 구글이 훔쳐듣고 제 화면에 자주 띄워주는 광고 링크이긴 합니다만 혹시나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WR
1
2020-12-09 03:06:19

소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수면 무호흡증은 아니고 가끔 천식약을 깜빡 하면 숨이 가빠지는게 문제라서요. 정말 컨디션에 따라서 증상이 천차만별입니다. 여튼 관심 감사드립니다. 제가 쓸데 없는 걱정을 끼쳐드렸네요. 또 뵙겠습니다.  

1
2020-12-08 23:58:02

정성스런 글에 추천 하나밖에 드릴 게 없군요.
추천해 주신 책과 함께 잘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20-12-09 02:28:21

감사합니다. 소개해드린 채널과 책이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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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10:40:34

 문득 외대 철학과라고 하니 고래적에 한국의 정체성, 주체성을 썼던 탁석산 분이 떠오르네요. 한때 제가 사랑했던 여인이 외대 철학과 박사였죠^^;; 유튜브로 뮤직비디오 외에는 보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아서요, 다만 소개해주신 책은 챙겨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철학'에 대한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결국 프로네시스로 이어져야 하겠지만, 소피아가 그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전 여전히 헤매이고 있나 봅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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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12:09:12

탁석산이 외대출신이었군요. 책세상 문고에 김영정 등, 서강대 철학과 출신 저자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철학박사였으면 지적 매력이 대단하셨겠네요. 융의 아니마 최상 단계가 소피아죠. 취한배님의 풍성한 내면이 반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2020-12-09 12:18:18

책세상 문고를 처음 접했을 때는 흥미로웠지만, 뒤로 갈수록 한번 읽어보면 그만일 글들이 많아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책세상 문고를 읽지 않은지가 꽤 오래되었지만요. 아, 나중에 고대 철학과 학부생을 사랑했던 적도 있었는데, 모든 여인들과의 기억은 늘 끈적했던 것만 남게 되나 봅니다.^^;;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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